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yin A-88T MK2 Gold L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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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yin A-88T MK2 Gold Lion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7.07.01 00:00
  • 2017년 7월호 (540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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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 라이언이 배가된 케인 A-88T MK2의 위력

우선 결이 곱고, 럭셔리한 음이다. 반짝반짝 광택이 날 정도. 이게 과연 KT88이 맞나 싶다. 그러다 오케스트라가 본격적으로 질주할 땐, 당당한 저역의 펀치력에서 과연 맞긴 맞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북셀프를 넘어서는 스케일의 재현이라던가, 위로 쭉쭉 뻗는 현악군의 기세에서 막힌 속이 다 뚫린 듯하다.

해마다 5월이 오면, 뮌헨에 간다는 생각으로 가슴이 설렌다. 하이엔드 쇼 자체도 흥미롭지만, 뮌헨을 중심으로 인근 도시를 방문하는 일정을 생각하면, 새해 벽두부터 기대감에 차곤 한다. 특히 이 도시의 중앙에 있는 하우프트반호프에서 시청사가 위치한 마리엔 광장까지 쭉 이어지는 도로는 일종의 산책 코스로도 손색이 없으며, 중간 중간 수많은 명품점과 공방이 있어서 아이쇼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데 그 중간쯤에 위치한 오스람 건물을 대부분 그냥 지나친다. 가끔 ‘어, 오스람이네’하면서 전구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정도.
한데 이 브랜드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진공관 파워 앰프의 왕이라 일컫는 KT88과 관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골드 라이언이 생산된 것이 이 회사 덕분인 것이다. 정확히는 1957년, 오스람이 마르코니와 연합해서 생산한 KT88을 골드 라이언이라 부르며, 매킨토시의 MC275, 다이나코의 MK3 등에 골고루 채용되어 진공관 앰프의 황금기를 구가한 바 있다. 그러다 1980년대 초에 생산을 중단하고 말았는데, 애호가 입장에서는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KT88과 늘 비교되는 것이 EL34다. 공교롭게도 같은 5극관이며, 마운트 구조도 동일하다. 따라서 어지간한 진공관 앰프는 두 관을 교체해서 쓸 수 있게끔 설계하기도 한다. 그러나 성격은 판이해서, EL34가 다소 곱고, 음악적이라면, KT88은 힘이 좋고, 거친 면도 있다.

하지만 같은 KT88이라고 해도 골드 라이언에 이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EL34와 음색이나 세련도를 견줘도 별로 뒤질 게 없고 특히 무대가 넓으면서 더 다이내믹한 음이 나온다. 일반적으로는 음악성 하면 EL34를 위로 보지만, 골드 라이언을 썼다고 하면 KT88의 손을 들어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만큼 골드 라이언의 음악성, 퍼포먼스는 가히 전설적이라 하겠다.
그러다 최근에 제네렉스에서 이 골드 라이언을 오리지널 그대로 생산하면서, 몇 가지 개량을 했다. 따라서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비싸진 오리지널 대신 훨씬 경제적으로 또 안정적으로 골드 라이언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단, 이번에 만난 A-88T MK2는 한 발 더 나갔다. 엔틱 셀렉션스가 개입한 것이다.
엔틱 셀렉션스? 이것은 미국 시카고에 소재한 진공관 선별 전문사로, 페어 매칭이나 쿼드럴 매칭에서 매우 까다로운 계측을 실시해서 유명하다. 1차로 편차가 5% 이내인 제품을 골라낸 후, 다시 플레이트와 그리드의 곡선이 완벽한 제품을 2차로 선택한다. 이렇게 선별된 것을 페어 매칭을 통해 최종적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즉, 무려 3단계에 걸친 심사를 하는 것이다.
사실 케인 A-88T MK2로 말하면, 워낙 국내에 인기가 좋아, 지금도 중고 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거래될 만큼 안정성과 음악성이 입증된 상태다. 이것을 다시 개량하는 과정에, 진공관에서 제일 중요한 출력관을 과감하게 골드 라이언으로 투입했다는 것은 상당한 결단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가격표를 보면 유럽 현지에서 판매되는 것보다 더 저렴하다. 이래저래 관심을 가질 만한 제품이라 하겠다.

특히, 최적의 컨디션을 위한 바이어스 조절용 장치를 장착한 점이 주목된다. 사실 이런 관을 최상으로 쓰려면 바이어스 조절은 필수. 여기에 트라이오드 및 울트라리니어 모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골드 라이언의 경우, 일반 KT88보다 투명도가 훨씬 높다. 게다가 음악성도 풍부한 만큼, 출력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트라이오드 모드에서 꽤 재미를 볼 것이다. 폭스바겐용 도료를 사용한 마무리 역시 호화스럽다. 진공관 파워 앰프의 제왕에 대한 제대로 된 대접이 아닐까 싶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달리의 미뉴에트, 소스기는 나드의 C516BEE를 각각 사용했다.
첫 곡은 앙세르메 지휘, 차이코프스키 호두까기 인형 1번 행진. 우선 결이 곱고, 럭셔리한 음이다. 반짝반짝 광택이 날 정도. 이게 과연 KT88이 맞나 싶다. 그러다 오케스트라가 본격적으로 질주할 땐, 당당한 저역의 펀치력에서 과연 맞긴 맞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북셀프를 넘어서는 스케일의 재현이라던가, 위로 쭉쭉 뻗는 현악군의 기세에서 막힌 속이 다 뚫린 듯하다.
헬렌 메릴의 ‘You'd Be So Nice to Come Home to’를 오랜만에 듣는다. 50년대 말의 모노럴 녹음이지만, 보컬의 허스키하면서 매혹적인 음색이 잘 살아 있고, 중간에 나오는 클리포드 브라운의 트럼펫 솔로는 박력 만점이다. 확실히 KT88과 재즈, 특히 모던 재즈 쪽과는 궁합이 좋다. 스네어를 긁는 브러시의 결이나 두툼한 베이스 등, 여러 면에서 과거 좋았던 시절의 영광이 디테일하게 또 찬란하게 재현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비틀즈의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이 곡의 기타 솔로는 에릭 클랩튼이 담당했다. 게스트로 초대되어 한 번에 세션을 끝낸 것이다. 리드를 맡은 조지의 매혹적인 보이스라던가, 영롱한 피아노의 인트로, 존과 폴의 백 보컬 등, 그야말로 레전드급의 세션이다. 흡인력이 상당한 재생음을 들려주며, 에릭의 솔로에 이르면 기타가 운다는 말이 뭔지 알게 된다. 이 대목에서 골드 라이언의 위력을 새삼 절감하고 말았다. 하긴 마샬의 기타 앰프에도 골드 라이언이 들어가지 않았던가.

 

수입원 케인코리아 (02)702-7815   가격 288만원   사용 진공관 KT88(Gold Lion)×4, 6SL7×2, 6SN7×2   실효 출력 50W(울트라리니어), 25W(트라이오드)   주파수 응답 10Hz-42kHz(-3dB)   THD 1%   S/N비 93dB   입력 감도 300mV, 1000mV(프리-인)   입력 임피던스 100㏀   출력 임피던스 4Ω, 8Ω   크기(WHD) 42×19.5×38.2cm   무게 28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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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7년 7월호 - 5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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