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 Aero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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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 Aero 500
  • 김남
  • 승인 2017.10.01 00:00
  • 2017년 10월호 (543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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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달빛 아래 고즈넉한 산사에서 울리는 맑은 종소리

청동은 진동을 완벽하게 억제하고 소리 에너지가 진동 에너지로 변해 손실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함으로써 목재로 만든 스피커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단단한 밀도감과 힘 있는 소리를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알루미늄을 통째로 주물 제작한 스탠드는 아주 적은 양의 잔여 진동마저도 억제한다.

 

처음 보는 진기한 스피커가 등장했다. 세계 최초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이런 유사한 형태의 스피커가 처음은 아니지만, 스타일이 달랐고, 더구나 인클로저 전체를 청동(브론즈)을 사용해 일체형으로 만든 스피커는 존재하지 않았다. 브론즈란 구리에 주석을 일정 부분 배합한 금속으로 내구성이 강하며 공예품에 사용되고 녹이 푸르스름한 빛을 낸다. 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에밀레종이 청동으로 만들었다. 시청기가 특이한 것은 그 형태상 배플을 없애고 원추형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음새라는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이며, 당연히 사각형 스타일의 인클로저에 비해 그 정밀도가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다. 트위터 장착부를 확대시킨 스타일이기도 한데, 더 놀라운 것은 국내에서 우리 장인이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 스피커를 만든 J&A 어쿠스틱스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장수홍 명예교수와 모토로라 미국 본사에서 제품 개발 담당 부사장을 지낸 안민구 대표가 공동으로 설립한 곳으로, 브랜드명은 두 사람 성씨의 이니셜인 ‘J’와 ‘A’를 결합한 것이다.

시작하게 된 동기가 특이하다. 실 제작을 맡은 안민구 씨는 특별하게 오디오 제품에 관한 관심이 없었고 소리라는 것은 0과 1의 연속이라는 디지털적인 개념 속에서 살아왔는데, 어느 날 문득 낡은 빈티지 AR 스피커를 듣게 된다. 요요마의 첼로 곡이 나왔는데 마치 어머니의 음성 같았다. 저도 모르게 감동의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는 비로소 음악이라는 것은 0과 1의 결합이 아니라 바람처럼 흘러 다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후 최고의 스피커를 만들어 봐야겠다는 욕망이 잉태되어 있다가 미국 생활을 접고 돌아온 즉시 제품의 설계에 들어갔다.
모든 유닛을 검토한 끝에 아큐톤으로 정했지만, 이 유닛은 섬세하고 해상도가 매우 높지만 ‘차갑다’라는 느낌을 주며, 다루기가 매우 힘들기도 하다. 그럼에도 ‘차가운’ 성향의 ‘청동’을 인클로저로 사용한다고 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이 더 차가운 소리가 될 것이라 우려했지만, 그는 역발상적으로 시도, 형태와 크기를 음향학적으로 최적화시키고, 크로스오버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통해 높은 해상도와 고유한 성향을 유지하며, 소리에 체온감을 더하는 데 성공했다, 그것이 본 제품이다.

제작의 난관은 인클로저에서 나왔다. 알루미늄 대비 비중이 3배 높은 청동으로 소재를 결정했지만 막상 이런 형태의 주물을 매끈하게 뽑아낼 수 있는 공장이 없었다는 것. 오히려 왜 꼭 이래야 하느냐, 아무 의미도 없는 것 아니냐, 설득을 하려 들었다는 점이다. 국제 기능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목공예가도 스피커 인클로저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1년간을 쫓아다녔다는 한 스피커 개발자의 얘기가 생각난다. 국내 금속 전문가들은 기계로만 제작해 왔기 때문에 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공예품에 대한 인식이 부족, 결국 절의 종을 만드는 장인을 만나 다시 부단히 설득하고 토론을 벌인 결과 1년만에 시청기가 태어났다. 그 장인 역시 새 기술을 익힌다는 개념으로 응낙했다고 한다. 이 스피커는 90% 정도의 제작 과정을 거친 후 특수 래커를 입히는 과정이 추가되는데, 컬러는 레드, 블랙, 골드로 선택할 수 있다. 알루미늄 스탠드 역시 일체형 주물이다.

청동은 진동을 완벽하게 억제하고 소리 에너지가 진동 에너지로 변해 손실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함으로써 목재로 만든 스피커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단단한 밀도감과 힘 있는 소리를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알루미늄을 통째로 주물 제작한 스탠드는 아주 적은 양의 잔여 진동 마저도 억제한다. 네트워크에도 문도르프의 슈프림 실버 골드 오일 등 뛰어난 부품을 선별 투입했다.
어머니의 음성처럼 자애로우면서도 싱싱하고 맑은 소리가 시청기의 기본 성향이다. 임피던스가 6Ω에 감도가 88dB인데, 특이하게도 5극 진공관 앰프에 잘 맞는다. 이거야말로 이 제품의 축복이나 다름없다. 고가의 반도체 앰프로 들었고, 이번 호 시청기인 신세시스의 인티앰프와 매칭을 했는데, 거의 과부족이 없다. 10배 이상 가격 차이가 있지만 그 차이가 미미하다(동 시청기 참조). 우아하면서도 해상력도 좋고 현악 합주곡에서 팝 보컬, 피아노, 대편성 모두 상위 급의 소리가 난다. 모든 곡에서 마음과 몸이 모두 편안해지는 아늑하고 고귀한 소리를 내주는데, 또 매끄러움도 충분하고 저역과 음장감도 상당하다. 웬만한 대형기 못지않다. 재생 주파수 대역은 45Hz에서 30kHz. 흔히 아큐톤의 소리를 달빛 같다고 하는데, 시청기는 다소 흐릿한 달빛이 아니라 맑고 서늘한 10월의 달빛이다. 아큐톤 유닛을 사용한 제품 중 단연코 1등급이다. 참고로 크기가 작다고 함부로 들지 말 것. 스탠드를 포함해 무게가 50kg이다.

 

제조원 J&A Acoustics (031)212-9707
가격 1,540만원(알루미늄 스탠드 포함, 200만원 상당)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재질 : 청동)   사용유닛 우퍼 16.5cm 아큐톤 세라믹, 트위터 2.5cm 아큐톤 세라믹   재생주파수대역 45Hz-30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2500Hz   임피던스 6Ω   출력음압레벨 88dB/2.83V/m   파워 핸들링 100W   크기(WHD) 32×100×52cm   무게 50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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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7년 10월호 - 5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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