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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우진
  • 승인 2017.08.01 00:00
  • 2017년 8월호 (5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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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를 사야 하는 이유를 알려 주는 음반

항상 다양한 시도와 아낌없는 투자로 국내 레코딩 업체의 선구자적 역할을 수행하는 오디오가이에서 기존에 CD로 발매된 작품으로 LP를 선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신예 가야금 연주자인 조정아의 김죽파류 가야금 산조다. 가야금 산조, 물론 다른 국악기보다는 어쩌면 상대적으로 녹음하기 쉽기는 해도, 특히 쟁쟁한 계승자의 명연이 많은 김죽파류의 산조이고, 국내 최고의 엔지니어의 녹음 역시 이미 존재하는 터라 걱정과 함께, 정말 수십 년 만에 처음 나온 가야금 산조 LP라는 기대감으로 음반을 내 웰템퍼드에 얻고 ZYX 바늘을 얹어 놓았다. 서덜랜드의 포노 앰프까지 사용된 재생 기기 모두 공간감이 뛰어난 재생 장치이긴 하지만, 이 녹음에 항상 거론되는 엄청난 가격의 노이만의 더미 헤드 마이크의 능력인지, 느릿한 진양조에서 가야금으로는 오히려 너무 넓은 좌우 무대와 한 가지 악기로 느껴지지 않는 장구의 지나친 원근감이 조금 과한 듯하다. 중모리 이후 조금 속도를 붙이면서 이 같은 느낌은 사라지긴 한다. 앨범의 안내문처럼 헤드폰이나 이어폰으로 극강의 공간감이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최소한 LP로 나온 가야금 산조 중에서 압도적 우위를 지닌 존재로, 깔끔한 녹음과 다이내믹 깊은 원근감 등 CD로는 결코 맛보기 힘든 매력을 가진다. LP 마니아 중 가야금 산조를 좋아한다면 말할 나위 없고, 설마 안 들어 보았다면 반드시 들어 보아야만 하는 국악의 라벨의 볼레로와 같은 필수 음반이다.
역시 고가의 장비로 녹음된 국내 재즈 음반으로, 본지에 소개했던 이부영의 분위기 있는 이 음반 역시 LP로 찍혀 나왔다. 더미 헤드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그것을 능가하는 장비들이 동원된다. 노이만과 바이올렛 디자인의 마이크가 잡아내는 클라리넷의 아련한 곡조와 관조적인 기타의 느린 전개가 아주 깔끔하게 담겨 있다. 뛰어난 음질이라는 오디오파일용 재즈 LP를 많이 들어 보고 가지고 있지만 그것에 비해도 역시 각 악기의 질감, 악기 간의 배치 공간 등이 수준급이다. 목관의 질감과 색채감도 압권이지만, 무대 사이의 각 악기 간의 그 공간감이 절묘하다. 채워진 곳보다 비워진 공간의 공기감이 느껴지게 만들어 낸다.
두 음반 모두 CD로 이전에 발매되었고, LP화 되면서 앨범 커버 역시 LP에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제작은 독일에서 찍어낸 것이다. 오디오 마니아 중에서 LP 재생 장치가 없는 사람도 많은 상황이긴 하지만, 과연 3배 높은 가격에 LP를 살 가치가 있는지 물어보면 그 대답은 당연하다. 좋아하는 노래라면 당연하다. 아날로그가 만들어 내는 깊이감은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니까. 대중성과 상업화에 밀리면서 과거 질 좋은 진공관이 생산 중지되었듯, LP 역시 마찬가지로 이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이전 황금기의 음반과 같지는 않지만 당시와는 월등히 발전된 현대적인 녹음 기술이 적용된 이번 오디오가이의 LP 제작은 아날로그 마니아로서는 정말 고마운 일이다.  글 | 신우진

 

조정아
<김죽파류 가야금 산조>
조정아(가야금)
정준호(장구)
AGLP003 | JEL-0108
연주 ★★★★☆
녹음 ★★★★☆

 

이부영
<Songs of Michel Legrand>
이부영(보컬)
박윤우(기타)
여현우(클라리넷, 색소폰)
AGLP004 | JEL-0109
연주 ★★★★☆
녹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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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7년 8월호 - 5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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