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cktail Audio N15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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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ktail Audio N15D
  • 월간오디오
  • 승인 2017.12.01 00:00
  • 2017년 12월호 (4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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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뼘에 우주를 담은 작지만 커다란 디지털 소스기기

중세가 시작되는 5세기 무렵, 보에티우스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여러 음악학자들의 이론을 정리한 음악 이론서 - ‘음악의 원리’라는 책을 썼다. 보에티우스는 이 책에서 음악을 세 범주로 분류했다. 첫 번째 범주는 ‘우주 음악’으로 우주와 자연의 조화로운 질서를 담은 음악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인간 음악’은 인간의 정신이나 육체의 섬세한 조화를 담았다고 했다. 물론 이 두 ‘음악’은 물론 우리가 귀로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아니다. 그는 피타고라스가 그랬던 것처럼 우주의 모든 물리적인 현상이 수의 조화로움에 기인한다고 믿었고, 그 수의 조화는 바로 음악을 의미했던 것이다. 세 번째 범주에 이르러 비로소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성악이나 기악과 같은 음악인 ‘도구 음악’으로 분류된다. 그는 쉽게 귀에 들리는 음악보다 우주와 인간의 음악을 듣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고 믿었던 것 같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는 중세 시대, 그것도 초기에 살았던 사람이었다. 그가 들었던 도구 음악은 지금과 비교하면, 양적인 면이나 질적인 면에서 아주 미흡했을 것이다. 게다가 그 시절에는 학문의 발전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가 듣고자 했던 우주 음악은 어쩌면 우리에게 뉴턴의 법칙이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듣고자 했던 인간 음악은 의학은 물론, 그동안 우리에게 축적된 문화와 사상, 그리고 인문학의 가사를 갖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우리가 우주 음악과 인간 음악, 그리고 도구 음악을 모두 들을 수 있는 행복한 시대에 사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는 인터넷과 컴퓨터만 있으면 음악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게다가 음악에 관한 정보나 평론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그렇게 인터넷 서핑을 하다 보면 가끔씩 참으로 대단한 사람들을 보게 된다. 음악계에서는 이 대단한 사람들을 ‘청중’이라고 부르겠지만, 많은 이들은 직업 평론가와 비교하더라도 손색없는 글들을 쓰고 있다. 이른바 ‘청중 비평’의 시대다. 이렇게 청중들의 수준이 높아진 배경에는 인터넷을 통한 음악의 보급과 정보의 평등한 공유가 큰 역할을 담당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시대에 오디오와 컴퓨터가 협력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컴퓨터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애호가들에게는 방법이 너무 많아 보인다. 게다가 사람의 마음도 참 복잡하다. USB D/A 컨버터를 쓰자니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의 앱으로 조정하는 것을 못할 것 같아 마음에 걸리고, 그렇다고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쓰자니 그 복잡한 내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자신이 생기지 않는다. 하드 디스크 서버를 구입하자니 집에 놀고 있는 PC가 눈에 밟힌다. 그렇다고 여러 가지를 다 써 보고 결정하는 것은 아무래도 가족들의 눈치가 보인다.
혹시 아직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애호가가 있다면, 칵테일 오디오의 N15D를 추천하고 싶다. 칵테일 오디오는 X 시리즈의 성공 이후에도 늘 시장의 의견을 경청했으며, 다음 제품의 개발에 참조하고는 했다. 새로운 의견을 경청하는 자리에서 작은 크기로 책상 위에 두고 헤드폰 앰프로 사용할 수 있는 기기를 원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한편으로는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기능과 하드 디스크를 장착하는 것은 물론, 이에 더해 컴퓨터와 USB로 연결해 간단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해 달라는 요청도 많았다. 칵테일 오디오는 난처했다. 어느 기기든지 컴퓨터와 USB로 연결하게 되면 그 기기는 컴퓨터의 지배를 받게 된다. 따라서 기기가 독립적으로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없게 되므로 네트워크 플레이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때 누군가 아주 쉬운 답을 내놨다. ‘네트워크를 사용할 때는 USB 선을 빼면 되잖아요.’
이후 칵테일 오디오는 지금까지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 충실한 USB D/A 컨버터의 역할과 함께 하드 디스크를 장착한 뮤직 서버와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결합된 - 독특한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의 의견을 고려해 폭과 길이가 한 뼘을 넘지 않도록 했고, 높이도 5cm를 넘지 않도록 했다.
워낙 작은 크기였기 때문에, X 시리즈가 가진 기능 중에서 꼭 필요한 것들만 신중하게 선택해서 담아야 했다. 우선 하드 디스크가 가장 큰 문제였다. 3.5인치의 HDD는 N15D의 내부 공간에서 반을 넘게 차지하기에 감히 넣을 생각을 하지 못했고, 2.5인치 HDD나 SSD를 장착할 공간을 비워 두었다. 그리고 남은 공간에는 놀랍게도 전원부가 들어간다. 이렇게 작은 제품에서 어댑터를 사용하지 않고 일반적인 전원 단자를 갖고 있는 것은 실로 찾아보기 어려운데, 전원 케이블을 바꿔 보고 싶어 하는 애호가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었다.
이제 더 좁아진 남은 공간에는 포노 앰프와 튜너를 제외한 X40의 나머지 기능들이 고스란히 이식되었다. 단자를 장착할 공간이 부족한 것도 큰 문제였는데, 사용 빈도가 높지 않은 것들을 과감하게 빼고 꼭 필요한 것만을 장착했다. 대신 N15D와 비슷한 크기나 가격대의 제품 중에서는 최고 수준의 단자들을 장착할 수 있었다. 또한 디스플레이도 생략될 수밖에 없었지만, 대안은 충분했다. 이미 칵테일 오디오에서는 ‘누구나’ 갖고 있는 스마트폰을 기기의 디스플레이처럼 사용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해 놓았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가 빠지면서 기능을 조작하는 버튼들이 빠졌고, 이로 인해 단순하고 다부진 모습을 갖게 되었다.

리뷰를 위해 N15D를 처음 보았을 때 솔직히 X40에서 많은 것을 뺀 하급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용해 본 결과, 솔직히 N15D가 X40보다 못할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N15D가 X40에 비해 몇 해 늦게 나온 기기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디지털 세상이 얼마나 빨리 바뀌는지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N15D는 X40보다 더 빠른 CPU를 사용하고 있으며, 핵심 부품인 DAC 칩은 두 기기가 서로 동일하다. X40의 포노 앰프와 FM 튜너, 그리고 CD 플레이어 기능이나 CD 리핑 기능이 빠졌지만, 대신 N15D는 크기가 작고 가격도 절반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N15D는 USB D/A 컨버터로 사용할 수도 있다.
나에게 칵테일 오디오의 제품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면, 분명히 N15D를 선택할 것이다. 오디오를 이미 갖추고 있는 마당에 거추장스러운 것은 부담스럽고, 디스플레이가 없다고 해도 태블릿과 스마트폰이 있으니 불편할 일도 없다. 특히 평소에 음악만 듣는 것이 아니고 영화나 게임을 즐기거나, 유튜브도 자주 보기 때문에 네트워크 플레이어 외에 PC와 직결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내가 N15D를 사용하는 동안, 평소에는 랜 케이블과 USB를 모두 꽂아 놓고(이때는 USB D/A 컨버터로 동작한다) PC의 소리를 오디오에서 듣다가, 네트워크 플레이어 또는 뮤직 서버로 사용하고 싶어질 때는 USB 케이블만 잠시 뽑아 놓는다. 참으로 재미있고 기특한 기기가 아닐 수 없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소리를 들어 보았는데, 고역이나 저역에서 특별한 버릇이 없는 밸런스가 잘 잡힌 소리를 낸다. 고역의 해상도도 상당히 좋아서 여성 보컬이 특히 매력적이며, 저역은 풍성하게 펼쳐주는데,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운 인상을 받게 된다. 까다로운 하이엔드 애호가들의 입맛에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 제품 운운하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애호가들이 만족할 수 있는 음질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이므로, N15D처럼 착한 가격대의 ‘똘똘한’ 제품을 사용하면서 앰프나 스피커에 더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서두에 언급했던 보에티우스는 음악가도 세 부류로 나누었다. 작곡가와 연주자, 그리고 비평가로 분류한 것이다. 그는 이 세 부류 중 최고의 음악가로 비평가를 꼽았다. 단지 도구 음악만을 염두에 두는 작곡가나 연주자와 달리, 비평가는 우주 음악과 인간 음악에 정통해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아마도 그는 까마득한 후세의 사람들이 우주 음악과 인간 음악을 ‘들으며’ 도구 음악도 마음껏 향유한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도 ‘청중’의 이름으로 말이다. 디지털 세상이 모두 좋은 것만은 아니겠지만, 우리들이 보에티우스가 언급한 ‘최고의 음악가’ 반열에 오를 수 있게 된 것은 분명히 디지털의 덕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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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7년 12월호 - 4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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