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tor Ⅲ 오크우드 혼 유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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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tor Ⅲ 오크우드 혼 유성기
  • 김기인
  • 승인 2019.01.01 00:00
  • 2019년 1월호 (558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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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7년 에디슨이 실린더 유성기를 발명하고 그 이후 다이아몬드 치펀데일 등 여러 모델을 개량해 유성기 생산에 몰두했지만 사업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한다. 가장 큰 이유는 소프트웨어인 실린더가 대량 생산이 불리해 가격이 높고, 음질과 음량 면에서의 만족도도 부족한 데 있었다. 
이에 1888년 독일 출신 이민자 에밀 베를리너(Emile Berliner)에 의해 디스크 타입 소프트웨어와 유성기가 선보여지고 스스로 유성기 사업에 뛰어든다. 초기 장난감 토킹 머신으로부터 점차 직류 모터를 사용하는 고충실도 유성기를 상용화해 사업적으로 번창 일로에 있었는데, 구동 모터의 가격이 비싼 데다 복제판이 나도는 바람에 여러모로 애를 먹고 있었다. 그러나 유성기는 당시 대세 오디오 기기로 매우 전망이 밝은 분야였던 것만은 확실했다.


그때 엘드리지 존슨(Eldridge R. Johnson)은 그래험 벨(Alexander Graham Bell)이 창립한 그라포폰(Graphophone) 유성기 협력사로 이미 발명되어진 고가의 배터리 구동 모터 드라이브 유성기의 경쟁 버전으로 태엽 구동 유성기를 생산하고 있었는데, 독자적 노선을 추구한 바, 곧 그라포폰 사와 결별하고 1901년 9월 뉴저지에서 ‘The Victor Talking Machine Company’, 즉 ‘The Victor’ 사를 창립해 1901년부터 약 40여 년 동안 빛나는 토킹 머신 부흥기를 맞이한다. 이 전성기의 중심에 있는 유성기가 바로 Victor 0에서 시작하는 Ⅰ, Ⅱ, Ⅲ, Ⅳ, Ⅴ, Ⅵ으로 탁상형 혼 유성기의 최종 버전 라인업이라 말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Victor Ⅲ는 베스트셀링 모델로 1902년부터 1920년까지 부분 변경해 개량되면서 꾸준히 판매되었다.

Ⅲ는 Ⅱ를 개량해 네 귀퉁이에 물결무늬 원목 오크 기둥을 첨가한 제품으로, 이중 태엽을 장착하고 한 번 태엽을 감으면 10인치 음반 3장을 들을 수 있는 10인치 금속 플래터 솔리드 오크 혼 유성기였다. 대당 판매가는 45달러 정도이고, 최고급기인 Ⅵ가 100달러 정도였으니까 약 1/2 가격에 판매된 셈이다.
초기 스트레이트 암에서 테이퍼링 톤암으로 개량하고, ‘Concert’나 ‘Exhibition’ 운모 사운드복스를 장착하도록 설계되었는데, 별도로 No.10 사운드복스를 10달러에 옵션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기본으로 35cm 구멍의 브라스 혼이나 48cm 구경의 블랙 플라워 혼을 선택하도록 했으며 별도의 비용을 주면 55cm 구경의 금속 또는 오크 혼을 장착하는 것도 가능했다. 가장 고가의 혼은 역시 55cm 구경의 원목 오크 혼이었다. 1909년부터는 초기 모델의 개량형으로 더 커진 바디로(36×20×36cm – WHD) 생산되었으며 1920년에 생산 종료된다.

빅터의 모든 외장 혼은 넥 규격이 거의 동일해 트로우트 나사만 풀면 상호 교환이 가능하다. 그러니까 브라스 벨 혼이나 블랙 플라워 혼 또는 오크우드 혼을 번갈아가며 음악 감상이 가능한데, 혼의 재질에 따라 음색에 많은 차이가 나서 혼의 물성이 소리에 잘 묻어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즉, 스틸 혼은 챙챙 울리는 디테일에 강해 금속성 울림을 가지고 있고, 우드 혼은 온화하며 자연스럽고 깊다.
사운드복스 역시 변화가 큰데, 구경이 작은 미제 ‘Concert’나 ‘Exhibition’보다는 구경이 큰 영국제 HMV No.4 복스가 음량도 크고 저역 재생력이 좋아 필자의 입장에서는 선호하는 편이다. 당시 영국 그라모폰, 즉 HMV 전신 회사와 빅터 사는 제품 규격을 통일해 상호 교환 사용이 가능하다. 당시만 해도 영국 사운드와 미국 사운드는 현재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각 오디오 사운드를 대변할 수 있는 특징을 이미 형성하고 있어 놀라울 따름이다.

이 유성기는 사운드 감상용이라기보다는 시각 감상용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오크우드 혼과 오크 바디의 물결무늬는 그야말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거의 100년이나 되었지만 아직도 동작이 완전하며 원목 오크 자체도 갈라지거나 부식된 곳 없는 명품이다. 살짝 우드 왁스나 콩기름을 발라 주면 물결무늬의 아름다움이 더욱 살아나는데 보기만 해도 소리가 날 것 같은 환상에 빠지게 한다.
물론 오크우드 혼 가격만도 소형차 값에 맞먹는 고가 제품이지만 이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어느 예술품에도 뒤지지 않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남인수나 도미의 SP 음반을 올려놓고 한 번 들어 보면 그 누구라도 이 유성기의 마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가장 고혹적이며 유혹적인 아날로그 사운드의 원점이자 인류 문화유산으로 소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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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9년 1월호 - 5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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