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가격만 보고 아리아 피콜로 플러스를 그저 가성비 높은 뮤직 서버 정도로 여기면 곤란할 것 같다. 조용하며 순도가 높은 음, 뽀송뽀송하며 밀도가 높은 음, 선명하고 투명한 음이 돋보인다. 빠른 CD 리핑 기능은 어쩌면 보너스. 스페인에서 건너온 아리아 피콜로 플러스는 제대로 만든 본격파 뮤직 서버이자 CD 리퍼, 그리고 DLNA 렌더러로 평가하는 게 합당하다.
스트리밍 뮤직 서버의 존재 이유는 분명하다. PC나 노트북보다 정숙하고 노이즈가 적으며 내부 저장 용량도 훨씬 더 크다. 무엇보다 디지털 아웃시킬 때 태생이 사무용인 PC보다 훨씬 깨끗한 음악 신호를 끌어올 수 있다는 점, 오디오에 특화한 전원부를 사용함으로써 안정적인 전원을 끌어쓰는 점도 매력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DAC를 내장시켜 별도 구매 비용 없이 곧바로 앰프에 직결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에어플레이나 DLNA 기능을 이용해 스마트폰 앱을 통해 타이달이나 스포티파이 같은 다양한 스트리밍 음원을 손쉽게 즐길 수도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본사를 둔 디지비트(DigiBit)는 이러한 스트리밍 뮤직 서버의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에 진작 주목한 제작사다. 회사 설립 바로 다음 해인 2008년 클래식 음악 장르 DB 구축에 특화한 뮤직 서버 소나타(Sonata)를 선보였고, 2013년에는 CD 리핑 기능까지 추가한 플래그십 스트리밍 뮤직 서버 아리아(Aria)를 내놓았다. 대학에서 전자 공학을 전공한 뒤 모토로라 스페인을 비롯해 시스템 스페인, 텔레컴퓨터 등의 CEO를 지낸 설립자 후안 호세 페레즈의 혜안이 빛난 것이다.
시청기인 아리아 피콜로 플러스(Aria Piccolo Plus) 역시 CD 리핑 기능을 갖춘 스트리밍 뮤직 서버다. 올 초 선보인 그야말로 따끈따끈한 신제품인데, 천정부지로 치솟는 다른 뮤직 서버들과 달리 가격도 300만원 안쪽으로 착한 편이다. 외장 CD 리퍼는 USB A타입 단자가 달린 아수스(Asus) DVD 드라이브이며, 컴퓨팅은 인텔의 미니 PC 플랫폼인 인텔 NUC 보드에서 이뤄진다.
저장 용량은 3TB(HDD), 내장 DAC은 최대 32비트/384kHz(PCM), DSD256까지 지원한다. 물론 에어플레이와 DLNA도 된다. 옵션으로 SSD 사양(1TB 또는 2TB)을 선택할 수 있다. 컨트롤은 ‘iaria’라는 전용 앱으로 이뤄진다. 디지비트의 소나타 뮤직 서버가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출발한 만큼, DB 구축 솜씨가 상당하다. CD 리핑 정보는 자사 SonataDB를 비롯해 Rovi, GD3, FreeDB, Musicbrainz에서 가져온다.
외관부터 본다. 6mm 두께의 아노다이징 알루미늄 섀시가 우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선사한다. 높이가 6.2cm에 불과할 정도로 슬림한 것도 특징. 전면에는 왼쪽 전원 버튼밖에 없다. 후면에는 아날로그 출력단(XLR, RCA), 디지털 출력단(USB, AES/EBU, 코액셜, HDMI), 이더넷 단자, 전원 온·오프 스위치가 마련됐다. 내장 전원부는 SMPS다. 이에 비해 현행 플래그십인 아리아 2는 내장 CD 리퍼와 리니어 전원부, 4TB(HDD) 저장 용량을 자랑한다.
2015년에 처음 나온 오리지널 모델(Aria Piccolo)과 비교해보면, 덩치와 무게, 저장 용량이 늘어났고, 코액셜과 AES/EBU 출력단(디지털), 밸런스 출력단(아날로그)이 추가됐다. 스펙상으로도 정숙도(SNR)는 106dBA에서 120dBA로 늘어났고, 왜율(THD+N)은 0.003%에서 0.0008%로 줄었다.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기능은 뺐는데, 이는 유선 랜을 통한 음질 향상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 제품을 자택에서 일주일 동안 시청하면서 가장 놀란 것은 엄청난 CD 리핑 속도였다. 노라 존스의 ‘Come Away With Me’ CD를 집어넣었더니 채 1분이 안돼 튀어나온다. 처음에는 뭐가 잘못됐나 싶어 앱을 살펴보니, 앨범 재킷 사진과 함께 트랙 정보가 말끔하게 정리돼 서버(Aria Server)에 무사히 안착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CD를 집어넣어 봐도 재빠른 리핑 속도를 자랑한다. CD가 아주 많거나, 기존 굼뜬 CD 리퍼에 스트레스를 받은 분들이라면 대환영할 것 같다.
리핑 포맷은 FLAC과 WAV, Apple Lossless 중에서 고를 수 있는데, 리핑 품질은 개인적으로는 아이튠즈 소프트웨어를 뛰어넘는 것 같다. 기돈 크레머 등 3인이 연주한 라흐마니노프의 엘레지 피아노 3중주 2번을 리핑해서 들어보니, 조용하고 밀도가 높은 음이 꽤나 신선했다. 거칠거나 앙상하거나 헐벗지 않은 음이었다. 분해능과 무대 펼침 능력, 해상력도 돋보였다. 컴퓨팅 및 DAC, 아날로그 출력단 설계가 유기적으로 잘 이뤄진 덕분이다.
필자 스마트폰에 깔아놓은 BubbleUPnP DLNA 앱을 이용해, 타이달과 코부즈, 에어스팟 앱을 통해 스포티파이도 스트리밍해봤다. 여지없이 잘 붙고 잘 재생된다. 아이언 버터플라이의 ‘In-A-Gadda-Da-Vida’ 타이달 음원의 경우, 드럼 솔로 연주의 탄력감이나 저벅저벅 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느낌이 잘 살아났다.
착한 가격만 보고 아리아 피콜로 플러스를 그저 가성비 높은 뮤직 서버 정도로 여기면 곤란할 것 같다. 조용하며 순도가 높은 음, 뽀송뽀송하며 밀도가 높은 음, 선명하고 투명한 음이 돋보인다. 빠른 CD 리핑 기능은 어쩌면 보너스. 스페인에서 건너온 아리아 피콜로 플러스는 제대로 만든 본격파 뮤직 서버이자 CD 리퍼, 그리고 DLNA 렌더러로 평가하는 게 합당하다.
수입원 탑오디오 (070)7767-7021
가격 290만원(3TB 하드 포함) DAC 지원 PCM 32비트/384kHz, DSD 64-256 아날로그 출력 RCA×1, XLR×1 주파수 응답 5Hz-75kHz S/N비 120dB THD+N 0.0008% 출력 전압 2.5V 출력 임피던스 0.5Ω 네트워크 지원 전용 어플리케이션 지원 크기(WHD) 43×6.2×25cm 무게 6k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