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emens SEV-201W
상태바
Siemens SEV-201W
  • 김기인
  • 승인 2018.04.01 00:00
  • 2018년 4월호 (549호)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AD1 싱글 파워 앰프

 

 

빈티지 앰프 중에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고전 3극관 싱글 앰프다. PP 구성의 3극관 앰프는 다수 보이지만 순수한 3극관 싱글 기성 앰프는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기로 구경조차도 만만치 않다. 고전 3극관 싱글 앰프들의 기성품은 대부분 1950년대 이전 제조품으로 세계 대전을 겪고 각고의 고생 끝일지라도 수많은 시대 변화 풍조를 이겨내야만 그나마 오디오 유산으로 살아남을 수 있기에 더욱 희귀하다.

유명한 W.E.의 91B가 300B 싱글의 명품이지만 그 외에는 300B 싱글 앰프도 거의 보이지 않으며 2A3의 전신인 45나 245 등의 싱글 앰프나 그나마 미국제 라디오에서 가끔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유럽의 3극관 싱글 앰프류는 더욱 귀해 자료조차도 없는데, 가끔 퀘르팅이나 클랑필름, 지멘스, 텔레풍켄 등의 기성품을 인터넷 사이트에서 접할 뿐이다. 물론 PX4, PX25, PP3/250, AD1 등의 PP 앰프류는 그나마 실물들이 종종 거래되고 있어 낯설지 않았다.
이번에 소개되는 지멘스의 SEV-201W는 약간의 개조를 통해 AD1 싱글로 사용하는 희귀 제품이다. AD1은 미국관 2A3에 해당하는 유럽의 고전 3극관으로 텔레풍켄, 발보, 테슬라 등에서 관을 생산했고, 1940년대 개발 당시 세계 대전 중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전시 앰프로 군용이나 공지 방송용 등의 프로 버전으로 제조되었다. 유명한 것은 텔레풍켄의 AD1 싱글 모노 앰프이고, 당시 독일은 규격화 통제의 제국이었기 때문에 타사, 즉 지멘스 등의 국책 회사에서 동일 규격과 형태로 다수 생산되었다. 메이커는 다를지라도 트랜스 형태나 배치, 내부 배선까지 일괄적으로 통제 규격화되어 생산된 동일 형번의 당시 앰프를 보면 독일의 규격화 정신이 어떤 것이었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소개되는 201W는 지멘스에서 1944년에 생산되었으니 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일 무렵에서 패색이 짙은 독일의 이미지를 슬프게 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감회가 깊었다. 하부 섀시에는 독일 나치당 마크가 찍혀 있는 것으로 보아서 아마 전시 공지 방송이나 선전 방송 등의 공무용 앰프로 사용되었을 확률이 크다.
드라이브단에는 AF7, 정류관 AZ 12, 출력관 AD1의 순수한 싱글 앰프이며, 전원 트랜스와 초크, 출력 트랜스, 입력 트랜스의 4 트랜스 구성으로 트랜스류가 섀시를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다. 트랜스는 모두 함침 케이스 없이 코어 노출형으로 리얼하게 보이지만 한눈에 정밀한 제품이라는 확신에 차게 만든다.
80여 년의 세월을 견뎌 내고 전쟁까지 겪었지만 동작 상태는 거의 완벽하다. 커플링이 기본으로 오일이며, 부수적으로 소위 장고라고 하는 명 마이카 콘덴서가 쓰였고, 모두 권선 저항으로 이루어져 열화될 부품이 거의 없다는 것이 이 제품의 장수를 보장해 준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섀시 하부 중앙의 그라운드 라인을 따라 순차적으로 커플링, 디커플링, 평활 콘덴서류 등이 일목요연하게 배치되어 있는 데다가 부품의 색깔마저 아름다워 예술적인 인상이었다.

AD1은 발보의 빅바틀과 텔레풍켄 일반관이 있고 기타 테슬라나 필립스 제조품이 있지만 텔레풍켄 관이 가장 선호도가 높고 가격도 비싸다. 텔레풍켄 AD1 신품의 경우 미국 싱글 플레이트 2A3보다도 2배 이상 비싼 개당 100만원 내외이고, 발보의 경우도 비슷하나 텔레풍켄보다는 약간 저렴한 개당 80만원 정도에 빅바틀이 거래된다. 그 외의 기타 관들은 텔레풍켄의 1/2 정도이다. 텔레풍켄 AD1이 가장 투명하고 고역 디테일이 잘 사는 데 반해 발보 관은 저역에 중심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양감 있는 저역에 장점이 있어 발보 관을 선호한다.

AD1 싱글의 독일 라디오도 가끔 보이지만 지멘스 AD1 싱글 모노블록의 경우는 그에 비할 바가 아니게 힘이 좋고 저역이 풍성하며 투명한 고역 디테일에 매력이 있어 민수용과 프로용 설계만큼의 차이가 난다고나 할까…. 출력 임피던스 200Ω의 텔레풍켄 AD1 앰프와 지멘스 앰프가 있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출력 임피던스 15Ω 짜리가 선호도가 높고 가격이 비싸다.
놀라운 것은 출력 4W 내외의 AD1 싱글 지멘스 앰프의 스피커 핸들링 능력이다. 투명하고 호방하게 탄노이 12인치 실버와 레드, 골드를 울린다. 15인치 유닛보다는 12인치류의 탄노이와 상성이 좋았다. 오히려 출력 25 채널의 리크 앰프보다도 가볍게 스피커를 진동시켜 선명한 발성을 보인다. 긴장된 저역의 핸들링과 사운드 에지 면에서 PP 앰프와도 견주고 남을 힘과 순수성을 보여 놀랐다. 300B 싱글에서는 무엇인가 약간은 지저분한 저역 에지가 흠이었지만 AD1 싱글에서는 투명하고 더 여유로운 질감이 발군이다.
프로 앰프여서 모양내기가 부족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짜임새가 훌륭해 귀하게 다루고 싶은 몇 안 되는 독일 싱글 3극관 파워 앰프 중에 하나이다.

549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8년 4월호 - 549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