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yin CS-55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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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yin CS-55A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8.02.01 00:00
  • 2018년 2월호 (547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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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로 즐기는 케인의 진가

 

풍부한 베이스 라인과 경쾌한 보사 리듬에 얽혀, 다분히 스위트하면서 서정적인 보컬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러고 보면 본 기는 영국제 스피커와 매칭이 좋을 듯싶다. 너무 우악스럽지 않게, 스피커의 개성과 맛을 잘 살리고 있다. 특히, 배후의 거대한 오케스트레이션을 멋지게 묘사하는 부분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요즘 업그레이드란 말이 유행이다. 내 자신도 자주 쓰고 있다. 그런데 좀 생각해보면 불과 20년 전만 해도 이런 말은 거의 듣기 힘들었다. 그냥 오디오 바꿈질할 때, 상위 기종에 투자할 경우 업그레이드라고 종종 하기는 했지만, 최근처럼 숱하게 접하진 않았다. 아마도 IT 혁명이 본격화되고, 디지털 관련 기기에서 펌웨어나 하드웨어 업그레이드가 종종 행해지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진공관 앰프에도 엄연히 업그레이드가 존재한다. 물론 일부 하이엔드 기종은 펌웨어 업그레이드가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 대부분은 하드웨어 쪽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트랜스를 교체한다거나, 배선재를 바꾼다는 등의 대규모 공사도 있고, 단순히 초단관 정도를 교체하는 소폭의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 바로 이 점이 진공관 앰프를 즐기는 묘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요즘 애호가들의 성향을 보면, 단순히 메이커의 제품을 사서 쓰는 데 그치거나, 아니면 아예 DIY를 하는 쪽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 부분이 좀 아쉽기는 하다. 전자 쪽에서 좀더 호기심을 갖고, 관의 교체 정도로 해서 자신이 소장한 앰프의 가능성과 재미를 더욱 배가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다.
이번에 만난 케인의 CS-55A는, 기존 제품들과는 여러모로 차별화되는 전략을 갖고 있다. 제일 흥미로운 것은 역시 USB단의 채용이다. 이것은 단순히 폼이 아니다. PC나 MAC의 디지털 음원들을 구동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음성 신호는 무려 32비트/384kHz 사양까지 커버한다. 따라서 요즘 유통되는 고음질 파일(물론 PCM에 국한되지만) 어느 것이라도 다 처리한다. 메이커에서 자세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고품질의 DAC 칩을 투입한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고사양이 가능할 리 없으니까. 또 RIAA에 정확히 대응하는 포노단을 갖추고 있다. 물론 MM을 기준으로 한다. 여기에 승압트랜스 정도를 붙이면 MC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최근 불고 있는 아날로그의 열풍에 맞춰 포노단을 제대로, 본격적으로 꾸미고 있다.

따라서 케인에서 선별한 진공관과 동사의 자랑인 트랜스로 무장한 본 기는, 수려한 알루미늄 아노다이징으로 마무리된 프런트 패널과 함께 소유의 기쁨을 배가시킨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 말고, 조금 다른 어프로치도 가능할 듯싶다. 우선 출력관인데, 기본으로 KT88이 장착된다. 여기에 EL34를 구해서 갈아 끼울 수 있다. 약간의 조정만 하면 손쉽게 앰프가 탈바꿈한다. 또 6550도 가능하다. 즉, 무려 세 종류의 출력관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 트라이오드 및 울트라리니어 모드가 있어서, 그 각각의 질감이나 구동력이 다르다. 따라서 무려 6종의 음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본 기는 초단관에 12AU7을 사용하고 있다. 이것을 이른바 명관이라는 것으로 교체해도 음의 성격이 바뀐다. 유럽 쪽엔 뮬라드가 있고, 미국 쪽엔 RCA, GE 등이 있다. 출력관에 비해 초단관은 훨씬 가격도 싸고, 구하기도 쉬우니 몇 종류 구해서 들어보면 이 또한 업그레이드의 한 방편이 될 듯싶다.
사실 메이커에서 만든 TR 앰프는 손을 대기가 쉽지 않다. 아마도 뚜껑 한 번 열었다가 나사를 잘못 돌리면 그게 화가 되어 중고가 책정 시 손해 볼 수도 있다. 그러니 사두고 고이고이 모셔서 듣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본 기의 경우, 더 적극적인 업그레이드를 시도할 수 있다. 또 그 과정에서 음에 대해 공부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 기본 만듦새가 좋고, 내구성이 튼튼한 제품인 만큼, 약간의 변화로 큰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 어떨까 싶은 것이다.

자,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소스기는 TDL 어쿠스틱스의 TDL-18CD를 동원했고, 스피커는 하베스의 HL 콤팩트 7 MK3을 동원했다. 첫 곡은 러시안 포크송이 연주하는 ‘The Rush Light’. 러시아의 광활한 이미지가 연상되는 연주다. 질박하면서 구슬픈 멜로디가 가슴을 사로잡는다. 울트라리니어 모드로 재생했는데, 스피커 구동력이란 측면에선 나무랄 데가 없다. 특히 바이올린군의 애절한 선율은 가슴을 촉촉이 적신다. 쭉 에너지를 잃지 않고 뻗어 올라가는 데에 일종의 쾌감마저 느낀다.
이어서 다이애나 크롤의 ‘I Remember You’. 풍부한 베이스 라인과 경쾌한 보사 리듬에 얽혀, 다분히 스위트하면서 서정적인 보컬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러고 보면 본 기는 영국제 스피커와 매칭이 좋을 듯싶다. 너무 우악스럽지 않게, 스피커의 개성과 맛을 잘 살리고 있다. 특히, 배후의 거대한 오케스트레이션을 멋지게 묘사하는 부분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롤링 스톤즈의 ‘Wild Horses’. 어쿠스틱 라이브 버전으로, 두 대의 기타가 양쪽에 위치한 가운데, 그 명징하고 강력한 음이 확고하게 다가온다. 보컬은 중앙에서 다소 거친 듯, 다소 음울한 듯, 여러 얼굴을 드러낸다. 배후의 드럼과 베이스는 확실히 바닥을 두드리고, 악단 전체의 짜임새도 좋다.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음이다. 이렇게 듣다가 나중에 개인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또 다른 맛을 즐기는 것도 현명하다. 본 기의 구입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니까.

 

수입원 케인코리아 (02)702-7815   가격 198만원   실효 출력 40W(Ultralinear, KT88), 38W(Ultralinear, EL34), 22W(Triode, KT88), 20W(Triode, EL34)   사용 진공관 EL34/KT88×4, 12AU7×2, 12AX7×2   디지털 입력 USB B×1(32비트/384kHz)   주파수 응답 5Hz-44kHz(-3dB, KT88), 5Hz-48kHz(-3dB, EL34)   S/N비 92dB   입력 임피던스 100㏀   출력 임피던스 4Ω, 8Ω   입력 감도 270mV(KT88), 280mV(EL34)    포노 지원   크기(WHD) 36×18×33.4cm    무게 17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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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8년 2월호 - 5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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