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yin MA-80 Pho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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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yin MA-80 Phono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9.01.01 00:00
  • 2019년 1월호 (558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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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 유니온의 추억을 회상하며

 

지난번 도쿄 오디오 쇼를 참관한 후, 오랜만에 일주일 정도 여유 있게 이곳에서 보냈다. 정확히는 신주쿠 인근의 신오쿠보에서, 주변의 레코드 숍을 다니고, 쇼핑몰을 구경하고, 맛집을 순례하면서 별 하는 일 없이 보냈다. 매년 도쿄를 찾지만, 최근에는 오로지 쇼만 구경하고 마는 것 같아, 이번에 단단히 별러서 시간을 낸 것이다.
사실 이번 방문 목적 중 하나는 특정 자료를 찾는 것이었다. 때문에 시부야, 간다 등을 온통 뒤지고 다녔는데, 다행히 아키하바라에 있는 북 오프라는 중고 서점에서 원하는 것을 구할 수 있었다. 막상 자료를 구하고 보니, 역시 일본이군, 하는 말이 나왔다. 정말 없는 게 없다.
그 한편으로, 최근 지인 한 분이 일본 엔카에 열광한 관계로, 이 분야에 관계된 음반점을 애타게 찾고 있었다. 얼마 전 NHK의 특집 프로그램에 등장한, 쇼와 시대의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란다. 쇼와 시대라. 시기적으로는 1926년에서 89년에 해당하는 바, 히로히토의 즉위 시기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실제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대다. 대동아 전쟁, 원폭 투하, 미 군정, 도쿄 올림픽, 경제 부흥 등 숨가쁜 사연이 많았다. 한데 이 시대의 총아인 미소라 히바리가 역시 89년에 사망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이때 발표된 기사의 제목이 뭐냐면, ‘쇼와, 드디어 끝나다!’였으니까.

다행히 이 음반점을 찾아냈다. 신주쿠 동쪽 출구에 위치한 기노쿠니야 서점 건너편을 뒤지면 나온다. 디스크 유니온 체인 중 하나로, 그리 크지 않지만, 한 층 전체가 쇼와 시대의 음반들로 채워져 있었다. 덕분에 주변에 산재한 이 체인의 전문점을 차례차례 뒤져봤다. 그중 재즈와 흑인 음악을 다루는 곳에 가보니, 역시 혼 타입 스피커로 쩌렁쩌렁 좋았던 시절의 재즈를 멋지게 들려주고 있었다.
바로 그 기분을 살려, 이번에 특별히 MA-80 포노의 EL34 버전을 수배했다. 과거 EL34가 장착된 앰프를 써서 재미를 본 적이 있으므로, 이참에 도쿄에서 구한 LP를 집중적으로 들어보리라 결심한 것이다. 마침 어쿠스틱 솔리드의 111 메탈도 구할 수 있었으므로, 동 앰프의 포노단을 살려, MM 카트리지로 재즈와 록을 들으리라 결심한 것이다. 한데, MA-80과 함께 귀한 손님도 같이 왔다. 바로 디아파송의 카리스 Ⅲ. 덕분에 클래식도 함께 들어볼 수 있었다. 정말 호사스러운 밥상을 받은 기분이다.

참고로 MA-80을 보면, 바이어스 조정이 무척 쉽게 되어 있다. 알다시피 EL34를 채널당 두 개씩, 이른바 푸시풀 방식으로 설계했으니, 바이어스 부분을 까다롭게 다룰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조정 과정이 어이없이 간단하다. 일단 상단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고, 일자 드라이버를 동원해서 조정하면 된다. 그 내용이 전면 패널 왼편에 있는 미터기에 표시가 된다. 중앙 부근에 위치시키면 끝. 너무나 편리하다. 또 EL34뿐 아니라 KT88의 장착도, 버튼 하나로 변경할 수 있다. 뭐 이런 서비스가 별것 아니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래도 실제로 사용해보면 더없이 소중하다.
일단 바이어스 조정을 마친 후, 카리스 Ⅲ부터 들어봤다. 첫 곡은 아쉬케나지와 펄만이 함께 한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1악장. 일단 LP라는 포맷 자체가 주는 풍부한 정보량과 리얼한 음상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바이올린은 결코 가냘프지 않고, 피아노의 은은한 터치는 마음을 편하게 한다. 두 대가가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열고, 영적인 대화를 나누는 듯하다. 이어서 아쉬케나지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1악장. 역시 장엄하게 펼쳐지는 오케스트라를 배경으로, 수려하게 전개되는 피아노의 운율은 정말로 아름답게 공간을 장식한다. 카리스 Ⅲ은 그리 광대역을 커버하는 스피커는 아니지만, 음악의 핵심을 제대로 짚을 줄 안다.

이어서 스피커를 클립쉬 쪽으로 바꾼 후, 캐논볼 애덜리의 ‘Somethin' Else’를 들었다. 1950년대 말, 전성기 블루 노트 녹음의 강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선도가 높고, 해상력이 출중하며, 전체 밸런스가 양호하다. 화려한 심벌즈의 향연은 귀를 의심하게 하고, 낭랑한 트럼펫 솔로는 스피커를 뚫고 나올 정도다. 비록 리마스터링 음반이긴 하지만, 그래도 블루 노트 아닌가. 정말 소중히 보관해야겠구나, 새삼 다짐해본다.
마지막으로 비틀즈의 ‘Get Back’을 들었다. 여기엔 사연이 좀 있다. 지난번 도쿄 방문 때, 일부러 롯폰기에 있는 <애비 로드> 클럽을 찾았다. 비틀즈 카피 밴드가 출연하는 곳이다. 마침 정평이 있는 패로츠가 출연했다. 정말 연주력 하나는 끝내줬다. 특히, 링고의 드럼을 100% 재생한다. 상당한 실력이다.
그러나 대부분 잘 알려진 곡이 아니라서, 객석의 열기가 좀처럼 뜨거워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연주가 끝나자마자 내가 앵콜, 앵콜 소리쳤는데, 그게 신호가 되어 여러 곳에서 앵콜 세례가 이어졌다. 바로 그때 ‘Get Back’을 연주해준 것이다.
그 추억을 회상하며 들어보니, 일단 폴의 베이스가 풍부하고 다이내믹하며, 보컬의 공격적인 면도 잘 살아 있다. 반복적인 드럼의 리듬이나, 신명난 기타 솔로 등, 여러모로 마음을 들뜨게 한다. 이런 음악을 듣고 있으면, 최근의 경험이 더해져서 더욱 집중하게 된다. 절대 비틀즈는 과거형이 아니고, LP도 마찬가지. 이 작은 몸체에 포노단을 담아낸 MA-80은 가격적인 면도 훌륭하다. 그간 KT88로만 듣다가 EL34로 들으니, 더욱 매력이 배가된 느낌이다.

 

수입원 케인코리아 (02)702-7815   가격 174만원(EL34), 186만원(KT88)   사용 진공관 EL34(KT88)×4, 12AX7×2, 12AU7×2    실효 출력 35W   포노 입력 지원    출력 임피던스 4Ω, 8Ω    크기(WHD) 39.5×18.5×29.5cm    무게 6.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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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9년 1월호 - 5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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