Acoustic Sig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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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 오디오 편집팀
  • 승인 2019.08.09 15:49
  • 2019년 08월호 (5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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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기계 공학 기술에서 태어난 아날로그의 최정점

독일 공업의 중심지이자 세계적인 기계 설비 및 해당 기술의 핵심 지역인 슈투트가르트. 벤츠, 보쉬를 비롯한 세계적인 기계 산업은 이 도시를 떠받치고 있는 기반이자 남다른 차별점이자 기술력의 핵심이다. 그런 슈투트가르트로부터 불과 30여 분 거리에 위치한 어쿠스틱 시그니처(Acoustic Signature)는 독일의 턴테이블 및 아날로그 오디오 기기 제조 업체로 ‘독일의 엔지니어링(Teutonic Engineering)’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독일, 엔지니어링, 그리고 슈투트가르트라는 지명에서 예측할 수 있듯이 이들의 핵심 기술은 전형적인 독일 공작 기계 및 기계 관련 응용 가공 기술로 다양한 기계의 제작 및 가공이 어쿠스틱 시그니처의 원동력이다. 기계 및 절삭 가공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는 만큼, 이 독일 브랜드의 턴테이블과 톤암은 슈투트가르트 인근에 밀집한 세계적인 기계 관련 소재 및 가공 기술들을 활용하여 어쿠스틱 시그니처 공장에서 직접 설계, 제작 및 생산된다.

 

 

 

도대체 이들의 차별화된 기술이자 독일 기계 가공 기술이 무엇일까? 왜 그런 슬로건으로 자신들을 홍보하는 것일까? 독일 뮌헨에서 열린 2019 하이엔드 오디오 쇼를 마치고 3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는 세계 기계 기술의 중심지에 위치한 어쿠스틱 시그니처 본사를 직접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과연 그들의 광고 문구처럼 특별한 독일 기술이 있었을까? 쇼에서 보았던 각종 턴테이블과 정교한 톤암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생산되는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이들이 자랑하는 독일의 기계 가공 기술력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 나사에서 완제품까지, 모든 것이 독일의 기술로

일단 회사가 주장하는 ‘독일 엔지니어링’이라는 문구처럼 어쿠스틱 시그니처의 턴테이블들은 시장에 흔한 대다수 턴테이블들처럼 이곳 저곳에서 생산된 톤암, 카트리지, 플래터 등의 부품들을 모아서 조립으로 완성된, 단순한 외부 부품들의 어셈블리 제품들이 절대 아니다. 어쿠스틱 시그니처는 턴테이블에 필요한 모든 부품들을 직접 자사의 CNC 머신을 사용하여 알루미늄 통 블록을 절삭 가공하여 부품들을 제작한다. 단순 절삭이 아니라 절삭으로 만든 부품들은 최종 아노다이징 마감 처리까지 직접 자사에서 처리한다. 그 과정과 광경을 직접 보고 나면 왜 이 업체가 ‘독일 엔지니어링’이라는 단어를 극구 강조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 회사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군터 프론호퍼에게 어쿠스틱 시그니처 브랜드가 갖는 특별한 차별점이자 자사 제품들의 셀링 포인트가 무엇인지 직접 물어보았는데, 그는 자신감에 찬 어조로 바로 답을 주었다. 
‘어쿠스틱 시그니처는 제품 설계에서 제조 및 최종 생산된 완제품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직접 해결합니다. 제조에 필요한 모든 생산 기술부터 제품 조립에 필요한 모든 부품들, 심지어 특정 나사 같은 것까지, 제작 과정에 이르는 제품 생산 전 과정을 모두 어쿠스틱 시그니처 기술로 직접 해결하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기구물과 부품들은 거의 모두 어쿠스틱 시그니처 브랜드의 제품을 위한 부품들이며, 이를 이용하여 완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사실 밝히기는 어렵지만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일부 부품과 기자재들은 유명한 독일제 하이엔드 기기들의 부품과 제품들도 있습니다(이들의 공장에서는 생산량의 약 15% 정도의 제품과 부품들은 다른 유명한 독일 하이엔드 업체들의 OEM 생산 제품과 부품, 섀시들이다). 하이엔드 업체들의 다품종 소량 생산의 경우, 모두 수작업과 특주 제작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쿠스틱 시그니처의 기계 가공 기술이 절실합니다. 이는 거꾸로 어쿠스틱 시그니처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증거인 셈이죠.’

애초에 단순 턴테이블 제작 업체로 알고 방문한 공장이었지만, 이곳은 단순한 턴테이블 제조 업체가 아니었다. 제작자가 설명한 것처럼, 나사 하나까지도 직접 필요한 형태로 깎아서 만들고 사용할 정도로 모든 부품과 설계, 생산 전 과정을 직접 자사의 기술로 해결하고 커스텀화시켜 완성하는 놀라운 기계 설계와 가공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마지막에 언급한 브랜드들은 알게 되면 깜짝 놀랄 정도의 유명 하이엔드 브랜드들로, 그런 세계적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어쿠스틱 시그니처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에 적잖은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만큼 이 독일 업체의 기술력은 ‘독일 엔지니어링’을 강조하는 것처럼 세계적인 수준인 셈이다. 

▼ 최첨단 공작 기계와 이를 다루는 소프트웨어

군터는 이러한 정밀 기계 가공 기술이 어쿠스틱 시그니처의 근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기술력에 대하여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요즘은 단순히 모양에 맞춰 금속을 깎는 시대가 아닙니다. 정밀한 3D 모델링과 설계에서 CNC 절삭 가공, 그리고 CAM 프로그래밍에 이르는 모든 과정들이 모두 컴퓨터와 전문 프로그래밍으로 이루어집니다. 어쿠스틱 시그니처에는 최첨단 가공 머신들이 여러 가지 준비되어 있고, 대부분 3년 이내에 설치된 최신 기종들입니다. 이 첨단 기계들은 모두 저를 비롯한 어쿠스틱 시그니처의 기계 전문 엔지니어들에 의해 프로그래밍되고 가공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100% 어쿠스틱 시그니처의 기술만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공 및 생산 전 과정에 대한 퀄러티 체크가 최우선이며 최고 상태로 유지됩니다. 오차율이나 에러율이 극도로 낮습니다. 기계들에 대한 동작과 제어를 아주 정밀하게 체크하기 때문에 제작과 생산 과정을 그 정도 수준으로 항상 유지할 수 있는 것이죠. 특히 기계를 다루는 엔지니어들은 모두 전문적인 기술 과정 교육을 거친, 기계 전문 엔지니어들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오차율이나 수율이 거의 완벽하게 유지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어쿠스틱 시그니처에서 CNC를 다루는 엔지니어들은 입사 후 6개월 동안의 전문적인 교육 및 실기 과정을 거친 뒤 작업에 투입된다. 그리고 관련 업무의 인력들은 일반인이 아니라 기계로 유명한 슈투트가르트 지역의 대학과 전문 학교 출신들의 엔지니어와 기술 관련 인력들이라서 생산 인력의 지적 수준이 타 지역의 일반 공장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어쿠스틱 시그니처에서 자체 제작한 커리큘럼을 완벽히 숙지하고 테스트에 통과한 인력들만이 실제 생산 및 기계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 ‘Made in Germany’가 아니다. ‘Made in Swabia!’

방문 당일에는 상당량의 플래터들과 1억을 훌쩍 뛰어넘는 육중한 턴테이블이자 이들의 플래그십 라인인 인빅투스 주니어의 플래터의 제작, 그리고 고가의 하이엔드 턴테이블인 아스코나(Ascona)의 조립이 한창이었다. 이런 제품들을 위해 외부에서 구입한 소재와 부품들은 90%가 슈투트가르트 지역에서 만들어진 것들로, 모두 최고 스탠더드에 걸맞은 ‘Made in Germany’ 부품들이다. 하지만, 제작자인 군터는 ‘Made in Germany’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한다. ‘Germany’에서 한 단계 더 높은 퀄러티를 자랑하는 것이 바로 ‘Made in Swabia’라고 강조한다. 슈바비아(Swabia)는 독일 남서부, 슈바벤 지역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물론 모든 것이 완벽히 어쿠스틱 시그니처의 것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 부품들은 외부에서 조달하는 경우도 있다. 군터는 이 부분에서 매우 중요하고 민감하게 여기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바로 어쿠스틱 시그니처의 지리적 위치였다. 그가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기계 설계와 가공에 관련된 세계적인 기술들과 기반 시설이 완벽히 갖춰진 슈투트가르트가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이든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본사이자 공장이 위치한 쥐센은 독일 남부 바덴부르템베르크에 있는 괴핑겐에 있는 도시이다.

괴핑겐 동쪽으로부터 8km 떨어진 필즈 강 옆에 위치한 도시로 공업 지대이자 독일 엔지니어링 기술들이 집결된 곳이라고도 불리는 슈투트가르트에서 가까운 곳으로, 최고 퀄러티의 기계들과 부품, 그리고 각종 엔지니어링 서비스 및 기술들을 불과 한 시간 이내에서 확보하고 활용할 수 있다. 즉, 필요하면 언제든지 적재적소에 부품과 기술 공급이 가능하다. 따라서 필요한 일부 정밀 기계 부품들은 슈투트가르트에서 손쉽게 입수한다. 포르쉐, 벤츠, 그리고 보쉬 등이 슈투트가르트의 기술을 사용하는 업체들이며, 세계적인 독일 유명 업체들의 기술이 모두 이 지역에서 탄생되고 활용되고 있다. 그런 세계적 첨단 기술을 마음껏 사용하는 어쿠스틱 시그니처임을 알게 되면 이 독일 하이엔드 오디오 업체의 기술과 퀄러티가 어느 정도인지를 쉽게 깨닫게 된다. 

엄청나게 큰 부품이 제때 도착한 상태인 반면에 작은 부품들을 제작하는 데에 필요한 알루미늄과 황동 소재의 메탈 블록들은 긴 바의 형태로 적재되어 가공되고 있었다. 제작에 사용되는 알루미늄은 크게 2가지 등급의 알루미늄을 사용하는데, 하나는 블랙 알루미늄으로 별도의 아노다이징이 필요치 않은, 블랙 타입의 부품들의 제작에 사용하며, 훨씬 비싼 파란 포장의 알루미늄은 플래터와 노브 등의 중요 부품의 가공에 사용하는데, 이들은 가공 후에 별도의 아노다이징 마감 처리가 필요하다. 

군터는 어쿠스틱 시그니처의 환경을 생각하는 그린 자격 표시를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절삭 가공을 끝내고 남은 메탈 잔재들은 모두 재수거하여 재활용을 할 뿐만 아니라 기계 가동에 사용되는 에너지도 모두 리뉴얼이 가능한 에너지들로 구동하기 때문에 어쿠스틱 시그니처의 턴테이블들은 고도의 럭셔리 제품들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분명 여분의 비용 투입을 피할 수 없지만 이런 그린 에너지를 활용하고 재활용하는 친환경적 제품 생산은 제품의 퀄러티나 과정과는 무관한 것이다. 

스스로의 장인 정신과 기술에 대해 열정이 가득한 군터는 시작부터 끝까지 뼛속까지 엔지니어라서 1957년에 생산된 Boehringer lathe 선반(or 침대)를 보여주었는데, 그는 여기서 무역에 대한 아이디어를 배웠다고 한다.

▼ CAD Room

CAD 룸은 CNC 머신에 입력되는 모든 프로그래밍을 설계, 제작하는 곳으로 사실상 이들 공장의 모든 부품 및 기기 생산의 시작점이 되는 장소다. 마침 디자이너는 인빅터스 주니어의 암보드 제작을 준비중이었다. 각각의 암보드들은 1개 생산에 약 2시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인빅투스에는 4개의 암보드가 장착된다. 따라서 우리가 8시간 동안의 생산 과정이 만든 결과물은 직접 본 셈이다. 군터는 생산되는 모든 것들은 극도로 낮은 허용 오차에 맞춰 생산되는 부품들이며, 이 공장에 있는 기계들과 시스템들은 에러를 거의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예를 들어 생산에 사용할 금속 소재가 온도가 높아서 팽창된 상태라면 생산에 넣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상태로 생산되면 나중에 온도가 낮아지면 다시 수축되기 때문에 오차가 발생되기 때문에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항상 금속의 온도까지 맞춰서 생산하는 것이다. 게다가 억대의 레퍼런스 제품들에 들어가는 암보드 같은 부품들을 생산하기 위해서 새로운 절삭 가공 머신을 도입했는데, 새 CNC 머신은 아스코나의 베이스 플레이트를 한 번에 3개씩 생산이 가능한 기계라고 한다. 기계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꽤나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 기계는 40가지의 각기 다른 툴링 작업 가능하여 다양한 각종 부품들을 원하는 대로 생산할 수 있으며, 이 과정 또한 전부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기계라고 한다. 

제작의 전 과정은 매우 세심하게 모니터링이 되고 있었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한치도 허투루 넘어가는 법이 없이 관리되고 있었다. 실제로 이 과정을 직접 보고 나면 최종 마감이 이루어진 생산 제품에 대해 스스로 감탄과 경탄을 갖게 된다. 

앞서 언급한 인빅터스의 플래터를 위한 절삭용 알루미늄 괴들은 이제 40억에 달하는 DMG Mori 머신에서 절삭 가공이 시작되었다. 이때 작업대에 있는 마이크로미터를 엿볼 수 있었는데, 정말 최고난도의 정밀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음 공작 머신인 Mori Seiki는 더블X 턴테이블의 받침발을 가공 중이었는데, 군터는 아주 미세한 마감을 구현하기 위해 모든 툴들은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툴들이라고 강조했다. 

▼ 고도의 기계 공학 전문 인력들

회사에 대해 나눈 많은 이야기들 중 하나는 바로 인력에 관한 것이었다. 어쿠스틱 시그니처 공장의 생산 인력들은 매일매일 일 단위로 기본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특히 이 공장에서 좋게 느꼈던 점은 모든 인력들이 서로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단순 노동직이 아니라, 이들은 자신의 일에 대한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고 서로의 퀄러티를 높이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다국적 거대 생산에 맞춰진 오늘날의 공업 현장에서 이런 사례를 매우 찾아보기 드물다.

이러한 현장에서의 자긍심과 자부심은 실로 대단한 일이다. 작업 중에는 모두 일시에 투입되어 전력을 다하고, 그것이 어쿠스틱 시그니처의 최고 결과물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며, 그 뒤에는 모두 생산 현장을 벗어나 휴게소·식당에서 점심과 휴식을 취한다.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이런 실질적인 생산 현장의 쉼표, 그리고 쉬는 공간의 아름다운 외관과 배경들은 사람들에게 평온과 행복감을 주어 오래도록 직장에 다니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 톤암, 그리고 카트리지

다이닝 룸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주로 톤암과 관련 부품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 부분은 어쿠스틱 시그니처 매출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4년 처음 내놓은 뒤로 가장 큰 시장인 아시아에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어쿠스틱 시그니처는 톤암 생산에 금 세공 기술자와 시계 제작자들을 활용하고 있다. 군터는 이러한 전문 기술을 갖춘 장인들을 아주 작고 미세한 부품들의 생산에 투입하여, 에러율 ‘0%’ 수준에 가까운 오차율을 자랑하는 부품 생산을 유지하고 있다. 공장 투어 막바지에는 톤암의 내부 구조를 직접 볼 수 있었는데, 내부 구조는 3D 프린팅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모든 톤암들과 톤암에 사용되는 모든 부품들은 어쿠스틱 시그니처 공장에서 100% 직접 생산되며, 모든 제품들의 마감은 테스트 선반에서 직접 테스트를 거쳐 성능을 직접 시청하여 확인 후 통과가 되야 제품으로 인정받는다고 한다.

 

 

그는 또한 카트리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하우징은 모두 자사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고 있으며 내부 기계 부분은 외주 업체로부터 공급받아 조립한다고 한다. 어쿠스틱 시그니처는 주로 절삭 가공과 조립에 대한 노하우가 높아 이 부분을 담당하고, 카트리지를 만드는 것은 외부 업체에 맡긴다고 한다. 굳이 자신들이 최고가 아닌 분야를 어설프게 만드는 것은 지양하고 자신들이 잘하는 것을 최대한 활용해서 최고 퀄러티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 기계 정밀도 만큼이나 집착하는 디테일들

어셈블리 룸을 직접 확인하면서 예상했던 것은 하나도 볼 수 없었다. 매력적인 더블X 턴테이블의 조립 과정을 볼 수 있었는데, 7겹의 아름다운 피아노 래커 마감으로 팔리샌더와 마카사르의 마감이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더블X 뒤에는 멀린으로 조립대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궁금한 것이 생겼다. 플래터의 테두리 주위로 낯선 밴드가 하나 걸쳐 있었던 것. 제작 과정 중에만 밴드가 묶여 있는데, 마감 보호와 러버 구동 자국이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함. 최종 출하 시에는 제거한다. 또한 회사 로고를 인쇄하는 특별한 프린터가 별도로 존재. 다른 부품들의 생산 과정처럼, 이 로고 제작 과정 또한 초정밀 제작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아주 미세한 디테일 하나도 허투루 남기지 않는 제작자의 과도한 집착이 낳은 결과물이다. 

 

 

각 턴테이블들에는 저마다의 생산 및 조립 설명서가 따로 있었고, 포장 및 최종 출하 과정은 이 설명서에 따라 작업이 마무리된다. 단계마다 사인을 거쳐 모두 마무리되어야 출하 제품이 완성된다. 이는 제품 생산에서 거쳐야 할 확실한 단계들로, 각 제품들은 그것이 비싼 모델이든, 엔트리급 모델이든 상관없이 모두 단계마다 똑같은 정확한 공정과 통과 의례를 거친다. 만약 하나라도 미심쩍거나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생기면 다시 처음으로 되돌려 보낸다. 그러면 누가 어디서 잘못된 일을 만들었는지를 찾을 수 있게 되고, 그 부분에 대한 트레이닝이 필요한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 황동이 가져다 준 무소음, 무진동의 생명력, 사일렌서

어쿠스틱 시그니처의 대다수 턴테이블들은 플래터가 특별한 모양새와 남다른 기술적 특징을 자랑한다. 바로 플래터의 상판에 황동으로 된 작은 디스크들이 박혀 있는 점이다. 위에서 보면 단지 동전이나 작은 디스크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통으로 된 막대 형태의 황동 실린더이며, 어쿠스틱 시그니처는 이것을 사일렌서(Silencer)라 부른다. 여기에 고무로 된 ‘O’ 링이 장착되어 플래터의 특정 부위에 삽입된다. 

 

 

이 황동 사일렌서는 플래터의 회전 시 발생되는 링잉을 제거하는 목적으로 사용된 것이다. 실제로 그 효과는 대단하여 사일렌서가 없는 플래터의 회전과 사일렌서가 장착된 플래터의 회전을 비교하면 황동 실린더가 장착될 때 쥐 죽은 듯 조용해지는 효과를 보여준다. 인빅터스와 인빅터스 주니어에는 최소 52개 이상의 황동 사일렌서가 장착되었다. Grip-S 클램프 또한 이 사일렌서를 사용하는데, 스핀들로부터의 진동을 줄여준다고 한다. 

 

 

▼ 정리

오디오 업계에서 공장 방문을 하게 되면 그 업체가 지닌 능력과 잠재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겉으로는 유명하지만 실상은 부실하기 짝이 없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큰 유명세나 화려한 광고 및 마케팅은 없지만 기술력과 제품의 퀄러티가 대단히 훌륭한 업체도 있다. 어쿠스틱 시그니처는 후자의 전형적인 사례로 이번 방문은 슈투트가르트에 위치한 독일 기계 가공 업체의 턴테이블과 기술력에 대해 눈이 확 뜨이는 계기가 되었다. 독일식 엔지니어링을 내세우고, ‘Made in Swabia’의 슬로건 위에 슈투트가르트의 기술력으로 제조된 제품들은 평범한 기존 오디오 제조업체의 결과물이 아니라 모든 제조 과정의 단계마다 집중과 혁신이 담겨 있는 고도의 기술적 정밀함의 결과물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비즈니스와는 별개로 창업자이자 기술을 맡고 있는 군터 프론호프의 엔지니어링에 대한 열정은 말이 아니라 몸으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끊임없이 더 좋게, 더 새롭게 만들려는 노력은 정말 대단하다. 없는 문제를 만들어 이것을 풀어내는 식이 아니라, 정말로 개선할 부분들을 찾아서 이를 해결하여 기능이나 성능을 향상시키는 식의 개선이다. 어쿠스틱 시그니처의 턴테이블과 톤암은 끊임없이 문제점을 찾아내고, 이를 세련되게 개선시키는 과정을 거쳐 고난도의 엔지니어링으로 태어난 결과물로, 아날로그 업계에서 아주 필요한 제품이 되고 있다. 직접 만나보면 외모와 달리 군터 프론호퍼는 매우 냉철하며 철저히 개인주의에 맞춰진 고도의 지력을 지닌 인물이다.

물론 오디오를 다루는 만큼 매력적이며, 엔터테이닝적인 친근함도 있지만, 그는 자신의 엔지니어링 능력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정확히 알고, 하고 싶은 바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인물이라서 그의 성격과 지력이 어쿠스틱 시그니처의 모든 제품에 제대로 반영되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고도 기술의 첨단 독일 기계 공학이 담긴 예술적 아날로그 음을 직접 느껴보는 시간이 국내에서 시작되길 기대한다.


문의 : ODE (02)512-4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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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9년 08월호 - 5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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