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nat Tempus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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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nat Tempus 77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7.08.01 00:00
  • 2017년 8월호 (54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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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스피커의 자존심, 마그낫의 베스트 톨보이 스피커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중 액트 2. 긴박하게 펼쳐지는 바이올린의 트레몰로를 배경으로, 환각적인 메인 테마가 등장한다. 눈을 감고 있으면 아름다운 발레리나가 우아하게 춤을 추는 듯하다. 그러다 점차 거대하게 밀어닥치는데, 특히 폭발할 때의 에너지가 압권이다. 거의 대형기를 듣는 듯한 스케일에 깜짝 놀라게 된다.


요즘 하이엔드 오디오 업계를 지배하는 나라는 아무래도 독일을 꼽을 수 있다. 정말로 수많은 명가들이 있고, 계속 대단한 회사들이 소개되는 실정이다. 특히, 새 천년에 들어와 다수의 메이커들이 한국에 속속 들어오고 있는데, ‘Made in Germany’라는 브랜드 밸류와 함께 활발하게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저머니 인베이전이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그 와중에, 실제로 독일과 유럽 시장을 석권하고, 이미 5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창업한 지 40년이 넘는 마그낫(Magnat)이라는 회사가 지금에야 우리 땅을 찾은 것은 다소 의아스럽다. 물론 그전에도 간간이 눈에 띄기는 했지만, 요즘에야 본격적인 런칭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무튼 큰 흥미를 준다.
사실 독일이나 유럽에 사는 분들은, 오디오에 그리 많은 투자를 하지 않는다. 몇 억원씩 하는 제품들은 아무래도 수출 중심이고, 내국인이 쓰는 경우는 참 드물다. 그도 그럴 것이, 뭘 하나 사면 정말 꼼꼼히 살펴보고 또 점검한 후, 가격까지 고려해서 되도록 오랫동안 쓰는 사람들이 아닌가. 그냥 외관이 멋지다거나, 브랜드 네임이 유명하다고 해서 선뜻 지갑을 열지 않는다.
바로 이런 실속파들의 까다로운 기준을 만족시킨 회사가 마그낫이다. 독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만큼 거래량도 많고,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마그낫에 대해 공부하다 보면, 하이파이용 스피커 부문만 놓고 봐도 선진적인 기술력을 꾸준히 개발해왔음을 알게 된다. 거기에 독일 장인의 솜씨로 만든 인클로저나 각종 부품, 특히 드라이버를 자사제로 쓴다는 것 등을 따지면, 이참에 이런 독일식 실용주의를 우리도 한 번 생각해볼 때가 되었다고 본다.

원래 마그낫의 대표 얼굴은 퀀텀 시리즈다. 우리에게도 일부 모델이 소개된 바 있다. 그러다 최근에 런칭된 것이 템푸스(Tempus) 시리즈다. 여기서 템푸스를 영어로 표현하면 ‘Temporal’, 일종의 때 혹은 타이밍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 단어다. 아무래도 스피커에 여러 개의 유닛이 박히고, 그것들이 정확한 타임 얼라인먼트로 움직여야 최선의 퍼포먼스가 연출된다. 그런 면에 착안해서 지은 시리즈 명이 아닐까 싶다.
현재 템푸스 시리즈엔 본 기 77을 플래그십으로 해서, 그 밑으로 55, 33, 22 등이 포진하고 있다. 거기에 서브우퍼도 한 종 런칭되어 있으니, 대략 홈시어터와 하이파이 두 마리의 토끼를 좇는 콘셉트라 보면 된다.
이럴 경우, 서브우퍼의 사용을 전제로, 프런트나 리어용 스피커들은 아무래도 중·고역 중심으로 설계하게 된다. 당연히 그런 배경을 상상하고 본 기의 스펙을 살펴보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담당 주파수 대역이 상당히 넓다. 무려 22Hz-45kHz에 이른다. 특히, 저역의 리스폰스는 놀라울 정도다. 물론 본 기가 작은 몸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흔히 말하는 대형기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스펙을 보면 어지간한 대형기를 압도할 수준이다. ‘과연 마그낫이구나!’ 새삼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렇게 광대역이면서도, 감도는 무려 92dB이나 한다.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이것은 다시 말해, 보급형 AV 리시버에 걸어도 충분히 구동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이런 스피커를 사는 분들은, 음악뿐 아니라 영상을 즐기는 쪽도 아울러 생각하고 있으니, 이런 앰프 친화적인 설계는 어찌 보면 당연하기는 하다. 그러나 실제로 만들라고 치면, 결코 쉽지 않다. 또 이 정도로 저역 재생이 가능하면 굳이 서브우퍼를 들일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게도 한다.
본 기의 구성은 3웨이 베이스 리플렉스 타입. 실제로 후면에 두 개의 포트가 나 있다. 유닛 구성은 17cm 구경의 우퍼가 우선 두 발 장착된 것이 눈에 띈다. 이 우퍼는 페이퍼 콘을 기본으로, 여기에 음질상 필요한 여러 물질을 코팅하고 있다. 미드레인지도 같은 구경으로 재질 또한 비슷하다. 마지막으로 트위터는 2.5cm 구경의 돔 트위터. 모두 자사제 드라이버라는 점이 신뢰를 갖게 한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엘락의 최신작 EA101EQ-G라는 인티앰프를 걸었다. 거기의 디지털 입력단을 충분히 활용해서 이런저런 음악을 들어봤다. 처음 들은 것은 그리모와 가베타가 함께 한 슈만의 환상 소품 1번. 우선 슬픔에 찬, 깊은 우수에 잠긴 듯한 분위기 묘사가 압권이다. 확실히 스피커의 존재감이 잘 드러난다. 첼로의 풍부한 저역은 이쪽을 완전히 감싸는 모습이고, 영롱하면서 예쁜 피아노의 터치는 가볍게 미소 짓게 한다. ‘역시 스피커 제조의 명가구나’ 새삼 실감하게 된다.
이어서 앙세르메 지휘,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중 액트 2. 긴박하게 펼쳐지는 바이올린의 트레몰로를 배경으로, 환각적인 메인 테마가 등장한다. 눈을 감고 있으면 아름다운 발레리나가 우아하게 춤을 추는 듯하다. 그러다 점차 거대하게 밀어닥치는데, 특히 폭발할 때의 에너지가 압권이다. 거의 대형기를 듣는 듯한 스케일에 깜짝 놀라게 된다. 전 대역이 정확한 시간축을 갖고 움직이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레이 찰스의 ‘Bye Bye Love’. 빅 밴드를 배경으로 경쾌한 진행이 돋보인다. 절로 발장단이 나온다. 수많은 브라스의 홍수 속에서 태연하게 레이가 노래하는데, ‘과연 절창이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피아노 솔로도 신명이 나서, 빅 밴드의 앙상블과 함께 멋지고 화려한 한 판 세션이 펼쳐진다. 이런 음을 듣고 있으면, 확실히 사람의 기분이 고양된다. 더불어 본 기의 잠재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충분히 느끼게 된다.

 

수입원 (주)다비앙 (02)703-1591
가격 98만원   구성 3웨이 4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2) 17cm, 미드레인지 17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22Hz-45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320Hz, 3300Hz   임피던스 4-8Ω   출력음압레벨 92dB/2.83V/m   권장 앰프 출력 30W 이상   크기(WHD) 29.5×102.5×32cm   무 15.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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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7년 8월호 - 5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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