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og Essay - 오디오 평론가 김기인의 아날로그 기행•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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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log Essay - 오디오 평론가 김기인의 아날로그 기행•150
  • 김기인
  • 승인 2019.07.10 13:52
  • 2019년 07월호 (564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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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Woden MC 승압 트랜스 - 초기 Vortexion, 중기 MT-101, PB-2 등

아날로그 오디오에서 가장 매력 있는 점은 카트리지와 톤암, 케이블, 트랜스, 턴테이블 등 각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한 부분만 바뀌어도 전체 소리의 이미지가 묘하게 변화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전체 조합의 변수가 많아 여러 가지 사운드가 연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성공적 매칭과 취미성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역으로 조합의 실패는 결국 나쁜 소리로 귀결될 수도 있음을 뜻한다.

그중에서도 카트리지를 제외하고 전체적으로 아날로그 사운드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톤암과 MC 승압 트랜스다. 카트리지에 잠재되어 있는 성능을 100% 발휘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1차 톤암의 성능에 달려 있고, 또한 훌륭한 톤암으로 카트리지의 탁월한 성능이 발휘되었다 하더라도 승압 트랜스의 능력이 떨어지면 만사가 물거품이 되어 버리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아 왔다. 물론 헤드 앰프를 쓸 수도 있지만 헤드 앰프의 음악성이나 질감은 특히 빈티지 세팅에서는 무엇인가 부족한 점이 많다.

MC 스텝 업 트랜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존재감이 강한 반영구적 파트로 무게나 모양만으로 한몫을 하는데, 그냥 자체적 매력에 빠진 수집가도 많다. 모든 세팅을 그대로 한 채 승압 트랜스만 교체해도 주파수 특성과 대역 밸런스 외에 음색과 음악성 등 여러 요소들이 놀랄 만한 변화를 일으킨다. 결국 쉽게 음질의 다양성을 구사할 수 있는 상당히 매력 있는 분야임을 느낄 수 있다.

초기 보텍션 대형 승압 트랜스

미국을 대표하는 빈티지 승압 트랜스에 피어리스와 UTC, W.E.가 있다면 독일에는 노이만이 있고, 영국에는 우든(Woden)과 파트리지가 있다. 독일의 트랜스가 솔직하고 무색, 무취의 밋밋함을 가지고 있다면 미국 트랜스류는 약간 강하고 질감이 살아나며 다이내믹한 인상을 주고 있으며, 영국 트랜스에는 부드럽고 우아함에 기초해 온도감이 높은 질감과 음악성, 고운 음색이 담겨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에는 영국 트랜스 중에서도 우든 트랜스를 시대별로 3조를 구입해 비교 시청해 본 결과를 글로 적어 보았다. 사실 우든에 대한 여러 평이 있지만 의외로 호 불호가 현격히 나뉘는 것을 알았다. 물론 모든 트랜스가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다. 즉, 트랜스 성격상 전체 시스템 매칭에 따라 좋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필자가 강조하듯 MC 트랜스 단품으로 좋다 나쁘다는 것을 가리기 어렵고 매칭을 전제로 한 호 불호로 나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 면에서 우든의 성격은 확실한 영국 사운드가 중심에 놓여 있다. 결론적으로 탄노이를 중심으로 한 영국 사운드 매칭에는 대체적으로 좋다는 결과를 얻었고, 특히 하이엔드 시스템에서도 특유의 잔잔함으로 좋은 음질을 얻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혼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 사운드 스테이지에서는 강하다는 결과를 얻기도 하는데, 이것은 우든의 자체 음색 성격 때문이 아니라 승압비가 특히 높은 데서 오는 결과라 말할 수 있다.

중·후기 페인팅 마이크 트랜스
중기 햄머톤 마이크 트랜스

잘 알다시피 우든은 마이크 트랜스로 세상에 태어났다. 자체 승압비가 65배 약 35dB 정도로(1차 DCR 1.5Ω, 2차 DCR 950Ω 정도이나 제작 시대별로 사용 코일의 두께나 재질 때문에 오차가 꽤 있음), 승압비가 높다는 오토폰 T-2000이 56배 35dB, 일반적인 MC 트랜스의 승압비가 30배 29dB, 유명한 코터가 20배 26dB 정도이니 이에 비하면 상당히 높다. 실제 용도는 다이내믹 마이크의 진동판에서 발전된 낮은 전압을 극대화시켜 믹서로 보내거나 믹서나 릴데크에서 마이크로부터 들어온 낮은 전압을 승압시키는 역할로 사용되었다. 따라서 마이크 내부 수납용과 믹서용으로 구분되었으며 초기 대형 트랜스는 보텍션(Vortexion) 마킹으로 납품되기도 했고, 대부분은 믹서나 릴테크 수납용으로 개체 포장되어 단품으로 많이 판매되었다.

초기 보텍스 버전은 중기 햄머톤이나 후기 페인팅 버전에 비해 부피가 4배 정도 된다. 따라서 소리의 톤도 두껍고 음색은 부푼 듯한 여운을 남기는 것이 특징이다. 고역이 섬세하지는 않지만 음악성 면에서 중·후기형보다 장점이 있으며 선이 가는 시스템에서는 발군의 보완 능력을 발휘하는 장점이 있다.

중기 햄머톤 버전은 저·중·고음 간의 대역 밸런스가 훌륭하며 음이 부담 없이 술술 나온다는 인상을 받았다. 즉, 이탈감이 좋다는 것이다. 어느 한구석 부족함 없이 낭랑하게 사운드를 이끌어 낸다. 탄노이 스피커로 들을 때는 탄노이를 더 영국스럽게 마감해 음의 자연스러움을 돋보이게 하는 결과를 얻었다.

중기 햄머톤 마이크 트랜스
중·후기 페인팅 마이크 트랜스

후기 회색 페인팅 버전은 고역의 뻗침이 초기, 중기형보다 강하다. 대신 전체적인 낭랑함은 살짝 가신다. 그렇다고 예의 영국적 사운드 기품을 잃은 것은 하나도 없다. 따라서 고역의 디테일이 더 꺼칠하지만 거슬리는 바는 없다는 뜻이다. 고역을 좋아하는 마니아라면 오히려 페인팅 버전을 권하고 싶다.

세 타입 모두 정통성을 버리지 않은 채 약간의 변화를 추구했는데, 아마도 주파수 특성, 특히 고역 특성을 개선하는 쪽으로 진행된 것 같다. 트랜스는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적용해 색다른 맛도 느끼고 음색을 바꾸어 나가는 기구로 즐기면 그만이다. 우든은 그런 면에서 영국 신사 성향의 매우 효과적인 단품으로 수집 대상 품목이라 말하고 싶다. 특히 오토폰과 같은 로우 임피던스 카트리지와 상성이 좋고, 곱고 낭랑한 음색을 추구할 때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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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9년 07월호 - 5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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