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cktail Audio X50 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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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ktail Audio X50 Pro
  • 월간오디오
  • 승인 2019.02.01 00:00
  • 2019년 2월호 (5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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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는 럭셔리한 방법

 

여러분은 만약에 집에 불이 난다면 무엇부터 챙기실지. 가족들은 이미 안전한 상태라고 가정하자. 그리고 집안에 금덩어리나 비밀 금고, 또는 귀한 문화재를 갖고 있는 특수한 계층의 사람들은 빼자. 나도 같은 생각을 하면서 내 집안에 있는 물건들을 둘러보았는데, 모두가 ‘없어도 그만’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짧지 않은 삶을 살아오면서 소중한 물건이 이리도 없다니….
가구나 가전제품은 어차피 오래된 것들뿐이니, 없이 살거나 꼭 필요하면 새로 사면 그만이다. 오디오는 없으면 당장 불편하겠지만, 작은 액티브 스피커로도 충분히 음악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책들은 애써 모은 것들이지만 어차피 늘 읽는 것도 아니니, 앞으로 꼭 읽을 책들만 다시 모으면 될 것이다. CD나 LP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CD들은 전집류를 제외하면 컴퓨터에 모두 저장해 두었으므로 없어져도 별 상관없을 것이다. 아, 컴퓨터! 컴퓨터가 없어진다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숨이 콱 막혀 온다.
컴퓨터도 더 빠른 최신형으로 바꿀 수는 있겠지만, 그 안에 저장된 추억이 담긴 사진들, 업무에 관련되었거나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온갖 정보들, 그리고 애써 구축해 놓은 음반 라이브러리는 돈을 많이 쓴다고 해서 복구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나는 - 만약 집에 불이 난다면 - 컴퓨터부터 챙기기로 했다. 컴퓨터가 여의치 않다면 하드 디스크라도 빼 가지고 나올 생각이다.
작년에 하드 디스크 세 개 중 하나가 갑자기 고장나는 바람에 3년가량 공들여 모은 음원이 모두 사라진 적이 있었다. 평소 지인들에게 ‘백업’의 중요성을 수없이 강조해 왔지만, 정작 내 자신은 백업을 게을리했던 것이다. 이후 6개월 동안 이를 복구하려고 많은 공을 들였지만 아직까지 1/3가량밖에는 복구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컴퓨터에 문제가 생겨서 메인보드를 A/S 센터에 보내는 등 한바탕 난리를 피우기도 했다.

나는 하나의 컴퓨터로 일에 관한 소프트웨어는 물론, 음악 감상을 포함한 모든 것을 하고 있다. 때문에 컴퓨터는 반드시 고성능이어야 했고, 하드 디스크도 여러 개를 사용하면서 케이스는 커지고 시스템은 복잡해졌다. 무엇보다 쉴 새 없이 혹사되었기에 컴퓨터가 고장날 만도 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일이 간헐적으로 반복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어떻게 해야 컴퓨터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까?
내가 내린 결론 중 하나는 음악용 컴퓨터를 독립시키는 것이었다. 그동안 컴퓨터에서 USB 선을 길게 뽑아 오디오에 연결하고 있었기에 기왕이면 오디오 랙에 음악용 컴퓨터를 둘 생각을 했다. 그런데 오디오 랙에 놓을 컴퓨터가 마땅치 않다. 한때 ‘반짝’했던 HTPC는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고, 따라서 신제품도 나오지 않아서 USB 3.0 같은 것을 쓸 수 없다. 게다가 작은 케이스는 환기팬도 작기 때문에 회전수가 높아서 시끄럽다. 한동안 고민하던 나는 놀랍게도 컴퓨터 시장이 아닌 오디오 시장에서 내 목적에 꼭 맞는 제품을 찾게 되었다. 그것은 칵테일 오디오의 CA-X50D였다.
CA-X50D는 음악 감상에 필요한 모든 것 - 하드 디스크 서버와 디지털 트랜스포트가 결합된 진정한 음악 전문 컴퓨터다. 보통의 컴퓨터는 최소한 세 개의 팬을 갖는데, CA-X50D는 오디오로서 설계되었으므로 단 한 개의 팬도 달려 있지 않다. 게다가 운영 체제는 윈도우처럼 범용적인 목적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 음악 재생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므로 불필요한 리소스의 사용도 일절 없다. 핸드폰이나 태블릿 PC로 조작이 가능할 뿐 아니라, 전면에 큼지막한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 별도의 모니터를 두지 않아도 상관없으며 거의 모든 기능을 조정할 수 있는 리모컨까지 제공된다.

CA-X50D는 DSD256을 포함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음원 포맷을 지원하며 입·출력 단자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특히 전원 노이즈의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출력 전용’ USB 단자가 제공되는 점과, 워드 클록 출력 단자를 통해 하이엔드 DAC에 정확한 클록을 공급할 수 있게 한 점은 CA-X50D가 ‘컴퓨터’를 넘어 당당한 ‘오디오 기기’로서의 면모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CA-X50D는 일반 오디오 기기 크기로 3.5인치 하드 디스크나 2.5인치 하드 디스크 또는 SSD를 두 개 장착할 수 있다. 특히 마음에 든 점은 간단한 조정으로 레이드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레이드를 0번으로 하면 하드 디스크 두 개가 하나의 디스크로 합쳐져서 속도가 빨라지며, 레이드를 1번으로 하면 하드 디스크 두 개 중 하나가 자동 백업을 수행하는 미러링이 수행된다. 하드 디스크의 내용이 변할 때마다 항상 백업해 두니 하드 디스크가 갑자기 고장나더라도 소중한 음원 파일은 안전한 것이다!
그런데 CA-X50D를 구입하지 않고 잠시 시간을 끌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X50D의 럭셔리 버전인 X50 Pro가 발표된 것이다. X50 Pro는 모든 몸체가 알루미늄일 뿐 아니라 전원부에도 알루미늄 서브 섀시를 사용해 더욱 철저히 간섭을 배제했고, CPU도 듀얼 코어에서 쿼드 코어로 업그레이드되었으며, 음의 경로를 단순화시켜 음질을 향상시키는 튜닝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디지털 기기에서 가장 - 생각 같아선 ‘가장’을 세 번 정도 반복하고 싶다 - 중요한 발진기가 TCXO에서 크리스텍 사의 CCHD-575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이는 정밀 계측기에서 사용될 뿐, 아직 오디오에서는 널리 사용되지 않는 세계 최고의 발진기다.
CA-X50D만 해도 충분할 것이라는 생각도 잠시 해 봤지만, 나중에 ‘그때 X50 Pro를 살 걸’ 하고 아쉬워할 것이 뻔하기에 X50 Pro를 구입했다. 하드 디스크는 일단 4TB 두 개, 레이드를 1번으로 잡고 내가 갖고 있던 고음질 파일과 DSD 파일들을 담아 보았다. 다른 음원들은 멀리 떨어진 컴퓨터로부터 네트워크를 통해 재생하도록 했다. 음원들을 X50 Pro의 DB에 등록해 보니 내가 작성한 태그나 앨범 사진들도 잘 전달되었고, 직관적인 그래픽 인터페이스에도 만족했다.
음악을 듣는 것이 훨씬 즐거워졌다. 오디오 시스템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기분이다. PC로 음악을 들을 때도 특별한 소음을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X50 Pro를 사용하면서 배경이 정숙하다는 말의 의미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음장이 정교해지고 고역의 가닥 추림이 좋아 청감상의 해상도가 높아진 것을 뚜렷하게 느끼게 된다.
어쩌면 X50 Pro가 하는 일을 일반 PC로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음악 재생을 위해 꼭 필요한 기능 외에 다른 기능을 모두 정지시키는 소프트웨어도 나와 있다. 그리고 푸바에 능통한 애호가라면 DSD를 재생하는 모듈과 UPnP 모듈을 푸바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팬이 없는 파워 서플라이와 팬이 없는 CPU 쿨러도 찾으려면 찾을 수 있으며 웬만한 메인보드는 하드 디스크의 레이드를 지원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구현하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노력은 결코 만만히 볼 것이 아니다. 그리고 어떤 고가의 메인보드도 X50 Pro와 같은 다양한 - 오디오용 입·출력 단자를 제공하지 않는다. 또한 어떤 범용 소프트웨어도 네트워크 플레이어와 하드 디스크 서버를 X50 Pro처럼 완벽하게 제어하지 못하며, 무엇보다 X50 Pro처럼 정밀한 클록을 장착한 메인보드는 세상에 없다. 그래서 나는 기분이 좋다. 내가 쓰는 오디오는 최고의 수준이라 할 수 없지만, 음원 플레이어로 쓰고 있는 X50 Pro는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럭셔리 제품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문의 : 헤르만오디오 (010)4857-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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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9년 2월호 - 5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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