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yin A-55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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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yin A-55TP
  • 김남
  • 승인 2017.11.01 00:00
  • 2017년 11월호 (544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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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을 파괴하고 있는 케인의 당당한 발걸음

이런 제품을 이런 가격대로는 도저히 만들지 못할 것이라는 원망(?)을 받아 왔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격은 세계적인 생산망과 유통 시설을 갖추지 못한다면 불가능한 수치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다고 만듦새가 허술한 것도 아니다.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내부에 이르기까지 허술하다는 비판을 끌어내기가 힘든 것이다.

물건은 내버려두면 가격이 올라간다. 더구나 제품 성능이 좀 좋다고 소문이 나면 가파르게 올라가기 마련이다. 80년대의 오디오 잡지들을 뒤적여 보면 실감이 난다. 서너 배 정도 올라간 기종이 하나둘이 아니다.
세상사가 다 그렇기 때문에 복잡하게 거론할 일은 아니지만, 그런 상업적 리듬 규칙을 지키지 않고 있는 오디오 제작사로 하나를 거론하라면 케인을 꼽을 수 있겠다. 이 가격으로도 이 정도의 상당한 수준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실험적 제품을 선보인 이후 가격대를 올리기는커녕 본 시청기는 오히려 더 값을 낮췄다. 실로 요즈음의 채산성으로 본다면 상식을 파괴하고 있는 셈이다.
90년대에 시청기로 미국제의 진공관 앰프 한 기종이 들어왔는데, 다음날 장착되어 있던 평범한 6550 대신 가지고 있던 약간 고가의 진공관으로 교체해 봤다. 그런데 사기 재료로 된 소켓이 말썽이었다. 삽입된 핀이 얼마나 단단하게 고정되었는지 진공관이 잘 빠지지 않아 흔들거리다 보니 핀이 부러져 버린 것이다. 2개가 그랬으니 50%가 불량이 난 셈이 되었다. 이런 것은 수리가 아니라 소켓 전체를 교체해야 된다. 수리점에서 보더니 우리나라 6.25 때에도 못 보던 하급품이라고 판정해 줬는데, 수입상에서도 그 때문에 앰프 전부를 수리하거나 반품을 하는 곤욕을 치렀다. 그 제품은 가격도 본 시청기보다도 2갑절이 비쌌으니 얼마나 소비자를 우습게 봤으면 그런 제품을 만들었을까 싶고 지금도 의문이다. 다행히 그 제작사는 그 뒤 후속 제품이 나오지 않았다. 케인의 제품들을 보면 새삼스럽게 그 때의 그 제품 생각이 떠오른다. 아마 그 당시 출범을 했더라면 케인의 이름이 진공관 제품의 대명사가 되었을 것이다.

케인은 단계별로 많은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본 인티앰프 제품 A-55TP는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한다. 기본 모델이라 할 수 있는데, 채널당 2알의 5극관(KT88)을 사용했지만 출력은 40W(8Ω)로 출력 수치보다도 성능 향상에 초점을 두었고, 케인 앰프가 그렇듯이 3극 모드로 변환할 수 있는데, 그 경우는 출력이 20W로 줄어든다(스피커의 감도가 충분할 경우 비교 청취하는 기쁨이 있을 것이다).
보통 채널당 2알의 5극관을 사용한 다른 앰프들은 보통 50W 내외가 많고, 매킨토시 MC275 같은 명기는 75W 정격이다. 그에 비춰 보면 본 시청기가 출력을 극도로 축소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경우에 따라서 불리해질 수가 있다. 감도가 약간 낮은 스피커에 대응력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만큼 소리의 품질, 그리고 기기의 내구성과 안정성 등에 신경을 많이 기울였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케인의 앰프들은 심지어 국내의 자작파들도 이런 제품을 이런 가격대로는 도저히 만들지 못할 것이라는 원망(?)을 받아 왔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격은 세계적인 생산망과 유통 시설을 갖추지 못한다면 불가능한 수치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다고 만듦새가 허술한 것도 아니다.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내부에 이르기까지 허술하다는 비판을 끌어내기가 힘든 것이다. 오히려 내부를 뜯어보고 나면 더 감탄이 인다. 한 국내 엔지니어로부터 직접 그런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이래서야 다른 앰프들이 설 자리가 있겠나 하는 그런 한탄을 들은 것이다.

자체적으로 고정밀 절삭 기기를 갖추어 매끈하게 제작된 섀시 하나만을 봐도 품위를 짐작할 수가 있고, 거기에 단정한 디자인이 첨가되어 있어 어떤 하이엔드와도 겨룰 수 있는 외형을 가졌다. 내부 역시 고가의 부품을 투입하는 호화 버전은 아니지만, 기본기에 충실한 정석대로의 만듦새이다. 내부를 개조하면 소리의 질이 올라갈 것이라는 풍문을 듣고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한 전문가에게 개조를 의뢰했는데, 내부를 들여다본 그 전문가가 내가 어디 손볼 데가 없다고 했던 것을 목격한 바가 있다. 내구성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은 시장에서 이미 증명이 된 것이고, 소리 역시 결코 약점이라 할 만한 것이 특별히 발견되지 않는다. 5극관 앰프의 레퍼런스라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호쾌함과 밀도, 탄력감이 넘친다. 한 가지 충고는 상당 기간 에이징을 거치라는 것이다. 몇 개월 후 지금과는 훨씬 더 누긋한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수입원 케인코리아 (02)702-7815
가격 165만원(SE 버전 : 178만원)   사용 진공관 KT88×4, 12AX7×2, 12AU7×2   실효 출력 20W(8Ω, 트라이오드), 40W(8Ω, 울트라리니어)   주파수 응답 8Hz-50kHz(-1.5dB)   THD 1%(1kHz)   S/N비 90dB   입력 감도 300mV   입력 임피던스 100㏀   출력 임피던스 4Ω, 8Ω   크기(WHD) 35×18.5×30cm   무게 13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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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7년 11월호 - 5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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