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윙(Top Wing) 주작(Suzaku) 코어리스 스트레이트 플럭스형 카트리지(Coreless Straight Flux – C.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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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윙(Top Wing) 주작(Suzaku) 코어리스 스트레이트 플럭스형 카트리지(Coreless Straight Flux – C.S.F.)
  • 김기인
  • 승인 2019.03.01 00:00
  • 2019년 3월호 (560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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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윙에서 처녀작 청룡(Seiryu)에 이어 플래그십 모델 주작(Suzaku – 일본식 발음으로 주자쿠)을 발표했다. 참새라는 뜻인데, 우리 청룡, 백호, 주작의 주작과 비슷하지만 의미가 약간 다르다. 우스갯소리로 ‘조금 있으면 백호도 나오겠네’ 라고 농을 한 적도 있다.
기본 개념은 전작 청룡과 동일하다. 그러나 바디 재질과 진동계 위치, 코일 위치 등을 심도 있게 발전시켜 놓았다. 결과적으로 바디는 두랄루민에서 카본 적층형으로, 코일은 인덕턴스 유도체에 더 근접시켜 내부 깊숙이 삽입했으며, 캔틸레버는 동일한 재질이지만 길이를 증가시키고 표면을 초정밀 가공해 중심부 쪽으로 테이퍼진 모양을 하고 있다.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좌우로 긴 직사각형 베이스 다이아몬드를 초 타원으로 가공해 대단히 깔끔하게 접착시켜 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캔틸레버의 스타일러스 접속 부위와 스타일러스 간에 공극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압착시켜 놓은 특징이 있는데, 지금까지 보아 온 어느 카트리지에 비해 접속력이 우수했다.

스펙은 출력 0.2mV/5cm·sec, 내부 임피던스 12.3Ω, 침압 1.75-2g으로 청룡과 동일하나 무게는 9g으로 3.3g 가벼워졌으며, 가격은 30% 정도 상승했다. 그리고 전작 청룡에서는 동일 재질의 헤드셸이 부속되어 있었으나 주작에서는 헤드셸이 생략되었다.
특이한 것은 스펙 중에 임피던스는 비밀(Secret)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것인데, 오만한 제조사라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사운드에 신비적인 기대감을 주어서 좋았다. 설계자인 메구로 히로무(전 그레이스 카트리지 설계자)의 착안이 아닌가 싶다. 탑윙 사장과의 미팅 중에 유럽에서 주작 10개를 오더를 받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의 자신만만한 표정이 환하게 전달되었다. 사실 지난해 전 일본의 카트리지계와 유럽의 고급 카트리지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하며 상을 휩쓴 것도 우연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C.S.F.형의 가장 큰 장점은 고정 코일에 있다. 예의 MC형에서는 코일이 자속에서 진동해 발전됨으로써 유도 얼룩이 생긴다. 말하자면 기준점이 항상 움직인다는 뜻이다. 그러나 코일이 고정되면 이 얼룩은 사라지고 대단히 평정된 기준점에서 발전되어 항상 안정도를 유지할 수 있는 동시에 진동계를 코일로부터 해방시켜 쉽게 부품이 교환될 수 있다는 것인데, 스타일러스 손상 시 수리비가 일반 MC형에 비해 대단히 저렴해 카트리지 값의 1/10 정도에서 보수될 수 있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것은 결국 새로운 진동계나 스타일러스 형태에 따른 음색 변화나 대응력에 쉽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는데, 다시 말하자면 사용자 임의로 스타일러스 형태나 캔틸레버의 재질 등을 선택·주문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코일은 내부 안쪽 깊숙이 댐퍼 근처에 90° 각도로 바디에 투명 접착제로 부착시켜 놓아 외부에서도 보인다. 그리고 코일 옆에 원형의 유도체가 근접 진동할 수 있도록 설치되어 있다. 바디를 탄소 적층 재질로 변경한 것은 고정 코일의 미세 진동을 제거하고 진동계 운동 패턴을 화사하게 유도하려 함이다.
결과적으로 전작 청룡에서 느꼈던 약간의 빈티지 성향 음색을 더 화려하고 우아한 현대적인 이미지로 변환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현의 가닥추림과 피아노의 에너지감이 상승했다는 느낌이며, 오케스트라의 각 악기 연주자 주변 부위의 공간감까지 재생하는 놀랄 만한 음장감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이런 공간감은 지금까지 어떤 카트리지에서도 느껴 보지 못했던 무엇인가 새롭고 한 단계 진보한 각별한 사운드였다. 그렇다고 음이 기계적이지도 않으며 음선도 두툼해 모든 것을 포괄하고 있다는 놀라운 충격을 받았다.
카트리지가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감탄과 함께 욕심부터 생긴다. 현과 피아노 소편성, 대편성, 그리고 성악, 클래식, 재즈, 가요, 국악 장르를 총망라해 포괄적으로 소화하고 있으면서도 어떤 처녀성을 느낄 수 있었던 혁신적 카트리지였다. 가격이나 조금 낮추었으면 좋겠건만 너무 고가인 것이 흠이다.

560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9년 3월호 - 5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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