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oustic Energy AE100
상태바
Acoustic Energy AE100
  • 김남
  • 승인 2019.08.09 11:29
  • 2019년 08월호 (565호)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입견을 뛰어넘는 위풍당당한 실력을 드러내다

이 시청기는 매우 작고, 그리고 가격도 싸다. 만만한 북셀프 제품인 것이다. 북셀프란 서가에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사이즈의 스피커인데, 대형차를 선호하는 것이 동양적 기질인지라 동양권에서는 아직 스몰 사이즈의 스피커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기껏 괜찮은 소형기를 사용하다가도 너무 쉽게 중·대형기로 가 버린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게 되면 아무리 대형기라고 해도 보통 가정의 방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보통 애호가들의 관례이다.

어쿠스틱 에너지라는 제작사는 1987년에 창립한 후 조그마하면서도 강력한 성능의 AE1이란 제품을 내놓아 세계 오디오 시장을 흔들었다. 아마 그 시절 최고의 베스트셀러였을 것이다. 대형기 못지않은 소리가 폭포처럼 쏟아져 나온다는 것이 대부분의 시청 평가였다. 그 제품을 기화로 조금 덩치가 커진 기종도 나와 여세를 몰아갔지만 첫 제품이 너무 강렬했던 탓인지 그만큼 충격을 준 기종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 정도의 엇비슷한 괜찮은 수준의 동종 기기는 꾸준히 출시해 왔다.

시청기를 들어 보니 명문가의 DNA라는 것은 이렇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가격의 고하를 막론, 초기의 그런 수준은 아닐지라도 또 한 번 스피커 수준의 평준화라는 생각이 치밀게 되는 그런 제품이 분명한 것 같다.

어느 정도의 스피커라야 우리는 만족할 수 있을까. 근자에 우리나라의 한 일간지를 통해 좀 의외의 해외 칼럼 하나를 읽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에 실린 사설인데, 영국의 유수한 신문에 실린 글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내용은 ‘클래식 음악이 왜 필요한가’라는 것이다. 7월 4일자 이 사설은 직설적으로 이제 클래식의 종말이 왔음을 선언한다. ‘지금의 클래식은 가난한 사람을 내쫓는 데 쓰이고, 요트 있는 사람끼리 듣는 음악일 뿐이다’라며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올해로 124년 된 영국의 여름 클래식 축제 BBC 프롬스와 주최사인 BBC. 이 사설에서는 ‘프롬스가 샌드위치와 커피 값 정도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축제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은 티켓이 수천파운드에 거래되고 있고 대기업이 좋은 자리를 마케팅용으로 대량 구매하고 있다’고 하며 또 한걸음 나아가 ‘BBC의 라디오3을 비롯한 클래식 음악 방송 역시 현실에 안주해 혁신하지 않는 거인일 뿐’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반론이 당연히 나왔다. BBC의 클래식 음악 담당자는 반박 글에서 ‘프롬스에는 6파운드로 살 수 있는 자리(스탠딩석)가 7만 석이나 있다’라고 했고, 9일 더 타임스의 음악 평론가 리처드 모리슨은 ‘프롬스에서 만난 사람들 중 요트 소유자는 단 한 명이었고 가디언의 에디터였다’며 ‘클래식 음악계는 여성, 소수 민족에게 기회를 확대하며 혁신 중’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확실히 가디언의 사설에는 문제가 있다. 엘리트주의에 빠진 음악회는 많지만 우리 주변에는 가격이나 격식을 별로 따지지 않는 연주회도 많다. 얼마든지 반박할 수 있지만 문제는 영국 같은 클래식의 본 고장에서조차 이런 글이 공공연히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클래식에 적대적인 인구는 사실 엄청나다. 들으면 기분 나쁘다고 하는 사람도 숱하다. 오디오 얘기를 꺼내면 지례 손을 흔들어 버리는 사람도 많다. 음악이나 오디오는 귀족적 사치가 절대 아니다. 라디오나 TV가 사치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도 그런 인식이 이렇게 싹트고 있다면 그 이유는 확실히 엄청나게 고가화되어 버린 우리 오디오 제품의 현재에 있을 것이다. 만드는 제작자들도 항변할 것이다. 자꾸 약점을 찾아내기에 혈안이 되어 있고 새로운 것을 찾는 관계자들이나 변덕스러운 애호가를 만족시키기 위해 할 수 없이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시청기 같은 제품을 그 가디언지의 사설을 쓴 분이 본다면 뭐라고 할 것인가. 시청기는 가격이 높지 않은 만큼 물론 뛰어난 수준의 제품은 아니다. 그걸 기대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까다롭게 군다고 해도 이런 자그마한 스피커가 제 구실을 못한다고 할 사람은 없다. 음악을 듣기에 어떤 부족함도 없는 수준인 것이다.

AE100은 어쿠스틱 에너지의 100 시리즈 중 가장 소형기인데, 저가품답지 않게 생김새가 미려하다. 페이퍼 재질의 콘과 강력한 자석을 사용한 롱 스로우 모터 시스템으로 구성된 110mm 미드·우퍼, WDT(Wide Dispersion Technology) 웨이브 가이드가 적용된 25mm 소프트 돔 트위터를 채용했다. 덕트는 후면에 위치하는데, 난기류 문제에 유리한 슬롯 형태로 되어 있다. 감도는 87dB로 상당히 낮아 소출력의 진공관 앰프와는 궁합이 안 좋다. 태생답게 사운드가 공격적이다. 활발하며 음장이 당당하다. 이 정도 가격대에서 만날 수 있는 수준보다는 한 차원 윗길의 위풍당당한 기종이다. 페이퍼 콘의 특성상 에이징에서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고, 에이징이 되고 나면 미려함이 증가할 것이다.

 


수입원 샘에너지 (02)6959-3813
가격 48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1cm 페이퍼 콘,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45Hz-35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3.6kHz   임피던스 4Ω   출력음압레벨 87dB   파워 핸들링 75W   크기(WHD) 16×27×24cm

565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9년 08월호 - 565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