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G N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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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G N30
  • 월간오디오
  • 승인 2017.12.01 00:00
  • 2017년 12월호 (4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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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의 해상력과 다이내믹의 저역을 품은 매력의 하이브리드 이어폰

그야말로 전쟁이다. 무선, 디자인, 개성, 기능, 마케팅 등 수많은 경쟁 요소들이 뒤섞이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친다. 물론 이런 난투 속에서도 확실한 음질과 사운드의 무기가 있다면, 굉장히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지금처럼 HRA 음원이 크게 보급되는 시점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최근 이어폰·헤드폰 라인업에서 무선 사양의 편리함만을 크게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음질이나 사운드 면에서 가격대 이상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또한 유선에 비해 제약이 많은데, 블루투스 코덱 지원, 신호 끊김, 미세 배경 노이즈, 특유의 건조한 사운드, 가격 상승 등 신경써야 할 부분이 꽤 많다는 것이다. 결국 무선 제품들이 ‘유선과 차이 없는 사운드’에 필적하기 위해 노력하는 형세가 되고 있다. 유선, 그 자체가 음질·사운드적으로 꽤 훌륭한 피지컬이라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역시 중요한 전략 중 하나이다. 두 조합으로 단점은 최대한 줄이고, 장점을 극도로 부각시키는 것인데,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를 수행하느냐에 따라 사운드 완성도가 결정된다. 하이파이 오디오 역사를 둘러봐도 하이브리드를 통한 새로운 결합과 참신한 시도를 끊임없이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진공관의 근사한 질감과 TR 앰프의 구동력을 얻기 위해 하이브리드 앰프를 선보였고, 클래스A 음질에 출력과 효율을 높이기 위해 클래스AB를 개발하기도 했다. 또한 스피커에서는 대역별로 최고 효율을 내기 위해 유닛 소재나 구성을 각각 다르게 조합, 저역·중역·고역의 최적화된 사운드를 멋지게 실현시키기도 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서로의 단점을 해소하고, 각각의 장점을 효율적으로 융합시켜, 최적의 사운드를 만든다는 것이 하이브리드의 키포인트이다. 최근 이어폰 트렌드 역시 이런 하이브리드 구성이 중심되고 있는데, 역시 BA 유닛과 다이내믹 유닛의 조합이 가장 대표적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BA 유닛의 높은 해상력과 고음질 스펙, 그리고 다이내믹 유닛의 강력한 저역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구성으로, 사운드 밸런스가 굉장히 뛰어난 장점이 있다. AKG 역시 하이브리드 구성의 프리미엄 유선 이어폰들을 출시하며 완성도 높은 사운드를 구축하고 있는데, 오랜 역사와 기술력의 AKG답게 하이브리드의 가장 완벽한 정답을 제시하고 있다.

AKG는 국내외 베스트셀러 이어폰·헤드폰 제품으로 늘 거론되며, 유명 뮤지션들과 음향 엔지니어들이 가장 사랑하는 음향 브랜드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 AKG는 삼성 패밀리로 합류되면서, 고음질·고스펙 이미지를 더욱 크게 부각시키고 있는데, 그 대표작이 이번에 소개할 N30이다.
AKG의 N 시리즈는 본격적인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최신 음향 트렌드에 부합되는 고음질, 고스펙, 디자인, 착용감 등 핵심 요소들을 모두 아우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HRA 음원에 완벽히 대응하는 광대역 스펙에 중심을 두고 있다.

이어폰 라인업으로는 플래그십 N40을 시작으로, N30, N25, N20U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하이브리드 구성의 N30이 시리즈의 확실한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즉, 가성비 뛰어난 실질적인 주력기의 면모를 보여주는 제품이다.
N30은 AKG답게 매력적인 디자인을 품고 있는데, 플래그십 모델인 N40의 디자인 콘셉트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요즘 트렌드에 맞는 굉장히 모던한 디자인이 중심에 있으며, 고급 질감으로 마무리된 무광의 실버 하우징이 한눈에도 굉장히 고급스럽게 느껴진다(실버 버전). 참고로 블랙 버전도 출시되었는데, 이 역시 고급스러운 질감과 마감을 느낄 수 있다. 하우징 역시 견고하고 가볍게 설계, 고급기의 자태를 확실히 보여준다. 실제 무게도 19.5g으로 초경량 설계되었다. 하우징에는 AKG 마크가 음각되어 있는데, 브랜드의 자신감과 시각적 포인트를 동시에 선사한다.

오버 이어 후크 디자인으로 설계되어 귀 뒤로 정확히 고정되는 착용감이 굉장히 뛰어나며, 오래 착용해도 큰 부담 없는 멋진 밀착감을 선사한다. 실제 착용된 모습도 눈에 띄게 매력적이다. 유닛부와 케이블은 MMCX 규격으로 분리되는 구성이어서, 케이블 커스텀을 염두에 둘 수 있다. 케이블은 Y 스플릿을 중심으로 위·아래 다른 소재를 채택했는데, 역시 터치 노이즈나 선 꼬임, 단선까지 완벽히 방지하기 위함이다. 특히 아래 부분에 고급 패브릭을 적용하여, 패브릭 스타일의 근사한 디자인까지 엿볼 수 있다. 케이블에는 유니버설 3버튼 리모컨/마이크로폰이 부착되어 있어, 스마트폰과 연계한 다양한 기능들을 쉽게 컨트롤할 수 있다. 또한 리모컨 후면에는 안드로이드와 iOS를 선택할 수 있는 스위치가 있는데, 호환성을 생각하면 굉장히 매력적인 기능이다.

부속품은 제법 풍부하다. 고퀄리티 미니 캐링 케이스, 4종의 이어팁(XS, S, M, L), 클리닝 툴, 플라이트 어댑터, 2개의 사운드 필터까지 알차고 다양하게 제공한다. 그중 사운드 필터 콘셉트는 굉장히 독특하다. 무려 음색을 직접 튜닝하고 교체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재미있는 엔지니어적인 컴포넌트이다. 이 사운드 필터는 플래그십 N40에서도 제공되었는데, 베이스 부스트, 레퍼런스 사운드, 하이 부스트의 3가지 구성으로 크게 호평 받았다. N30은 그중 2가지를 지원하는데, 베이스 부스트와 레퍼런스 사운드가 중심에 있다. 레퍼런스 사운드 필터는 이미 이어폰에 장착되어 있는 상태고, 베이스 부스트 필터를 여분으로 제공하는 구성으로, 저역을 좀더 강화하고 싶다면 교체·장착하면 된다. 베이스 부스트는 고품질 미니 스테인리스 카드에 기본 장착되어 있는데, 슬롯이 각각 구분되어 있어 교체 후 쉽게 고정·휴대할 수 있다. 참고로 필터 교체가 어렵고 복잡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는데, 이어 팁을 제거하고 끝부분을 나사처럼 돌리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 누구든 쉽게 교체 가능하다. 사운드 성향을 간단히 언급하면, 레퍼런스 사운드는 전 대역의 밸런스를 추구하며, 베이스 부스트는 저역의 다이내믹을 극적으로 상승시켜 준다. 사운드 차이는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단순히 부가적인 컴포넌트가 아니라, 사운드 엔지니어링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매력적인 장치이다. 장르에 따라 필터를 교환하면, 마치 다른 성향의 2개 이어폰을 듣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유닛은 앞서 이야기한 대로 BA 유닛과 다이내믹 유닛의 하이브리드 조합이다. 중·고역은 BA 유닛이 담당하고, 저역은 다이내믹 유닛이 책임지는 2-way 구성. 내부 모습을 보면, BA 유닛이 전면에, 다이내믹 유닛이 그 후면에 위치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역시 굉장히 효율적인 조합으로, 각 유닛의 특기를 효율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정확한 설계가 돋보인다. 마치 트위터와 우퍼 구성의 잘 만들어진 2-way 하이파이 스피커를 연상케 하는데, 이음새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러운 음역대의 흐름이 일품이다. 이 부분에서 AKG의 튜닝 기술과 노하우가 빛을 발하는데, 확실히 기존 하이브리드 제품과는 격이 다른 내추럴하고 집중력 있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주파수 응답은 20Hz-40kHz로 완벽한 광대역 사운드를 추구하고, 32Ω의 임피던스와 101dB SPL/V @1kHz의 감도로 다양한 디바이스와의 효율적인 매칭을 보장한다.

사운드에 대한 이야기. 우선 어색하지 않다. 하이브리드 제품들이 사운드에서 묘한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 특유의 어색함 없이 굉장히 자연스러운 무대를 완성시켜낸다. 그만큼 AKG가 이 부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인데, 가장 완벽히 튜닝된 하이브리드 제품으로 손꼽을 수 있을 만큼, BA와 다이내믹의 사운드 충돌 없이 일체감 있는 사운드를 선사한다. 마치 잘 튜닝된 동축형 2-way 하이파이 스피커를 듣는 듯한 사운드로, 정위감과 자연스러움에서 특별함을 과시한다. 사운드 성향은 확실히 BA와 다이내믹의 장점이 잘 드러난다. BA의 청량하고 깨끗한 고역이 확실한 매력으로 중심 잡고 있으며, 다이내믹 유닛의 풍부한 저역이 공간을 자연스럽게 채워준다. 늘 BA 유닛에서 저역이 더 있었으면, 다이내믹 유닛에서 고역과 해상력이 더해졌으면 하던 아쉬움들이, 이 하이브리드 조합으로 완벽히 보완된 것이다. 아마도 단일 유닛의 조합으로 이 정도 사운드를 만들어내려면, 몇 배 이상의 가격을 더 투자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잘 설계된 하이브리드 제품은 가격대 성능비에서 확실한 장점을 보여준다.

Hi-Res Audio 마크를 획득한 제품인 만큼, 고음질 음원에 완벽히 대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고음질 음원들이 대역 손실 없이 시원하게 전개되는데, 마치 파노라마 화면을 보는 듯한 넓은 무대로 선명한 장관을 연출해준다. 고음질 음원 특유의 많은 정보량이 손실 없이 전달되는데, 밀도감 있게 꽉 찬 무대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특히 해상력 부분에서 각별한데, 그동안 미처 깨닫지 못한 미세한 소리들을 누구든 쉽게 캐치할 수 있다. 악기의 미세한 떨림, 연주자의 버릇, 미묘한 잔향, 현의 스트로크, 지휘자의 일갈 등 평소 놓친 많은 신호들을 다시 되찾을 수 있다. 해상력 좋은 제품들이 배경 노이즈가 심한 경우가 많은데, N30은 그런 결점 없이 굉장히 깨끗한 배경을 선사한다. 덕분에 연주가 끝나고 일순간 조용해지는 순간의 그 정적을 굉장히 감동적으로 표현해낸다.

어쿠스틱 악기 표현도 칭찬해주고 싶다. BA 유닛의 깨끗한 고음 성향에 다이내믹 유닛의 풍부한 저음이 가미되어, 굉장히 자연스러운 악기의 잔향을 만들어준다. 실제 공연을 듣는 듯한 내추럴함이 돋보이는데, 연주자 위치를 정확히 가늠해볼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한 정위감도 각별하다. 어쿠스틱 악기가 반주되는 여성 보컬 곡들을 들어보면 더욱더 이 제품의 장기가 드러난다. 무대 중심에 보컬의 청명한 목소리가 자리하고, 그 배경으로 잔잔한 악기들이 반주되는데, 그 무대가 굉장히 입체감 있고 자연스럽다. 사실 이런 자연스러운 무대를 위해 사운드 엔지니어들이 엄청난 노력을 하는데, AKG 역시 스튜디오 튜닝으로 잔뼈 굵은 만큼, 그 역할을 멋지게 완수해냈다.

템포 빠른 음악이나 록·메탈 장르에서도 N30의 진가가 드러난다. 특히 다이내믹하고 빠른 저음을 바탕으로, 시원하게 부각되는 고음을 멋지게 연출하는데, 변화무쌍한 음악들에도 주눅드는 것이 없다. 저역 튜닝이 굉장히 잘 되어 있는데, 부담스러운 저음이 아니라, 실제 공연장에 듣는 다이내믹의 맛을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확실히 사운드 튜닝 엔지니어의 역량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고음 표현력은 비슷한 가격대에 적수가 없을 만큼 세밀하고 깨끗하게 그려낸다. 평소 고음 성향의 제품을 선호했다면, 꼭 한 번 들어봐야 할 정도로, 매력적인 고음을 만들어낸다. 흔히 고음 성향의 제품들이 해상력만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자극적이고 음악적인 맛이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N30의 고음은 음악적으로 접근한 윤기 있고 투명한 매력이 중심에 있다. 덕분에 음악을 그 어느 때보다 오랫동안 듣게 만들었는데, 오랜만에 느껴보는 하이브리드 이어폰의 진수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유닛 구성 BA + 다이내믹
음압 101dB SPL/V @1kHz 
임피던스 32Ω
허용 입력 20mW
주파수 응답 20Hz-40kHz
(자사 실험치로 실사용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
무게 19.5g

454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7년 12월호 - 4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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