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여름에 크로아티아에 간 적이 있다. 바로 아드리아 해의 보고, 버나드 쇼의 찬탄을 한 몸에 받았던 두브로브니크에 가기 위해서다. 큼직한 성곽을 중심으로 그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도시가 형성되어 있는데, 고풍스러운 구도시와 세련된 신도시가 공존해서 5일 동안 이리저리 훑고 다녀도 전혀 심심하지 않았다. 특히, 미인의 도시라 할 만큼 거리 곳곳에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여성이 많아, 항상 미소를 짓게 했다.
이번에 만난 어리스 오디오(Auris Audio)라는 브랜드는 바로 그 크로아티아 옆에 있는 세르비아 출신이다. 이 나라 역시 미인이 많다. 또 기본적으로 발칸 반도 지역은 농업과 축산업을 기반으로 해서, 기본적으로 여유가 있고, 때묻지 않은 순수함도 발견한다. 어리스의 자태를 보면, 최고의 장인이 한껏 솜씨를 발휘한 외관도 멋들어지고, 음도 아름다우며, 무엇보다 이 지역의 미인을 떠올리게 할 만큼 매력적이다. 투입된 물량과 정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이 또한 어리스가 우리나라에 자리 잡을 수 있는 큰 미덕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세르비아라는 나라의 역사나 그 배경을 짚다 보면, 공업이나 첨단 과학에서도 상당한 실적이 있음을 알게 된다. 기본적으로 유고 연방의 핵심 국가로 자리할 정도로, 잠재력이 높은 나라다. 그러므로 어리스를 오로지 디자인 중심의 메이커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개인적으로 동사의 CEO이자 설계자인 밀로미르 트로시치(Milomir Trosic) 씨를 만나 이야기해보면, 앰프뿐 아니라 소스기, 스피커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전문적인 지식을 자랑한다. ‘앞으로 쭉쭉 성장해 나가겠구나’ 하는 감이 올 정도다. 실제로 전문적인 설계 팀이 앰프와 스피커 모두에 관여하며, 모든 제품은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또 진공관의 경우, NOS(New Old Stock)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한때 명성을 떨쳤던 관들뿐 아니라, 신생 브랜드의 야심작도 아우르고 있다. 2013년에 데뷔했지만,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매우 특별한 매칭을 시도했다. 즉, 앰프와 스피커를 모두 어리스의 제품으로 한 것이다. 앰프는 포르티노 6550이고, 스피커는 포이즌 5다. 지금부터 두 제품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시청평으로 넘어가도록 하겠다.
우선 앰프를 보면, 6550이라는 번호가 말하듯, 6550이라는 5극관을 활용하고 있다. 메인 콘셉트는 감도가 떨어지는 스피커를 펑펑 울려보자는 것. 따라서 푸시풀 방식으로 8Ω에 50W를 얻고 있다. 출력 자체는 클래스AB 타입이지만, 입력단은 클래스A를 고수하고 있다. 무려 20kg에 가까울 정도로 무거운데, 트랜스 쪽에 상당한 물량을 투입한 덕분이다.
한편 스피커는 작고, 여윈 스타일이지만, 당당하게 20Hz까지 떨어지고, 위로는 30kHz를 포괄한다. 확실히 뭔가 독자적인 기술력이 있는 모양이다. 3웨이 타입이지만, 드라이버는 무려 5개나 동원되었다. 일단 전면에 트위터를 중심으로 미드레인지가 위·아래 하나씩 총 두 개가 있고, 사이드에 두 개의 우퍼가 장착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프런트 패널이 좁고, 안쪽으로 길게 만든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그 디자인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게다가 뒤편에 튼실한 받침대를 장착해서, 혹 스피커가 기울어질 염려가 없도록 배려하고 있다. 전면은 수려한 월넛 마감에 사이드는 천연 가죽을 동원, 앰프와 멋진 하모니를 연출하고 있다. 이 세트를 들인다면, 집안 분위기가 한층 밝고 또 럭셔리하게 변할 것은 분명하다.
어리스 오디오의 포이즌 5 스피커와 포르티노 6550 인티앰프를 메인으로 하여 음악을 들어본다. 첫 곡은 정명훈 지휘,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중 행진. 안쪽 깊숙한 곳에서 퍼커션이 정위, 점차 강도를 높여서 어택해온다. 이후, 현악군이 휙휙 공간을 가르는 가운데, 여기저기에서 관악기들이 돌출한다. 작은 스피커라고 생각하기엔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 넓은 무대가 인상적이고, 특히 베이스의 양감과 스피드가 뛰어나다. 한편으로는 앰프가 제대로, 확실하게 미는 모습도 발견된다. 하긴 이런 부분이 순정 조합의 장점이리라. 앰프에 비해 스피커가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이기도 하지만, 수려한 흰색 가죽 마감이 어떤 일체감을 보여준다. 덕분에 눈이 즐겁다.
이어서 조수미의 ‘도나 도나’. 함초롱하고, 소박한 목소리의 매력이 본 세트에서 잘 표현된다. 일체의 가식이나 덧붙임이 없이, 진솔하게 노래하고 또 그 모습을 정확하게 드러낸다. 더블 베이스의 존재감이 강력하고, 나일론 기타의 풍부한 통 울림도 매력적이다. 중간중간 환각적인 클라리넷이 등장할 때엔, 지그시 눈을 감고 발칸 반도의 목가적인 분위기를 상상하게 된다. 이 지역의 와인을 벗 삼아, 가볍게 낮잠을 자도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리 오스카의 ‘Before The Rain’. 가벼운 신디사이저의 터치로 점차 스케일이 커져간다. 나중엔 오케스트라급 반주가 이어진다. 한편 주역이 되는 하모니카는 묘한 노스탤지어를 품고 있다. 듣다 보면 바로 짐을 싸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기본적으로 흥겹고, 유쾌하지만, 한편으로는 묘한 슬픔도 간직하고 있다. 어딘가 정착하지 못하고 계속 겉도는 방랑자의 심정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뭐 어떤가? 인생 자체가 하나의 여행이 아닌가? 세르비아산 럭셔리 제품이 주는 아름다움은, 그나저나 은행 잔고를 계속 체크하게 만든다.
수입원 SP-오디오 (02)2156-7590
Poison 5 가격 970만원 구성 3웨이 재생주파수대역 20Hz-30kHz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87dB/W/m 크기(WHD) 12×86.5×25.2cm 무게 14.3kg(Pair)
Fortino 6550 가격 700만원 사용 진공관 6550×4, ECC82×4 실효 출력 50W 주파수 응답 17Hz-30kHz(±1.5dB) 입력 임피던스 100㏀ 출력 임피던스 4Ω, 8Ω 아날로그 입력 RCA×4 크기(WHD) 45×27×40cm 무게 19.5k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