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ncent SV-237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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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SV-237MK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7.12.01 00:00
  • 2017년 12월호 (454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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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포리스트의 새로운 강자, 빈센트를 만나다

 

자연스러운 리듬을 바탕으로 청아하면서 은은한 조수미의 보컬은 무척 매력적이다. 다분히 소박하면서, 부드럽게 다가온다. 치찰음 같은 부분도 매끄럽게 커버하고 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클라리넷의 환각적인 백업은 곡에 더욱 정감을 불어넣고 있다. 클래식과 보컬에서 상당한 강점을 보이는 제품이다.

개인적으로 독일에서 매우 흥미로운 지역이 바로 블랙 포리스트(Black Forest)다. 이것은 독일과 프랑스의 국경선을 자연스럽게 그을 수 있도록, 위 아래 길게, 어마어마한 숲을 이루고 있다. 녹음이 푸르다 못해 짙어서, 그 이미지를 따서 블랙 포리스트라고 부른다. 흥미로운 것은, 이 지역에 오디오에 관련된 여러 강자가 포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만난 빈센트 오디오는 불과 5천 명의 인구도 되지 않는 이페자임이라는 마을에 소재하고 있는데, 바로 건너편에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가 있을 정도로, 일종의 접경 지역에 있다. 당연히 짙푸른 숲에 가려져 있다.
하나 이 마을에서 조금만 나가면 공업 도시 슈투트가르트(벤츠와 포르쉐 공장이 있다!)가 나오고, 그 위로 하이델베르크, 만하임, 다름슈타트, 마인츠를 지나 프랑크푸르트가 나온다. 즉, 최첨단 하이테크부터 중공업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배경을 바탕으로 유유자적, 전원생활을 즐기면서 오디오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인근에 칼스루헤라는 작은 마을이 있는데, 여기에 세계적인 진공관 브랜드 옥타브가 있다고 하면, 금방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이제 조금씩 빈센트란 메이커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지만, 그 역사는 꽤 오래되었다.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니 말이다. 창업자이자 설계자인 우베 바르텔 씨가 지금도 건재하지만, 동사의 홈페이지 주소를 보면 약간 의아할 것 같다. ‘Vincent-tac’이라는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빈센트 앰프나 오디오가 아니라, 왜 TAC이 붙었을까?

실은 이 회사의 또 다른 엔지니어인 프랑크 블뢰바움 씨가 예전에 운영했던 진공관 앰프 회사가 바로 T.A.C.다. 즉, 이 부분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이렇게 나란히 두 브랜드를 함께 쓰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아마로 우베가 TR, 프랑크가 진공관에서 각각 강점을 보이지 않을까 싶은데, 이 부분은 동사가 크게 두 개의 생산 라인을 갖고 있는 데에서 확인이 된다. 첫째는 솔리드 라인이라고 해서, 말 그래도 솔리드스테이트 제품을 만든다. 둘째는 튜브 라인. 그러나 온전한 진공관 앰프가 아니라, 일종의 하이브리드 타입이다. 게인단은 진공관, 출력단은 TR이라는 형식이다. 한마디로 두 사람의 창의적인 공조에 힘입어, 꾸준히 이 메이커가 성장해온 것이다.
이번에 만난 SV-237MK는 조금 족보를 캐야 할 것 같다. 일단 튜브 라인에 속하는 제품으로, 말하자면 하이브리드 타입이다. 그런데 왜 뒤에 MK를 붙였는가 하면, 전작 237을 개량해서 나왔기 때문이다. 즉, 프랑크가 설계한 전체적인 서킷은 보존한 가운데, 몇 가지 개선이 이뤄진 것이다. 무엇보다 기존의 USB단을 옵티컬, 코액셜 두 개의 디지털 입력단으로 바꾼 점이 눈에 띈다. 아무래도 본 기는 전문적인 2채널 하이파이용으로 만들어져서, PC를 이용하기보다는 CDT를 이용할 확률이 높다. 또 편의성 면에서도 두 개의 입력단을 주는 편이 더 낫다. 그런 의미의 변화인 것이다. 그 외 여러 개선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
참고로 본 기는 SA-T7이라는 프리앰프와 SP-T700이라는 모노블록 파워 앰프를 만들면서 얻어진 노하우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말하자면 동사를 대표하는 플래그십을 만들면서 일종의 물량 투입을 잔뜩 하고는, 거기서 얻어진 기술력을 더 현실적인 가격으로 시장에 공급하자는 취지로 나온 것이다. 따라서 거창하게 오디오를 하지 않는다면, 본 기는 상당한 실속파에 속한다.

실제로 음을 들어보면, 어지간한 하이엔드가 부럽지 않은 투명도와 해상도를 자랑한다. 특히, 게인단에 6N1P라는 관을 장착해서, 음성 신호의 안정성을 높인 것을 크게 어필하고 있다. 한편 출력은 8Ω에 150W, 4Ω에 250W를 낸다. 인티앰프로서는 양호한 스펙이다. 단, 10W까지는 클래스A 방식으로 작동하니, 여기서 얻어지는 음질상의 메리트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펜오디오의 레벨 2, CD 플레이어는 야마하 CD-S2100을 각각 사용했다. 첫 곡은 얀센 연주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 상당히 해상도가 높고, 퀄러티가 좋은 음이 나온다. 오케스트라의 각종 악기가 뚜렷이 제 모습을 드러내고, 위치도 명료하게 포착된다. 그 앞에서 시원스럽게 보잉하는 바이올린은, 심지가 곧으면서, 적절한 양감도 갖고 있다. 특히, 위로 치솟을 때 가늘어지지 않는 부분이 좋다. 진공관의 투입으로 질감이 매끄럽고 또 우수에 찬 느낌도 주는데, 이 부분이 더욱 매력적이다.
이어서 정명훈 지휘,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중 행진. 서서히 퍼커션이 밀어닥치면서 획획 현악군이 튀어나오는데, 그 입체적인 느낌이 잘 표현된다. 계속해서 페이스가 변하고, 다양한 음향이 연출되는데, 일체 힘들어하지 않는다. 스피커를 움켜쥐고, 확실히 구동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수미의 ‘도나 도나’. 더블 베이스의 존재감이 명료하고, 자연스러운 리듬을 바탕으로 청아하면서 은은한 조수미의 보컬은 무척 매력적이다. 다분히 소박하면서, 부드럽게 다가온다. 치찰음 같은 부분도 매끄럽게 커버하고 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클라리넷의 환각적인 백업은 곡에 더욱 정감을 불어넣고 있다. 클래식과 보컬에서 상당한 강점을 보이는 제품이다.

 

수입원 다웅 (02)597-4100   가격 310만원   사용 진공관 12AX7×1, 6N1P-EV×2   실효 출력 150W(8Ω), 250W(4Ω)   주파수 응답 20Hz-20kHz(±0.5dB)   디지털 입력 Coaxial×1, Optical×1   아날로그 입력 RCA×4   프리 아웃 지원   REC 아웃 지원   헤드폰 출력 지원   입력 임피던스 47㏀   입력 감도 300mV   THD 0.1% 이하   S/N비 90dB 이상   크기(WHD) 43×15.2×43.5cm   무게 20.4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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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7년 12월호 - 4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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