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oustic Energy AE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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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oustic Energy AE300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9.03.01 00:00
  • 2019년 3월호 (560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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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1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명작 스피커

 

처음에는 어쿠스틱 기타 솔로로 시작하다가 점차로 편성이 거대해지며, 마치 기타 협주곡과 같은 사이즈가 된다. 그 전개가 일목요연하게 포착된다. 특히, 오케스트라의 거대한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기타 혼자서 오롯이 전개해가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해상도라는 면에서 상당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1990년대 초, 수입자유화의 물결을 타고, 이 땅에 처음으로 외국의 난다긴다 하는 오디오들이 앞을 다퉈 들어왔다. 단군 이래 최대의 호황을 누리던 와중에 이렇게 갑자기 문호가 개방된 터라, 정말로 용산과 세운상가를 가면 눈과 귀가 한없이 즐거웠다. 특히 미국에서 윌슨 오디오를 비롯, 아발론, 틸, 헤일스 등 처음 들어보는 하이엔드 스피커들이 꿈속에까지 나타날 즈음, 그 높은 가격에 한숨만 푹푹 쉬는 와중에 아주 특이한 스피커가 선을 보였다.
사실 겉모습부터 심상치 않다. 호화스러운 스탠드 위에 담긴 몸체는 작지만 빈틈이 없었고, 작은 구경의 미드·베이스는 빠른 스피드로 저역을 처리하고 있었다. 특히, 빼어난 해상도와 폭넓은 다이내믹스는 북셀프 스피커의 세계를 단숨에 확장시켰다. 그 주인공이 바로 AE1이다. 이후 2, 3, 4, 5 등 형번을 달리하는 여러 모델이 런칭되었다. 나는 운이 좋게 2를 쓰면서 어지간한 하이엔드 부럽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이런 어쿠스틱 에너지도 한때 회사가 FPI(Formosa Prosonic Industries)라는 곳에 넘어간 적이 있다. 주로 스피커의 OEM을 주로 하는 거대 기업인지라, 자사의 간판으로 내세울 만한 브랜드가 필요했던 바, 작으면서 알찬 실력을 가진 어쿠스틱 에너지가 안성맞춤이었다. 이 회사 산하에 있을 때 주로 저가의 시리즈를 내거나 혹은 블루투스 스피커, 라디오 등을 내는, 어찌 보면 좀 평범한 회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작년 초, 다시 주인이 영국으로 바뀜에 따라 본연의 자세로 돌아왔다. 이후 AE100의 성공에 힘입어 이번에 AE300이 나온 것이다. 그 바탕은 당연히 AE1. 그러므로 많은 스피커 회사들이 긴장하게 생겼다.

비록 작은 몸체이긴 하지만, 내용은 무척 알차다. 우선 담당 주파수 대역이 45Hz-30kHz나 한다. 어지간한 톨보이 뺨치는 광대역이다. 또 감도는 86dB에 불과해 최소 100W급의 파워는 필수. 그런 면에서 결코 쉬운 스피커는 아니다. 그러나 전작 AE1이나 2에서 봤듯, 제대로 대접해주면 어지간한 하이엔드 스피커를 찜 쪄 먹는 실력기다. 그 혈통을 고스란히 계승하고 있으므로, 만만히 봐서는 안된다. 당연히 투자한 만큼 멋진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
드라이버 구성을 보면, 우선 트위터가 28mm 구경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통상 1인치 내외인 것을 고려하면, 이렇게 조금이라도 클 경우, 그에 상응하는 내용을 갖추기 마련이다. 덕분에 30kHz까지 평탄하게 위로 뻗으며, 밑으로도 상당히 내려간다. 따라서 미드·베이스와 조합할 때 아주 자연스러운 블렌딩이 가능해진다. 진동판은 알루미늄 소재로, 강도가 높으면서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특히, 웨이브가이드를 적절히 활용해서 폭넓은 방사각을 구축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편 이와 커플링되는 미드·베이스는 13cm 구경을 갖추고 있다. 진동판 소재는 세라믹과 알루미늄을 샌드위치한 것으로, 내입력이 좋아 아주 강력하게 파워를 걸어도 별문제가 없다. 모터 시스템을 보면 앞뒤로 움직이는 길이가 길어서, 상당히 강력하고, 정확한 저역을 재생하고 있다. 45Hz까지 쭉 떨어지는 저역은 이렇게 구경이 작아도 마그넷 시스템의 강력한 설계로 보완되어 얻어진 것이다.

아무튼 고작 6.5kg에 불과할 정도로 무게도 적게 나가고, 사이즈도 작다. 그러나 예전의 영광을 재현하기엔 전혀 부족함이 없다. 당연히 스탠드로 단단히 받쳐주고, 하이 퀄러티의 파워를 듬뿍 넣어주면 정말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특히, 편성이 복잡하고, 재생이 쉽지 않은 소프트를 걸어보면, 본 기의 강점을 잘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첫 곡은 맥코이 타이너의 ‘Satin Doll’. 전형적인 피아노 트리오의 구성인데, 일단 악기 배치가 명료하다. 브러시로 두드리는 스네어가 매우 세밀하게 재생된다. 피아노는 유유자적, 약간 멜랑콜리한 느낌까지 담아내고 있다. 의외로 베이스의 존재감도 뛰어나 확실하게 밑으로 떨어진다. 전체적인 밸런스와 디테일 등이 우수해서, 과연 AE1의 후예답다고 느끼게 된다.
이어서 케니 버렐의 ‘Lotus Land’. 처음에는 어쿠스틱 기타 솔로로 시작하다가 점차로 편성이 거대해지며, 마치 기타 협주곡과 같은 사이즈가 된다. 그 전개가 일목요연하게 포착된다. 특히, 오케스트라의 거대한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기타 혼자서 오롯이 전개해가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해상도라는 면에서 상당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빌리 홀리데이의 ‘Blue Moon’. 정말 옛 녹음이지만, 맛이나 느낌을 놓치기 쉽다. 그 점에서 확실히 오랜 기간 스피커를 만들어 온 내공이 잘 살아 있다. 과거 어느 좋았던 시절의 격조랄까 감성을 잘 담고 있다. 약간 구슬픈 듯한 빌리의 보컬은, 뭔가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중간에 나오는 여러 혼 악기의 솔로는 구성지고 또 매혹적이다. 비록 대역이 좁고, 무대가 가운데 쏠려 있지만, 그게 바로 모노 녹음이다. 그 한계를 이렇게 음악적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수입원 샘에너지 (02)6959-3813
가격 117만원(월넛), 108만원(블랙, 화이트)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재생주파수대역 45Hz-30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2.8kHz   임피던스 6Ω   출력음압레벨 86dB   파워 핸들링 100W   크기(WHD) 17.5×30×26cm   무게 6.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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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9년 3월호 - 5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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