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nic H-7000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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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nic H-7000V
  • 김편
  • 승인 2017.09.01 00:00
  • 2017년 9월호 (5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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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닉 포노 앰프 H-7000V, 헤드 앰프를 품고 비상하다

포노 앰프를 향한 LP 애호가들의 선량한 욕심은 끝이 없다. MM, MC가 다 돼야 하는 것은 물론, 승압 트랜스의 경우 다양한 게인 선택이 가능해야 하고, 표준 RIAA 커브만이 아니라 다른 EQ 커브에도 대응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는 것이다. 그 지긋지긋한 험 노이즈에서도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 증폭 과정에서 일체의 왜곡이나 착색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이미 하이엔드 포노 앰프에 일가를 이룬 대한민국 오디오 제작사 올닉(Allnic)이 이에 대한 답으로 이번 시청기인 H-7000V를 내놓았다. 미국의 세계적인 오디오 전문지 스테레오파일이 지난 2014년 포노 앰프 부문 클래스A 추천 기기에 올렸던 H-3000V의 후계 모델이다. H-3000V는 올닉의 자랑거리인 니켈 퍼멀로이 출력 트랜스를 탑재하고, 여기에 고순도의 승압 트랜스, 진공관 정전압 회로 및 2단 증폭, 논 네거티브 피드백 설계, 전원부 분리 등으로 전 세계 아날로그 애호가들의 찬사를 받았었다.
H-7000V의 핵심은 MC 신호 증폭용 헤드 앰프를 탑재한 것. MC 카트리지에서 온 음악 신호를 기존 승압 트랜스로도 들을 수 있고, 에너지감과 에지감이 더 좋은 헤드 앰프로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MM 신호도 2가지 경우로 즐길 수 있으니, 그야말로 하이엔드 포노 앰프가 펼쳐놓은 웰빙 뷔페라 할 만하다.

올닉이 플래그십 포노 앰프에 헤드 앰프를 내장한 이유
MC 입력 포노 앰프 앞단에 승압 트랜스가 들어가는 것은 오디오 신호 중 가장 낮은 MC 카트리지의 출력 전압을 높여주기 위해서다. MM 카트리지의 출력 전압이 2-8mV인데 비해 MC 카트리지는 10분의 1 수준인 0.15-2.5mV에 불과하다. 하지만 승압 트랜스는 전기 에너지(1차 권선), 자기 에너지, 전기 에너지(2차 권선) 순으로 에너지가 변환, 전달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 문제다. 이러한 에너지 손실률은 트랜스가 작을수록, 권선비가 높을수록 커진다. 승압 트랜스의 재생주파수 대역이 좁고 음이 찌그러지는 이유도 트랜스 크기 자체가 아주 작은 데다 권선비는 1대 30에 이를 정도로 높아 에너지 손실률이 20%에 이를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헤드 앰프다. 포노 스테이지 앞에 위치한다고 해서 헤드 앰프 또는 프리-프리앰프라 불린다. 승압 트랜스와는 달리 MC 카트리지로부터 나온 낮은 출력 전압을 앰프라는 말 그대로 적극적으로 증폭시켜 포노 스테이지에 전달해준다. 관건은 노이즈 관리인데, 이는 앰프의 속성상 음악 신호뿐만 아니라 노이즈도 함께 증폭되기 때문이다. 올닉의 헤드 앰프 HA-3000이 뛰어났던 것도 바로 노이즈가 측정 불가일 정도로 적었던 덕분이다. H-7000V에는 트랜지스터를 쓴 초저 노이즈 솔리드 헤드 앰프를 내장했으며, 입력 임피던스는 860Ω으로 모든 MC 카트리지에 최적화돼 있다는 게 올닉 측 설명이다.
그러면 왜 H-7000V에서는 단점이 많은 승압 트랜스를 빼지 않았을까. 필자가 보기에 그것은 음악 장르나 개인 취향에 따라 승압 트랜스와 헤드 앰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비록 에너지 손실율이 적다는 점에서는 헤드 앰프가 승압 트랜스에 비해 앞서지만, 승압 트랜스 특유의 진하고 굵은 ‘트랜스 맛’을 좋아하는 애호가들도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재즈나 팝이면 승압 트랜스로, 소나타나 협주곡은 헤드 앰프로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실제로 직접 리뷰를 해보니 헤드 앰프를 선택하면 대역이 넓게 그려지고 유려하게 펼쳐졌고, 승압 트랜스는 대역이 조금 좁아졌지만 진하고 두터운 음색을 맛볼 수 있었다.
더욱이 퍼멀로이 합금을 코어로 쓴 올닉의 승압 트랜스 기술은 이미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올닉의 단품 승압 트랜스 AUT-2000이 200만원대 제품인데도 특히 유럽에서 인기가 높은 이유다. H-7000V의 경우 맨 뒤에 있는 2개의 원통형 박스가 바로 승압 트랜스(채널당 1개)인데, 위에 달린 노브를 통해 게인을 4가지(+22dB, +26dB, +28dB, +32dB)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13, ×20, ×26, ×40 눈금은 데시벨로 표기된 게인을 10진법으로 알기 쉽게 표시한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아날로그 음반을 위하여, 멀티 커브 이퀄라이징 모듈
H-7000V는 기본적으로 전원부와 증폭부를 분리한 2 블록 포노 앰프다. 미약한 카트리지 신호를 다루는 포노 앰프 성격상 이 같은 전원부 분리형 설계는 기본 중의 기본. 별도 전원부에는 전압 변동률이 1% 미만인 전원 트랜스를 비롯해 정류 및 평활 회로가 탑재됐다. 전원 트랜스로부터 들어온 승압된 교류를 맥류로 바꿔주는 정류 회로에는 진공관 5AR4가 정류관으로 투입됐고, 정류 회로를 거친 맥류를 본격적인 직류 전기로 바꿔주는 평활 회로는 전형적인 파이 타입(커패시터-초크 코일-커패시터) 설계로 짜였다.
진동 제거를 위해 두터운 두랄루민 섀시에 담긴 증폭부는 올닉의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고스란히 살아 있다. 전면 패널에서 은은한 오렌지 빛깔을 뽐내는 커런트 미터 2개, 4개의 입력 신호(MC1, MC2, MM1, MM2)를 선택할 수 있는 정중앙의 실렉터 노브, 양 측면에 자리 잡은 거대한 손잡이, 그리고 본체를 거의 가득 메운 8개의 진공관과 10개의 트랜스, 2개의 모듈은 그야말로 기계 공학의 결정체라 할 만하다. 더욱이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 침니에 담긴 진공관의 가녀린 선홍색 불빛은 이미 LP 애호가들의 심장을 저격할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정중앙에 있는 직육면체 모양의 2개 모듈이 시선을 잡아맨다. 위에서 말한 원통형 승압 트랜스 바로 앞에 붙어 있는데, 상판 플레이트에는 ‘Multi-Curve LCR Unit’이라고 쓰여 있고, 그 위에는 2개의 작은 둥근 노브가 달려 있다. 한쪽 노브는 롤오프 조절용, 다른쪽 노브는 턴오버 조절용이다. 채널당 1개씩 설치된 이것이 바로 H-3000V 때부터 국내외 아날로그 마니아들로부터 극찬을 받아온 멀티 커브 LCR 이퀄라이징 모듈이다.
잘 아시는 대로 SP, LP 등 아날로그 음반은 제한된 디스크에서 더 오랜 재생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음원 정보가 기록되는 음구의 폭을 조절해야 했다. 음구 폭이 넓은 저역은 그래서 레벨을 낮춰 음구를 덜 파내고, 음구 폭이 좁은 고역은 반대로 레벨을 높여 커팅을 한 것이다. 즉, 특정 주파수(턴오버 주파수) 이하의 저역은 원래보다 6dB 낮춰 커팅하고, 고역은 원래보다 높여(10kHz 재생 시 감쇄량=롤오프로 표기) 커팅했다. 이것이 바로 이퀄라이징 커브, EQ 커브다. 레코드 재생 시에는 EQ 커브와 정반대로 보정(이퀄라이징)을 해주면 전 대역에서 원래 음악 신호를 얻을 수 있는 원리다.
그런데 문제는 각 음반사마다 이 EQ 커브가 달라 음반 재생 시 음질이 균질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회사마다 저역의 턴오버 주파수와 고역의 롤오프 감쇄량이 달랐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데카는 턴오버가 500Hz, 롤오프가 -11dB인데 비해, 필립스는 400Hz와 -5dB, RCA(1949-1951)는 700Hz와 -13.7dB였다. 그래서 1953년 미국 레코드 산업 협회(RIAA. Recording Industry Association of America)가 확정한 표준화 EQ 커브가 바로 RIAA 커브다. RIAA 커브는 턴오버 주파수는 500Hz, 롤오프 감쇄량은 -13.7dB를 표준으로 삼았다.
따라서 H-7000V의 멀티 커브 이퀄라이징 모듈을 이용하면 RIAA 커브는 물론 그 이전 레코드도 정확히 재생할 수 있다. 오른쪽 노브로는 턴오버 주파수를 250Hz, 400Hz, 500Hz(RIAA), 700Hz 중에서 선택하고, 왼쪽 노브로는 롤오프 감쇄량을 -5dB, -11dB, -13.7dB(RIAA), -16dB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H-7000V 매뉴얼에는 각 음반사의 연도별 턴오버 주파수와 롤오프 감쇄량이 친절히 적혀 있는 만큼 이에 맞춰 저역은 부스트시키고, 고역은 감쇄시키는 방식으로 조절하면 가장 최적화된 재생음을 즐길 수 있다.
H-7000V가 LCR 필터를 썼다는 것은 이 턴오버 주파수와 롤오프 감쇄량을 조절(De-emphasis)하는 회로에 2개의 직렬 코일(L)을 중심으로 커패시터(C)와 저항(R) 여러 개를 정교하게 결합시킨 일종의 패시브 필터를 투입했다는 것이다. LCR 필터는 액티브 필터(네거티브 피드백), CR 필터, 하이브리드 필터(네거티브 피드백 + CR 필터) 등 다른 이퀄라이징 방식(보통 100㏀ 이상)에 비해 임피던스가 600Ω에 그칠 정도로 낮고, 자체 저항도 13Ω에 그쳐 다이내믹스와 저역 응답성이 그만큼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공관 2단 증폭과 인터스테이지 트랜스, 진공관 정전압 회로
증폭단은 한 채널당 E810F 진공관 2개, 출력 트랜스 2개를 쓴 2단 증폭 구조다. 1단 증폭으로는 40-50dB에 달하는 게인을 확보하기 어려워 ‘진공관 + 출력 트랜스’ 구성을 2세트 연이어 붙인 것이다. 그리고 각 단(Stage) 사이에는 말 그대로 인터스테이지 트랜스가 투입, 일종의 커플링 역할을 한다. 음질에 있어서 통상의 커패시터 커플링 방식보다 훨씬 장점이 많다. 출력 트랜스 코어에는 다른 올닉 제품과 마찬가지로, 재생음의 스피드와 댐핑력을 결정짓는 초 투자율이 일반적인 철 코어에 비해 아주 높은 퍼멀로이 합금을 썼다.
정전압 회로도 눈여겨볼 만하다. 외부의 전압이 아무리 변동해도 일정하게 기기 내부의 전압을 유지해주는 게 정전압 회로인데, H-7000V에서는 전압 레귤레이터로 3극관인 7233, 전압 에러 디텍터로 5극관인 5654를 채널당 각각 1개씩 투입했다. 여기에 험과 노이즈를 더욱 줄이기 위해 전원 입력단에 인풋 초크 트랜스를 마련했다. 이미 외장 전원부를 통해 리플이 제거돼 들어온 직류 전기이지만 또 한 차례 트랜스를 거치게 함으로써 노이즈의 씨를 말려버린 셈이다.

시청
시청에는 일본 교세라의 턴테이블 PL-910, MC 카트리지는 올닉의 퓨리타스 실버, 프리앰프는 올닉의 L-7000, 파워 앰프는 올닉의 모노블록 인터스테이지 300R, 스피커는 올닉의 S-7000을 동원했다.
마이클 라빈의 ‘Caprice Viennois’(The Magic Bow). 우선 전면 실렉터 노브로 MC1을 선택, 헤드 앰프를 거친 소리를 들어봤다. 아날로그 특유의 끈적하고 밀도가 높으며 막힘이 없는 사운드가 터져 나온다. 초콜릿과도 같은 음색과 질감, 촉감이다. 무엇보다 음수가 상당히 많다. 또한 배경이 깨끗했는데 볼륨을 많이 올려도 잡소리나 화이트 노이즈가 일체 없다. MC2를 선택, 승압 트랜스로 바꾸니 일단 음량이 조금 더 커져 볼륨을 조금 낮춘 상태에서 들었다. 바이올린 소리가 아까보다 약간 억세고 음영과 농담의 레인지가 조금 좁아졌다. 다시 헤드 앰프로 들어보니 ‘유려하다, 매끄럽다, 곱다’ 같은 느낌이 쏟아진다. 다이내믹 레인지가 커졌고, 배경은 더 정숙해졌으며, 사운드 스테이지는 좀더 홀로그래픽해졌다.
루지에로 리치, 피에리노 감바, LSO의 ‘Carmen Fantasie’(Ricci). 승압 트랜스로 먼저 들었다. 진하고 호방하다. 음상과 윤곽선이 굵다. 하지만 음들이 앞으로 튀어나오고 뒤로 들어가는 정도는 헤드 앰프 때보다 떨어지는 것 같다. 그럼에도 작은 트라이앵글 소리가 곳곳에서 반짝반짝 빛난다. 올닉의 승압 트랜스와 포노 스테이지, MC 카트리지의 기본 성능이 모두 뛰어나다는 증거다. 헤드 앰프로 바꿔보니 일단 잔향감이 크게 늘었고 풋워크가 경쾌해졌다. 캐스터네츠는 더 뒤로 들어갔고, 바이올린의 여운은 더 늘어났다. 농암 대비, 강약 대비가 더 선명해졌다. 고역의 경우 더 잘 들리는 듯하지만 승압 트랜스 때에 비해서는 약간 얇아진 소리처럼 들린다. 확실히 승압 트랜스 때가 좀더 두툼한 소리였다. 공간 표현력이나 배음, 다이내믹 레인지에서는 헤드 앰프가 낫다.
척 맨지오니의 ‘Children of Sanchez’(Children of Sanchez). 헤드 앰프로만 들었다. 곡이 시작되니 그야말로 음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초대형 화면을 가득 채운 이 음들의 밀도가 대단하다. 보컬과 기타의 앞뒤 원근감, 기타 연주의 아티큘레이션, 이런 것들이 마치 현미경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생생히 드러난다. 당연한 얘기지만, 칼 같은 분해능과 해상력으로 중무장한 DAC에서 느껴지던 그런 디지털 냄새도 나지 않는다. 드럼의 펀치는 복서의 연습 볼처럼 앞뒤로 크게 요동쳐 그 음의 압력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트럼펫의 고역은 쭉쭉 뻗는다. 바닥으로 처박히는 저역의 중력 에너지가 대단하다. 진공관 앰프답지 않은 빠른 스피드는 포노 스테이지, 프리, 파워 전반에 깔린 퍼멀로이 출력 트랜스 덕분일 것이다.

총평
H-7000V는 거의 모든 상급 LP 애호가들을 만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MC, MM 카트리지 모두에 대응하고, 헤드 앰프와 승압 트랜스를 선택해 서로 다른 재생음의 세계를 즐길 수 있으며, RIAA 커브 이전에 나온 모노, 스테레오, SP, LP 등 이 세상 모든 아날로그 음반을 최고의 음질로 즐길 수 있으니까 말이다. 포노 스테이지 자체의 탁월한 성능도 빼놓을 수 없다. 인터스테이지 트랜스로 커플링한 진공관 2단 증폭, 출력단마다 자리를 지킨 퍼멀로이 출력 트랜스, 듀얼 모노로 투입된 인풋 초크 트랜스와 진공관 정전압 회로, 전원 트랜스와 정류, 평활 회로를 별도로 담은 전원부 등. 음악과 오디오를 사랑하는 LP 애호가들이 비로소 진정한 동반자를 만난 것 같다.

 

총판 오디오멘토스 (031)716-3311
특징 풀 LCR 방식, 멀티 커브 이퀄라이징 모듈, 세계 최초 헤드 앰프(MC1)와 승압트랜스(MC2) 동시 탑재   아날로그 입력 MC×2, MM×2   아날로그 출력 RCA×1, XLR×1   주파수 응답(RIAA) 20Hz-20kHz(±0.5dB)   볼티지 게인(MM) +40dB(1kHz)   볼티지 게인(MC) +62, +66, +68, +72dB(1kHz)   THD 0.3% 이하   출력 임피던스 200Ω   S/N비 -85dB   크기(WHD) 43×17.3×35cm, 17×11.8×27.5cm(전원부)   무게 15.7kg, 8.1kg(전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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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7년 9월호 - 5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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