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anced Audio Technology REX Ⅱ Power Amplif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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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Audio Technology REX Ⅱ Power Amplifier
  • 김편
  • 승인 2018.11.01 00:00
  • 2018년 11월호 (556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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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련 6C33C-B 3극관의 매직

소프트하고 진하면서 노이즈가 박멸된 음이 나온다. 배음이 풍성하고 음의 결이 곱다. 또한 다이내믹스의 헤드룸이 충분하다는 인상. 평소 300B 싱글에서 아쉬웠던 다이내믹스의 여유가 이 앰프에는 있다. 파이프 오르간의 다양한 얼굴과 소릿결을 낱낱이 드러내주는 점도 대견하다. 참으로 온기 있고 정감 넘치는 소리다.

세상에는 많은 진공관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6C33C-B 3극관이다. 일단 덩치가 큰 데다 머리에 3개의 꼭지가 달렸다. 다른 3극관과는 달리 히터 2개가 캐소드 1개를 달궈, 1개의 플레이트로 전자를 넘겨보내는 구조도 독특하다. 무엇보다 냉전시대가 절정에 달한 1976년 일본으로 망명한 구소련 전투기 MIG-25의 통신 장비에서 발견돼 일약 주목을 받은 진공관이다.
이번 시청기인 미국 BAT(Balanced Audio Technology)의 렉스(REX) Ⅱ 스테레오 파워 앰프는 바로 이 6C33C-B 진공관을 출력관으로 썼다. 채널당 2개씩을 써서 푸시풀처럼 보이지만 패러럴 싱글 구성이다. 따라서 클래스A 증폭으로 스테레오 구성일 때 80W, 모노블록 구성일 때 160W를 낸다. 물론 ‘밸런스’가 들어간 사명 그대로 전원부까지 풀밸런스, 듀얼 모노 구성에 고전류 증폭(250mA), 노 피드백 설계를 갖췄다.
BAT가 소련의 대표 진공관이라 할 6C33C-B에 주목한 것은 BAT 공동설립자 빅토르 코멘코(Victor Khomenko)가 구 레닌그라드에서 전기공학과 물리학을 전공한 엔지니어이기 때문. 그는 휴렛팩커드에서 함께 근무하던 스티브 베드나르스키(Steve Bednarski)와 함께 1995년 BAT를 설립하자마자 6C33C를 출력관으로 꽂은 파워 앰프 VK-60을 선보였다.

6C33C의 매력은 내부 저항이 80Ω에 그칠 정도로 낮다는 점. 진공관의 내부 저항이 높으면 저음이 잘 안 나오는 데다, 나오더라도 물러터지기 일쑤다. 내부 저항이 낮으면 또한 더 많은 전류를 흘려보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내부 저항이 낮은 것으로 유명한 300B가 700Ω, 5극관인 EL34가 15㏀인 점을 떠올리면 80Ω은 그야말로 최저 수준이라 할 만하다.
BAT는 이후 2000년에 출력관 6C33C에 역시 구소련에서만 사용하던 쌍3극관 6H30을 드라이브관으로 투입한 파워 앰프 VK-75SE, 2005년에 오토 바이어스를 채택한 파워 앰프 렉스, 그리고 2015년에 6H30을 드라이브단에 1개 더 투입한 이번 시청기 렉스 Ⅱ를 선보였다. 참고로 1999년 미국 CES에서 출품한 프리앰프 VK-50SE를 통해 6H30을 서방 세계에 처음 알린 주인공도 BAT였다.
REX Ⅱ 파워 앰프는 출력관을 포함해 전단에 3극관을 투입했다. 프리앰프에서 들어온 음악 신호를 채널당 3개씩 투입된 쌍3극관 6SN7이 1차 전압 증폭한 후, 채널당 2개씩 투입된 쌍3극관 6H30이 2차 증폭한 후 출력관 6C33C-B를 드라이빙한다. 앰프를 위에서 봤을 때 오른쪽 채널 기준 맨 앞이 6V6(왼쪽)과 6H30(오른쪽 2개), 가운데 열이 6SN7(3개), 맨 뒤가 6C33C-B(2개)다. 게인은 26dB, 입력 임피던스는 215㏀, 주파수 응답 특성은 5Hz-200kHz를 보인다. 무게는 45kg.

흥미로운 것은 채널당 1개씩 마련된 빔관 6V6의 존재. BAT에 따르면 6V6은 입력단과 드라이브단에 정전류를 공급하는 커런트 소스(Current Source) 역할을 함으로써 증폭단의 선형성을 개선시켰다. 오리지널 렉스 때는 고전류를 필요로 하는 6H30 드라이브단에만 정전류를 공급했으나 이번 렉스 Ⅱ가 되면서 앞단인 6SN7도 그 수혜를 받게 됐다.
시청은 수입사인 탑오디오 시청실에서 이뤄졌다. 프랑스 TotalDAC의 DAC/프리앰프 d1-tube-mk2에 밸런스 연결했고, 스피커는 영국 니트 어쿠스틱스의 얼티메이텀 XL6을 동원했다. d1-tube-mk2는 R2R 래더 DAC로 24비트/192kHz까지 지원하고, 출력단에는 진공관 12AU7을 썼다. 시청 모델에는 뮤직 서버가 포함됐다. 음원은 룬(Roon)을 통해 타이달(Tidal)로 들었다.

오스카 모텟 합창단의 ‘Christmas Song’에서는 소프트하고 진하면서 노이즈가 박멸된 음이 나온다. 배음이 풍성하고 음의 결이 곱다. 또한 다이내믹스의 헤드룸이 충분하다는 인상. 평소 300B 싱글에서 아쉬웠던 다이내믹스의 여유가 이 앰프에는 있다. 파이프 오르간의 다양한 얼굴과 소릿결을 낱낱이 드러내주는 점도 대견하다. 참으로 온기 있고 정감 넘치는 소리다.
안드리스 넬슨스 지휘,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4악장에서는 특유의 기세와 강건함이 거침없이 터져 나온다. 그러면서도 평소 듣던 때보다 훨씬 가뿐하다. 아주 섬세하거나 ‘쿨 & 클리어’한 성향은 아니지만 대신 자연스럽고 구석구석 잘 직조된 사운드다. 노라 존스의 ‘Those Sweet Words’에서는 고음에서도 귀가 편안하며, 퍼커션은 아주 탄력감 있게 들린다. 일체의 준비 동작 없이 그냥 ‘팍’하고 첫 음을 내뱉어낸 봄의 제전도 기억에 남는다. 쉽게 접할 수 없는 6C33C-B만의 매직을 렉스 Ⅱ 파워 앰프에서 만끽했다.

 

수입원 탑오디오 (070)7767-7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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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8년 11월호 - 5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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