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tingham Ace Space 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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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tingham Ace Space 294
  • 최윤옥
  • 승인 2017.08.01 00:00
  • 2017년 8월호 (54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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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음질, 내구성, 조작감 모두 합격점

에이스 스페이스 294는 노팅험의 중상급 모델이다. 294 위로 상위 모델이 4개나 있는데, 이 정도의 소리를 들려준다는 사실이 조금은 놀라웠다. 가격도 요즘 천정부지로 치솟는 다른 턴테이블에 비하면 이해해줄 만하다. 4개월 동안 하루 대여섯 시간씩 꾸준히 시청을 했는데, 음질과 조작성 모두 만족스러웠다.

오랜만에 턴테이블 리뷰 의뢰가 들어왔다. 한동안 기기 리뷰를 안 해서 시청 의뢰가 반갑긴 하지만, 그래도 되지도 않은 제품의 시청 제의는 완곡하게 사양한다. 리뷰 제품이 노팅험의 턴테이블이라고 해서 두말 안하고 시청하겠다고 했다. 노팅험 턴테이블하면 인터 스페이스로 들었던 밀스타인의 바흐 무반주 소나타 파르티타가 기억난다. 깔끔하고 담백하게 연주하기로 유명한 밀스타인의 바이올린 선율을 그렇게 우아하게 그려낼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정도로 좋게 들었다.
턴테이블의 소리는 크게 두 가지 요소에 의해서 결정된다. 플래터를 어떻게 받치고 있느냐와 얼마나 강력한 힘으로 플래터를 돌리느냐가 주요한 두 가지 요인이다. 린 LP12나 오라클 델피 시리즈처럼 플로팅 타입으로 공중에 떠 있게 하면 저음은 깊게 내려가지 않지만, 중·고음이 하늘거리면서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펼쳐진다. 반면 리지드 타입으로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으면 저음이 깊게 내려가면서 웅장하게 그려내지만 중·고음은 자연스럽게 그려내지 못한다.

플래터를 얼마나 강한 힘으로 돌리느냐도 소리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러나 다이렉트 드라이브는 플래터를 돌리는 힘이 강한 대신에 모터의 진동이 플래터에 그대로 전달이 된다. 이렇게 강한 힘으로 돌리면 저음은 깊고 웅장하지만 모터의 진동이 그대로 전달되어서 고음이 자연스럽고 매끄럽지 못한 편이다.
모터의 진동이 플래터로 전달되는 것을 막고자 현대 턴테이블은 대부분 벨트로 플래터를 돌리는 방식을 채택한다. 같은 벨트 드라이브 방식이어도, 힘이 좋은 모터에 두껍고 넓은 벨트를 사용하면 저음이 깊고 큰 무대를 그려낸다. 반면에 모터의 힘을 최소로 하고 가늘고 부드러운 벨트를 사용하면 섬세하고 디테일한 소리가 난다. 힘 좋은 모터에 튼튼한 벨트로 플래터를 강하게 돌리는 턴테이블로는 VPI의 TNT와 닥터 페이커트의 파이어버드가 있다. 반대로 모터의 힘을 최대한으로 약하게 해서 모터의 진동을 최소화하는 턴테이블로는 노팅험과 웰템퍼드가 있다.
벨트 드라이브 방식이라도 강한 모터를 사용하면 깊은 저음과 큰 무대를 쉽게 구현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모터의 진동이 커서 자연스러운 고음 재생에는 불리하다. 이런 점에 착안해서 모터의 힘을 플래터를 간신히 돌릴 정도로 최소화해서, 모터의 진동이 최소화되도록 하자는 콘셉트로 제작된 턴테이블의 대표가 바로 노팅험이다.
노팅험의 에이스 스페이스 294 턴테이블의 구성을 살펴보면, 대략 어떤 소리가 날지 예측할 수 있다. 우선 벨트 드라이브에 힘이 약한 모터를 사용하는 노팅험의 전형적인 방식을 따르고 있다. 이런 방식의 약점인 깊지 못한 저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구조적으로 접근을 하고 있다. 우선 플래터의 무게를 늘려서 충분한 회전 관성을 확보했다. 실제로 플래터는 두 손으로 들기에 충분히 무겁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무겁다. 무거운 금속제의 플래터 바깥에 두꺼운 고무링 2개가 끼워져 있다. 금속인 플래터가 회전하면서 생기는 진동을 효과적으로 흡수하기 위한 장치다. 턴테이블은 피아노 마감의 베이스 위에 플래터와 톤암이 결합된 플린스가 단단하게 얹어지는 리지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일련의 구조는 모터의 토크가 극도로 약해서 저음이 약해지는 것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노팅험 턴테이블은 전원 스위치를 올려도 플래터가 돌지 않는다. 손으로 돌려줘야 한다. 정지 상태의 플래터를 움직이게 할 만큼의 힘도 없는 아주 약한 모터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처음 세팅할 때 시간이 지나도 정확한 속도가 나오지 않아서 어떻게 맞춰야 하나 고민도 했다. 모터는 교류 싱크로너스 모터로 속도를 미세하게 조정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해보다가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베이스 위에 올려놓는 모터와 플래터의 거리를 조절해서 벨트의 장력이 적절히 당겨지도록 해야만 속도를 맞출 수 있었다. 이 턴테이블에서 속도를 정확히 조정하는 핵심적인 노하우는 바로 이것이다.
294 턴테이블을 4개월 동안 사용하면서 모터의 위치를 조금씩 옮겨가면서 속도가 정확히 맞는 지점을 찾을 수 있었다. 모터의 힘이 약하다 보니 레코드판을 갈 때 손에 플래터가 접촉되면 플래터가 정지하거나 속도가 느려진다. 이때는 살짝 손으로 돌려주면 바로 정상 속도로 돌아온다. 혹여 고장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고장이 아니다. 토크가 약한 모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생기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톤암은 노팅험의 에이스 스페이스 12인치 톤암으로 카본 파이프에 유니피봇 방식이다. 짐볼 베어링 방식이 아닌 유니피봇 방식을 채택한 이유도 노팅험의 아날로그 철학이 그대로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유효 질량을 가볍게 해서 두터운 저음보다는 맑고 투명한 고음에 역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이 톤암이 보기에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지만 독특한 방식으로 안티스케이팅 포스가 가해지는 구조다. 안티 추에 가해지는 중력이 지렛대의 원리에 의해서 톤암 축에 전달된다. 그런데 그 각도를 교묘하게 설계해서 레코드의 외주에서 안티스케이팅이 제일 강하게 작동하고, 내주로 갈수록 경사 각도가 줄어들면서 힘이 작아지게 되어 있다. 아주 이상적인 방식으로 안티스케이팅 포스를 주는 방식이다. 유니피봇이라 톤암이 아주 가볍게 움직여질 것 같은데, 실제로 손으로 움직여 보면 그렇게 가볍지는 않다. 1.5-2.5g 정도의 침압을 갖는 카트리지와 상성이 좋을 것 같다.

카트리지는 EMT TSD15 누드 타입을 먼저 장착해서 들어 보았다. 밸런스가 잘 잡혀 있는 카트리지이지만 톤암이나 턴테이블이 문제가 있을 경우 다소 경질의 고음 때문에 불편한 음을 내기도 하는 예민한 제품이다. 세팅이 끝나고 첫 소리가 날 즈음에 혹시나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이내 걱정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이온 보이쿠가 연주하는 치고이네르바이젠(Eterna 825840)을 얹었는데 바람에 휘날리는 갈대같이 움직이는 활이 리얼하게 표현되었다. 총주에서 저음의 깊이도 예상보다는 더 나와서 살짝 놀랐다. 역시 플래터의 무게가 저음에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실감했다.
저음의 깊이나 무대의 크기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해서 헨릭 쉐링이 연주하는 스페인 교향곡(Living Stereo LSC 2456)을 걸었다. 1악장 도입부의 ‘쿵-’하고 떨어지는 저음의 표현이 예전에 알고 있던 노팅험에서 기대하던 저음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단단하고 깊은 저음이 나왔다. 총주 시 무대의 크기도 커서 아주 약한 토크의 모터로 돌리는 턴테이블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고음을 테스트하는 음반은 이다 헨델이 연주하는 바흐 무반주 소나타 파르티타(Testament)이다. 날카로운 듯하나, 귀를 자극하지 않고, 기교적으로 원숙하나, 기교를 자랑하지 않는 연주를 들려준다. 치고 올라가는 바이올린 선율 끝을 보면 고음이 어떤지 짐작이 된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섬세하게 디테일이 잘 표현된다.

광 카트리지로 유명한 DS 오디오의 DS002 카트리지를 장착했다. 시바타 바늘이 채용된 이 카트리지는 고음 끝이 달콤하게 말리는 특징이 있다. 코일과 자석을 사용하지 않고 빛의 움직임만으로 전기 신호를 만들어내는 탓에 정전기 노이즈가 없다. 1.7g의 침압인 이 카트리지와 노팅험의 톤암 간의 매칭은 좋았다. 바닥까지 그려내는 저음과 하늘거리면서 살짝 파스텔 톤으로 처리하는 고음 끝이 매끄럽고 자연스럽다.
에이스 스페이스 294는 노팅험의 중상급 모델이다. 294 위로 상위 모델이 4개나 있는데, 이 정도의 소리를 들려준다는 사실이 조금은 놀라웠다. 가격도 요즘 천정부지로 치솟는 다른 턴테이블에 비하면 이해해줄 만하다. 4개월 동안 하루 대여섯 시간씩 꾸준히 시청을 했는데, 음질과 조작성 모두 만족스러웠다. 레코드 판 갈다가 플래터에 손이 닿아서 속도가 약간 느려지면, 손으로 살짝 돌려줘야 하는 번거로움 빼고는 가격과 음질, 내구성, 조작감 다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음악을 음악답게 들려주는 자연스러움이 돋보이는 턴테이블이라는 점이 인상 깊다. 자연스러운 아날로그 음을 원한다면 꼭 시청을 해봐야 하는 턴테이블이다.

 

수입원 다웅 (02)597-4100
가격 700만원

541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7년 8월호 - 5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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