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og Essay - 오디오 평론가 김기인의 아날로그 기행•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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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log Essay - 오디오 평론가 김기인의 아날로그 기행•149
  • 김기인
  • 승인 2019.06.10 06:12
  • 2019년 6월호 (563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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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gra IV-S 포터블 릴 녹음기

나그라는 폴란드어로 ‘녹음하다’라는 뜻인데, 1951년 폴란드 생인 스테판 쿠델스키(Stefan Kudelski)에 의해 스위스 셰주(Cheseaux)에서 설립되었다. 프로페셔널 아날로그 현장 녹음기로 유명한 나그라를 보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우선 영화 촬영 장면이다. 실제 많은 명화들의 사운드가 바로 나그라 릴 녹음기에서 탄생되었으며, 국내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는 배우가 녹음하는 장면에서 실제 나그라 녹음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초기 실리콘 트랜지스터 증폭 회로 구성의 나그라 모노 IV는 1968년에 등장해 꾸준한 개량과 디자인 변경으로 1971년에 IV-S로 스테레오화된다. 초기 완성도가 대단히 높기 때문에 2005년 9월 최종 버전이 판매되기까지 큰 변화 없이 사용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 이후로도 진공관 하이엔드 오디오 제품 생산 등으로 나그라의 명성은 쭉 이어져 왔다.

나그라의 매력은 그 기계적 메커니즘과 완벽주의자적 무결점주의에 있다. 나그라 IV-S를 대하면 첫눈에 그 정신이 무엇인지 즉시 알아볼 수 있다. 그리고 실제 사용해 보면 더욱더 그들의 결벽주의에 가까운 지나친 완벽주의에 공감하게 된다. 그 완벽주의는 이상하게도 거부감 없이 사용자의 몸에 스며 온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미터방이다. 이 미터는 하나나 둘이다. 즉, 붉은색 L 채널과 검녹색 R 채널의 더블 VU 미터 아날로그 바늘이 내부에 내장된 스테레오 미터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미터는 세계 초유의 것으로 가능한 자리를 차지하지 않고 콤팩트한 포터블 녹음기에 수납하기 위한 구조이다. 특히 L·R 채널이 동시에 한 미터에서 동작하므로 L, R 편차에 대한 시각적 판별이 용이한 장점도 있다. 또 L·R 채널 입력 게인이나 출력 게인을 조정하는 노브도 서로 연동되어 동시에 움직이는 구조도 대단히 창의적이다. 물론 로킹을 풀면 따로 동작되기도 한다.

테이프를 거는 구조도 획기적으로, 핀치 롤러를 이격시키고 스트레이트(일자)로 걸어 핀치 롤러만 로킹시키면 테이프가 제자리를 찾아간다. 모든 헤드(소거, 녹음, 재생, TC-Time Code - 버전인 경우는 파일럿 헤드까지)가 시야에 한눈에 들어온다. 따라서 헤드의 마모 상태, 헤드의 오염 상태에 따라 즉각 조치가 가능하다(옵션인 스페어 헤드가 판매되고, 헤드 아지무스 조정은 그 자리에서 돌림 기어식으로 할 수 있도록 구비되어 있다). TC 버전인 경우 L·R 채널 사이 싱크 타임 코드 트랙이 하나 더 있다고 보면 되는데, 일반 오디오용으로 사용할 경우는 오히려 이 싱크 트랙이 없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외관상 녹음 헤드와 재생 헤드 사이에 동일 사이즈 파일럿 싱크 헤드가 3개 나란히 있으면 TC 버전이고, 2개만 있으면 일반 녹음 버전이다.

기본적으로 IV-S 외에는 모노 버전이며 모두 1/4인치 풀 트랙으로 한 방향으로만 녹음할 수 있다. 외부 아크릴 케이스로 덮을 경우는 5인치 테이프만 사용 가능하며 그 외에는 7인치, 10인치도 사용 가능한데, 10인치인 경우 별도의 옵션 QGB 테이프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기본으로 3.75, 7.5, 15inch/sec(이하 ips로 표기) 스피드 조절이 가능하며 3.75ips의 경우 5인치 테이프로 30분, 7인치 테이프로 1시간 녹음이 가능하다. 물론 속도가 2배로 늘어나면 녹음 시간은 반대로 1/2로 감소된다. 3.5ips로 녹음해도 원 소스와 거의 동일한 녹음 퀄러티를 얻을 수 있는데, 7.5ips나 15ips로 녹음하면 스튜디오 마스터테이프 퀄러티의 사운드를 얻을 수 있다.

모든 기능은 합리적으로 좁은 공간에 수납되어 있고, 포터블인 관계로 상당한 공간이 배터리 수납 공간으로 할애되어 있다. 특히 옆의 나사 2개만 풀면 왼편으로 상판 모터 메커니즘이 들어올려져 내부의 모든 기능을 점검하고 교환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것은 현장에서 하드하게 운영되는 영화 녹음을 감안해서 보수가 편리하도록 한 조치인데, 각 기능 전자 보드는 기본 버스에 탈·부착식으로 수납되어 이상이 있으면 ‘보드 투 보드’로 현장에서 교환할 수 있다. 공간 사용에 감탄을 금치 않을 수 없는데, 내부에 알니코 모니터 스피커까지 장착되어 있고, 모든 증폭기는 IC가 아닌 소형 캔 TR로 구성되어 내구성과 퀄러티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별도의 포터블 모니터링 스피커도 판매되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고가이다. 말하자면 현장 녹음 편집용 모니터링 시스템인 격이다.

최근 레코딩사 중에서 디지털보다는 이 아날로그 녹음에 집중하고 있는 제작사들이 꽤 있어 나그라 IV-S의 가격이 국제적으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거기다 디지털을 지양하는 순수 아날로그 사운드 마니아들까지 늘어나 상태가 좋은 나그라 IV-S는 부르는 게 값이 되어 버렸다.

이번 필자가 구매한 IV-S는 2005년 9월 나그라 최종 생산의 수입사 전시 보관품으로 거의 신품을 운 좋게 손에 넣었다. 모든 동작이 완벽해 라인 녹음과 마이크 녹음(베이어다이나믹 구형 다이내믹 마이크저 임피던스 타입)을 실행해 보았는데 기대 이상의 만족을 얻었다. 투명하고 자연스러운 아날로그 디테일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특히 CD를 녹음해도 디지털의 거부감은 사라지고 무엇인가 아날로그화된 음색을 펼친다는 것이 너무도 신기했다. 서서히 돌아가는 테이프 주행도 예술이지만 그 사운드는 더욱 예술이다.

현재 스텔라복스 등 굴지의 오디오 회사에서 새롭게 릴덱을 출시할 예정에 있는데, 이미 프로토타입으로 출시된 제품이 있으니 만큼 나그라에서도 또 다시 릴덱을 출시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 하에서 IV-S를 흡족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사운드는 모두 아날로그로 회귀하나…? 결국 인간의 귀는 자연스러운 아날로그를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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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9년 6월호 - 5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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