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ham Audio BBC LS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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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ham Audio BBC LS5/9
  • 김남
  • 승인 2017.10.01 00:00
  • 2017년 10월호 (543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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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을 깨닫게 하는 스피커

 

완전 올드 빈티지 디자인이지만 조금도 촌티가 난다는 느낌이 아니고 최신 디자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옛 시절에 등장했던 자동차들이 지금 봐도 묵직한 아름다움을 과시하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오디오 초기 시절 미국과 영국이 경쟁적으로 오디오 산업을 일으킬 때 미국은 극장을 중심으로 하는 호쾌한 사운드가 주 종목이었고, 영국은 BBC 방송을 기반으로 하는 정밀·섬세한 사운드가 중심이 되었다.
BBC는 방송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자체 기획·설계한 프로토타입 스피커의 스펙을 제시하고, 스피커 업체들에게 라이선스를 주어 생산하게 했는데, 그것이 이른바 BBC 모니터 스피커의 출발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LS5/9, LS3/5a 등은 BBC에서 음성 검청용으로 전용, 그 이후 일세를 풍미한 명기로 전설이 되었다. 음성이 잘 들리면 바이올린이나 첼로 등 독주 악기는 당연히 좋다. 당시의 오리지널 제품이 지금도 유통되고 있는데, 상당한 고가이며 구하기 쉽지 않고, 국제적인 동호회가 만들어져 있을 정도.
이 당시 BBC가 제시한 스펙을 보면 재미있다. 너무 크지 않을 것, 가벼울 것, 방송용 차량에 거치하기 좋을 것 등의 조건도 들어 있어서 그렇게 큰 집을 선호하지 않던 영국인들의 오디오 취향에 적합할뿐더러 이후 영국 오디오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지금 영국 스피커들은 알게 모르게 이 모니터 제품의 범주 안에서 성쇠를 거듭해 온 셈이다.
21세기 들어 오디오 기기에서 모니터라는 이름이 쇠퇴하게 되면서 이들 스피커의 명성도 차츰 잊혀 가던 차에, 20년 이상 영국 방송 관련 산업과 프로 오디오 업계에 종사해 왔던 폴 그래험은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면서 까다로운 BBC 라이선스를 뒤늦게 취득하게 된다. 그는 아무리 스피커 기술이 발달해 봐야 옛 BBC 모니터의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인데, 물론 단순 재생이 아닌 빈티지의 현대화가 그의 슬로건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인간 본성을 자극하고 회귀성을 간파한 영리한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지금도 인류 역사에서 고대 문명에 고개 숙이고 그 시절 인물을 추앙하며 끊임없이 교훈과 추억을 반추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일 것이다.

이 시리즈의 재생은 글자 그대로 오디오 업계에서 왕의 귀환으로 불린다. 이에 자극을 받은 듯 그 이후 여러 메이커에서도 여기에 뛰어들어 난타전이 벌어졌는데, 동일한 스펙이지만 단순한 복각이 아니라 오리지널에 충실하면서도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네트워크 등에 미세한 조정을 꾀하기도 해서 미미하지만 만드는 메이커마다 소리의 차이가 있다. 어느 것이 최상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우열의 평점은 의미가 없다. 새삼스럽게 지금 BBC 모니터 스피커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사회학적으로도 상당히 의미가 클 것이다.
여러 메이커의 제품 중에서도 그래험의 이 시청기는 오리지널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34mm의 트위터는 오닥스의 올드 버전으로 BBC의 마지막 버전이라고도 불리는 것인데, 당시의 오리지널이 있을 리 없기 때문에 스펙이 동일할 것으로 추정된다. 트위터의 메탈 그릴 역시 오리지널과 동일하게 제작했다. 200mm의 미드·우퍼는 볼트 라우드스피커스와 함께 개발한 특주품으로, 단단하게 만든 다이캐스트 알루미늄 프레임과 거대한 모터 어셈블리, 그리고 폴리프로필렌 콘과 고무 재질의 에지를 사용해 볼트 라우드스피커스에서 손으로 만들고 테스트한다. 9mm의 얇은 두께의 자작나무 인클로저도 오리지널과 마찬가지인데, 무거워진 현재의 인클로저와 비교하면 당연히 진동이 커지겠지만 특수한 내부 흡음재를 사용해서 그에 대한 우려를 막았다. 또한 전용 스탠드가 있으며, 덕트의 위치 등도 동일하다. 완전 올드 빈티지 디자인이지만 조금도 촌티가 난다는 느낌이 아니고 최신 디자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옛 시절에 등장했던 자동차들이 지금 봐도 묵직한 아름다움을 과시하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이 스피커는 대부분의 진공관 앰프와 궁합이 좋다. 만들어진 시대가 진공관 앰프가 성황이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청기를 진공관 앰프 몇 기종과 매칭했다. 먼저 연결한 것은 신세시스의 인티앰프 A50토러스로 출력이 50W인데 비교적 무난하게 매칭되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작은 출력인 22W의 845 출력관 앰프와도 연결했었는데, 임피던스는 8Ω, 감도가 87dB로 다소 낮은 편인데도 잘 맞았던 기억이 있다.
이 시청기의 사운드는 상당한 개성이 있다. BBC 모니터의 개념은 아나운서의 음성 검청이 제1 목표였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 제품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브리티시 사운드라는 표현도 이 기준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보면 이런 기질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애호가라야 이 모니터 스피커에 만족할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한 것이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듯한 편안함이 시청기의 특색이다.
이 스피커는 섬세하고 해상도가 좋다. 저역 잔향이 길게 끄는 성향이 아니라 산뜻한 편. 다소 활발하고 화려한 소리가 듣고 싶다면 진공관 앰프 중에서도 845 출력관이 맞는다. 다른 5극관은 점잖음이 다소 강한 편이다. 젊은 층이 아니라 오랜 오디오 생활을 거쳐 다소 지쳐 있는 사람들이 위안을 찾을 수 있는 바로 그런 제품이다.

 

수입원 제이원코리아 (02)706-5436
가격 660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20cm, 트위터 Son Audax HD13D34H   재생주파수응답 50Hz-16kHz(±3dB)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87dB/2.83V/m   크기(WHD) 28×46×27.5cm   무게 14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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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7년 10월호 - 5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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