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glestonWorks The Vigin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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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glestonWorks The Viginti
  • 코난
  • 승인 2019.05.10 06:12
  • 2019년 5월호 (5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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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스톤웍스, 전통에 혁신을 더하다

 

 

20여 년 동안 쌓은 노하우로 뭉친 이글스톤웍스는 언제든 그 위에 새로운 것을 얹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소재와 함께 현대 하이엔드 오디오가 추구하는 사운드로 부드럽게 전이되며, 2막 1장을 열어젖히고 있다.

가끔 작금의 하이엔드 스피커들이 만들어지기까지 주춧돌을 마련했던 스피커를 떠올려보곤 한다. 현재와 유닛이나 설계는 꽤 많이 바뀌었지만 전체적인 구조와 혁신적 설계 기조 및 소재는 그때 이미 어느 정도 완성 단계에 있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타계한 데이브 윌슨의 와트/퍼피, 아발론의 여러 대형기들, 마그네판 또는 마크 레빈슨과 윌리엄 이글스톤 3세의 루나 원 같은 것들이다.
하이엔드 오디오는 음악적 심미안과 예술적 조형미, 그리고 기술적 진화의 산물이다. 단지 소리만이 아니라 음악의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는 여러 요소의 융합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의미에서 루나 원은 그 시절 가장 아름다운 오디오 예술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바로 그 제품을 만들었던 윌리엄 이글스톤 3세의 역작이 바로 이글스톤웍스의 안드라(Andra)였다.
이 안드라 스피커는 윌슨 오디오로 치면 사샤 같은 존재로 세월이 지나면서 계속해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처음 안드라가 출시되었을 당시는 윌슨 오디오가 와트/퍼피 5 시리즈를 막 런칭 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안드라는 무적 같던 와트/퍼피 5를 위협하는 흔치 않은 스피커 중 하나였다. 커다란 우퍼와 듀얼 미드레인지, 그리고 입체적 무대를 만들어내는 트위터는 중후 장대한 아메리칸 사운드를 대변했다.
세월은 무심하게도 광속처럼 빨리 흘러갔고, 이글스톤웍스 안드라는 올해로 20살을 먹었다. 1997년 국내는 IMF의 암흑 속으로 빨려 들어갔을 당시에 태어난 안드라. 만일 오리지널 안드라를 여전히 사용 중인 오디오파일이 있다면 성인식을 치러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당시 해외 유명 하이엔드 오디오 매거진에서 ‘올해의 라우드 스피커’ 수상의 영예를 얻은 후 강산은 두 번이 바뀌었고, 안드라는 여러 버전이 탄생했다. 와트/퍼피에서 사샤로 전이하며 성공일로를 걷고 있는 윌슨 오디오도 있지만, 안드라는 Ⅰ, Ⅱ, Ⅲ 등 계속해서 동일한 모델명에 버전업만 해왔다. 그리고 올해 급기야 안드라의 새로운 버전 더 비진티(The Viginti)가 탄생했다.
 

 

전체적인 골격은 비슷하지만, 비진티는 이글스톤웍스의 야심작으로 기존 안드라를 완벽히 체인지업하는 모델이다. 기본적으로 비진티는 미시시피 대학의 음향 물리 센터에 재직하고 있는 웨인 프래더(Wayne E. Prather) 교수가 테크니컬 부문에 있어 컨설팅을 맡은 스페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물론 현재 이글스톤웍스의 대표이자 수석 디자이너 짐 톰슨(Jim Thompson)이 함께 했음은 물론이다.
우선 비진티를 처음 마주하면 안드라의 그것을 훌쩍 뛰어넘는 풍채에 당황하게 된다. 안드라의 새로운 버전을 예상했다면 당신은 틀렸다. 안드라의 20주년 버전이 아니라 거의 새로운 모델의 탄생으로 봐도 좋다. 일단 높이가 50인치에 이르며, 깊이가 23인치, 폭이 14인치에 이른다. 스피커의 무게는 무려 100kg이 넘어간다. 크기와 함께 음질 면에서 가장 큰 변화는 트위터의 변경과 내부 크로스오버 설계다. 우선 스피커의 음색 및 스테이징 능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트위터의 경우 베릴륨 진동판을 채용하고 있다. 매지코나 YG 어쿠스틱스 등 현존 최고 수준의 하이엔드 스피커들에서 사용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유닛. 물론 그들과 동일한 버전은 아니나 비진티는 스캔 스픽에서 만든 베릴륨 돔 트위터를 사용하고 있다. 이 트위터를 중심으로 상하에 미드레인지 두 발을 장착하고 있다. 조셉 다폴리토의 유닛 배치 이론인 MTM 기법을 활용해 수평축에서 매우 균질한 사운드 방사 패턴을 갖게 설계한 모습이다. 미드레인지는 이글스톤웍스의 여타 모델에서도 볼 수 있었던 카본 돔 미드레인지로 모렐에서 특주한 6인치 구경 유닛이다.

 

 

 

 

 

우퍼로 시선을 옮기면 총 두 발의 10인치 우퍼를 발견할 수 있다. 안드라보다 훨씬 더 큰 용적을 가지는 이 스피커를 개발하면서 아마도 12인치 한 발보다는 약간 더 작은 우퍼 두 발을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저역 재생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구성이 스피드나 낮은 저역의 정확한 재생에 한층 더 유리하다. 더불어 크로스오버의 경우 문도르프의 실버/골드 포일 커패시터 및 인덕터 등 고급 부품들로 도배하다시피하고 있다. 과거 안드라를 답습하지 않으면서도 광대역을 재생하는 대형 스피커로 거듭난 모습은 확실히 인상적이다.
비진티의 혁신은 인클로저 소재 및 구조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MDF, HDF는 물론 알루미늄과 카본 등 대단히 다양한 소재를 혼합해 진동에 대응하고 있는 모습. 5/8인치 MDF 두 겹을 겹쳐 1.25인치 패널을 만들고, 내부 브레이싱엔 HDF 목재를 사용해 진동에 매우 강하게 설계했다. 특히 인간의 청감에 가장 민감한 대역인 중·고역의 후방 구조를 개선해 노이즈 없이 매우 맑고 투명한 중·고역을 얻을 수 있었다. 더불어 스피커 상단의 사이드 패널의 경우 카본과 알루미늄을 사용하여, 공진과 회절 등 캐비닛으로 인한 착색을 극도로 제어하고 있다. 확실히 비진티는 안드라의 후계기라고 하기엔 유닛 구성부터 크기와 스케일 모든 것에서 혁혁한 혁신이 이루어진 스피커다.

 

 

 

 

 

일단 조니 미첼의 ‘A Case Of You’ 같은 곡을 들어보면 커다란 음상이 실사이즈로 맺히며 노르마의 프리·파워 앰프와 매칭에서도 제동이 그리 어렵지 않을 만큼 소리가 수월하게 술술 흘러나온다. 대형기의 면모가 대단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표현되는 모습인데, 너무 거칠고 육중하지 않고 풍만하면서도 부드럽다.
저역 부근의 낮은 더블 베이스 사운드부터 중·고역을 오가는 스트링 세션의 섬세함까지 마스킹 없이 섬세하게 표현된다. 특히 중·고역에서 그 음색은 과거 안드라와 완전히 선을 긋고 새로 시작하는 모습이다. 필자 또한 현존하는 유닛 중 가장 뛰어나다는 데 동의하는 스캔 스픽 베릴륨 트위터의 성능은 이런 혁신의 핵심으로 기능하고 있다. 깊고 웅장한 저역은 그대로지만 좀더 넓고 넉넉한 포용력을 갖춘 타입으로 변화해 장시간 시청해도 부담스럽거나 피로하지 않다. 낮은 대역에서 쥐어짜는 모습이나 지나치게 딱딱해지는 버릇이 사라지고 공간을 넉넉하게 감싸며 청취자를 부드럽게 감싼다.
트론트하임 졸리스텐의 ‘Simple Symphony’를 들어보면 그윽하게 긁어내는 활의 움직임이 눈앞에 보일 정도로 실연의 느낌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이런 곡에서도 베릴륨 트위터의 역할은 지대하다. 촘촘한 미립자의 고운 소릿결을 가졌지만 롤오프 없이 또렷하고 선형적으로 하늘 높이 뻗어나간다. 착색 없이 맑고 고운 소리로 메탈 톰의 선형성과 속도, 그리고 소프트 돔의 유려한 음색을 모두 살려내고 있다. 기존 안드라의 생생한 현장감과 스케일은 그대로지만 음색과 촉감은 완전히 바뀐 모습이다.

 

 

 

 

 

이 외에 앨런 테일러의 ‘All is One’ 같은 곡에서는 10인치 우퍼 두 발은 과거 12인치 한 발보다 속도 면에서 빠르고 매우 자연스럽게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실제 수치상으로 능률 자체의 변화 폭은 크지 않지만 청감상 앰프 매칭이 훨씬 더 쉬워진 것으로 평가된다. 마지막으로 피에르 불레즈와 시카고 심포니가 함께한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를 들어보면 매우 커다란 폭으로 확장되는 다이내믹스를 가감 없이, 그야말로 수월하게 표현해주어 실체감이 대단히 높다. 광활한 무대 표현은 역시 이글스톤웍스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 외에 테오도르 쿠렌치스가 지휘한 말러의 6번 교향곡에서도 각 악기들의 분리도가 높으면서도 압축하거나 인위적으로 그려낸 무대가 아닌 자연스럽고 웅장하게 그려낸 사운드 스테이징을 보여준다. 착색이 제거되고, 현장의 싱싱한 무대와 열기를 실내 공간 안으로 더 사실감 넘치게 옮겨온 느낌이다.
수석 디자이너 짐 톰슨이 전체 프로젝트를 기획·진행했지만 미시시피 대학의 음향 물리학 교수 웨인 프래더의 참여는 이글스톤웍스 사운드를 완벽히 혁신시키고 있다. 물론 기존 안드라로 3세대까지 진화시켜온 그들의 저력이 바탕 되었을 것이다. 시간과 역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20여 년 동안 쌓은 노하우로 뭉친 이글스톤웍스는 언제든 그 위에 새로운 것을 얹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소재와 함께 현대 하이엔드 오디오가 추구하는 사운드로 부드럽게 전이되며, 2막 1장을 열어젖히고 있다. 20Hz 초저역에서 고역은 40kHz까지 높아진 비진티. 그러나 가격을 검색해보곤 놀랐다. 아마 다른 하이엔드 메이커라면 적어도 1.5배는 더 비싼 가격표를 붙였을지도 모른다.

 

 

 

 

수입원 SP-오디오 (02)2156-7590  
가격 6,800만원   사용유닛 우퍼(2) 25.4cm 카본 콘, 미드레인지(2) 15.2cm 카본 콘, 트위터 2.5cm 베릴륨 돔   재생주파수대역 20Hz-40kHz   임피던스 6Ω   출력음압레벨 87dB   크기(WHD) 35.5×127×58.4cm    무게 115.6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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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9년 5월호 - 5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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