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cktail Audio N15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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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ktail Audio N15D
  • 월간오디오
  • 승인 2017.06.01 00:00
  • 2017년 6월호 (5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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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몸체에 다양한 기능을 농축해 넣은 매력적인 아이템

N15D는 X40에서 상대적으로 사용 빈도가 낮은 기능들을 과감하게 생략함으로써, X40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상급기의 핵심 기능들을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획된 제품이다. 크기가 작아서 테이블 탑이나 헤드 파이(Head-Fi)용으로도 널리 사용될 수 있으며, 가격대 성능비가 뛰어난 칵테일 오디오의 진입 장벽을 더욱 낮추어 줄 제품이다.

오랜만에 A를 만났다. 전에 A를 만났을 때는 십 년쯤 전으로, 그가 외국계 대기업에서 ‘잘 나가던’ 시절이었다. 회사에서 그의 역할을 물으면 자랑스럽게 ‘술 상무’라고 대답하던 A는 늘 자신감에 차 있었고 위풍당당했다. 영업 업무를 맡아 하며, 거래처 사람들과 거의 매일 술을 마시고 접대를 하거나 받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였지만, 그날 밤 A는 ‘술 상무’답게 술자리를 완전히 지배하는 카리스마를 보여 주었다. 그때 광란의 현장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겠지만, 술을 마시는 것도 자주 마시면 무언가가 축적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주변에 이런 친구가 하나쯤 있어야만 내 삶이 더욱 완전해질 것이라는 깨우침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해도 채 지나지 않아 A가 상사와 마찰을 빚으며 퇴사했고, 곧이어 자기 사업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A야 워낙 활동적이고 그동안 쌓아 놓은 인맥도 풍부할 것이니 뭘 해도 잘 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초기에는 사업의 규모가 크게 성장하면서 실제로도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두 해가 더 지난 후, 그가 무리한 확장을 거듭하다가 한순간에 파산했다는 씁쓸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A의 상황이 궁금했지만 신용불량자가 되어 버린 A는 잠적해 버렸고, 그 후 몇 년간은 별다른 소식이 없었던 참이었다.
한참이 지난 A는 여전히 늠름하고 건강해 보였다. 파산의 충격도 이미 잊은 지 오래. 과욕을 버리고 나니 스트레스도 사라지고 마음도 평온해져서, 돈을 잘 벌 때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빈말이 아닌 것으로 느껴질 정도로 좋은 표정이었다. 그가 지금 하는 일은 이런저런 물건을 팔거나 중개를 하는 일이며 홍삼 엑기스도 그중 하나라고. 괜찮다고 손사래 치는 A를 달래 친지들 몫까지 몇 박스를 주문했다. 혹시나 그의 강한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한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문득, 엑기스라는 말이 생소하게 느껴졌다. 우리말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영어도 아닌 것 같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엑기스의 어원은 영어의 ‘추출(Extract)’이며, 일본인들이 이를 약어로 ‘에쿠스(Ex)’로 발음한 것이 우리에게 전파된 것이라고 한다. 즉, 엑기스는 잘못된 단어이며 ‘추출액’, ‘농축액’으로 사용하는 것이 옳다는 말이다.
서론이 길어져서 홍삼 추출액 리뷰인지, 오디오 리뷰인지 헷갈릴 독자들을 위해 서둘러 본론으로 들어가자. 내 머리 속에 ‘엑기스’라는 단어를 강하게 각인시킨 제품은 칵테일 오디오의 신제품 N15D다. 폭이나 깊이가 한 뼘도 되지 않고 높이가 5cm에도 미치지 않는 작은 몸체에, 상급기 X40이 지닌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것이 ‘농축액’의 개념과 꼭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즉, N15D는 X40이 가진 하드 디스크 뮤직 서버 및 네트워크 플레이어 기능을 기본적으로 수행하며 단체 DAC의 기능도 수행한다.

물론 X40을 크기가 훨씬 작은 N15D로 ‘농축’하는 과정에서 생략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전면 패널을 보면 헤드폰 단자와 USB 호스트 단자, 전원 버튼과 볼륨 노브만이 있는 간단한 모습이다. CD롬이 빠져서 CD를 재생하거나 리핑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랜이나 외장 하드를 통해 N15D에 음원을 저장해야 한다. 물론 이는 어렵거나 불편하지 않으므로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또한 칵테일 오디오 제품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디스플레이 창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컨트롤 노브와 버튼들도 사라졌는데, N15D의 본체만으로는 켜고 끄는 것과 볼륨을 조작하는 것 외에는 다른 조작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별도의 컨트롤 기기, 즉 컴퓨터나 모바일 폰 또는 태블릿 PC 등이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데, 이렇게 별도의 컨트롤 기기를 사용한다는 전제하에서는 하드 디스크 뮤직 서버나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기능은 상급기 X40과 전혀 차이가 없다. X40이 갖고 있는 프리앰프 기능은 대폭 축소되었는데, 포노 앰프와 FM 튜너가 빠졌다. 하지만 인터넷 라디오는 건재하며, 특히 요즘 국내에서도 사용자가 증가 추세에 있는 타이달(Tidal, 무손실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을 연동시키는 기능을 발 빠르게 추가한 것을 보면, 역시 칵테일 오디오의 IT 기술은 뛰어나며 게다가 부지런하기까지 하다.
제품이 워낙 작은 만큼 뒷면의 단자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외장 하드나 메모리, 또는 별매 옵션인 와이파이 어댑터를 설치할 수 있는 USB 3.0 호스트 단자 두 개, 컴퓨터와 직결해 USB DAC로 사용할 수 있도록 USB B형 단자가 하나 있고, 하드 디스크 뮤직 서버 및 네트워크 플레이어로 사용할 수 있도록 RJ45(유선 랜) 단자가 하나 장착되어 있다. 아날로그 출력은 RCA 1조가 제공되고 디지털 출력은 광 및 동축을 제공함으로써 순수 오디오용 고급 DAC 사용자들을 배려했다. 라인 입력이나 광, 동축 등 디지털 입력이 사라졌는데, X40이 아날로그/디지털 소스 겸 프리앰프 역할을 했다면 N15D는 디지털 소스 기기의 역할에 집중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X40은 갖고 있지 않았던 USB B형 입력을 추가해, 컴퓨터와 직결하는 USB DAC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N15D만의 뚜렷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래쪽으로 하드 디스크를 탈착할 수 있는 베이가 제공된다. 커다란 상급기 X40이 3.5인치와 2.5인치 하드 디스크, SSD를 모두 사용할 수 있지만 N15D는 2.5인치 하드 디스크 또는 SSD만을 장착할 수 있다. 2.5인치 하드 디스크는 용량 대비 가격이 3.5인치 제품에 비해 비싼 편이고, 크기가 작다는 점 외에 소음이나 속도에서 특별한 이점은 없다. 한편 SSD는 가격이 비쌀 뿐더러 대용량의 것이 생산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소음이 전혀 없고 속도도 빠르며 내구성도 좋으므로 적당한 용량의 SSD를 장착하고 다른 PC나 NAS에 음원을 저장해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N15D가 특히 기특한 점은 RCA 출력 단자가 가격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고급품이라는 점과, 이토록 작은 몸체임에도 전원 어댑터를 쓰지 않고 전원부를 내장했다는 점이다. 이런 사이즈로 전원 케이블을 바꿔 보는 잔재미를 누릴 수 있는 제품은 결코 흔치 않다. 전반적으로 무뚝뚝한 디자인이지만 장식적인 부분을 배제하는 대신, 두꺼운 알루미늄 판재를 아낌없이 사용해 아주 튼튼하게 만들었다는 점도 칭찬하고 싶다. 크기에 비해 묵직한 것이 마음에 들고, 어딘지 예전 코드의 포터블 DAC의 견고함을 연상케 하는 부분이 있다.
이제 소리를 들어 본다. 먼저 USB DAC로 사용해 보기로 했다. 윈도우즈 사용자의 경우 칵테일 오디오 홈페이지에서 드라이버 파일을 다운받아 설치해야 한다. 설치 과정은 매우 쉽다. 많은 기기들이 설치하는 동안 기기를 연결하지 말라거나, 설치 도중에 인식하는 과정을 기다려야 하는데, N15D는 아무런 지시 없이 바로 설치된다. 게다가 길이가 10m나 되는 USB 케이블을 사용했는데, 이런 경우 설치할 때 기기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간혹 있었는데, N15D는 단번에 인식된다.

소리는 화사한 고역이 인상적이다. 앨런 테일러의 ‘Colour to the Moon’에서 기타 연주는 섬세하고 하늘하늘하며, 미세한 뉘앙스를 놓치지 않는다. 저역도 풍성한데, 단단하게 잡는 쪽보다 풍성하게 펼쳐 주는 느낌이 자연스럽다. 어쿠스틱 재즈 보컬, 특히 여성 보컬을 들으면 매료될 부분이 많다. <베스트 오디오파일 보이시즈 VI> 앨범에서 리디아 그레이가 노래하는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ld’에서 목소리의 미세한 떨림과 숨소리 등이 실로 생생하게 표현되어 놀랐다. <Tutti> 음반에서 림스키-코르사코프나 브루크너에서도 저역이 풍성한 가운데 고역이 섬세하고 세밀하게 표현되며 밸런스도 잘 잡혀 있다. 피에르 불레즈의 말러 1번 4악장의 통쾌한 재생도 인상적이었는데, 가격대를 생각한다면 흠잡을 곳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다.
다음으로 하드 디스크 뮤직 서버와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테스트해 보았다. 그런데 한 가지 미처 알지 못하던 사실을 알았다. 컴퓨터와 N15D를 USB 케이블로 연결한 상태에서는 N15D는 단지 USB DAC로만 동작할 뿐 다른 기능은 전혀 하지 않는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네트워크 플레이어에 PC와 USB 직결 기능이 없었던 것이 아쉬웠는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즉, PC와 USB 케이블로 연결하면 N15D가 컴퓨터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랜선을 연결하더라도 독립적인 기기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이다. 한편 PC와 USB 케이블로 연결한 상태에서 N15D의 하드 디스크는 외장 하드로 인식하게 되므로 음원들을 관리할 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USB 케이블을 빼고 유·무선 랜에 접속시키면 비로소 하드 디스크 서버와 네트워크 플레이어 기능이 활성화된다. 더불어 타이달 연동이나 인터넷 라디오, FTP 서버, 삼바 서버 등의 기능들도 살아나며 아이튠즈에서 사용하는 에어플레이도 사용할 수 있다. 컨트롤은 모바일 폰이나 태블릿 PC 등의 모바일 기기를 통해 할 수 있는데, 안드로이드용과 OSX용으로 뮤직 X라는 앱이 준비되어 있고, 범용 UPnP 앱들도 사용 가능하다. 칵테일 오디오의 기기에서 한결같이 사용되는 웹서버 기능은 당연히 적용되어 있는데, 모바일 기기는 물론 PC에서도 N15D의 하드 디스크에 담긴 음원들을 선택하고 재생할 수 있으므로 무척 편리하다. 상급기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몸체에 하드 디스크 뮤직 서버와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겸비한다는 이점은 실로 대단해서, N15D 내부 하드 디스크의 음원을 다른 네트워크 플레이어나 PC로 재생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다른 PC나 NAS에 저장되어 있는 음원을 N15D로 가져와서 재생시킬 수도 있다. 네트워크 플레이를 통해 PC에 저장되어 있는 DSD 음원을 재생해 보았는데, 끊김 없이 잘 재생되었다. 스펙에는 DSD256까지 재생되는 것으로 나와 있지만, DSD512 샘플 트랙도 문제없이 재생했다.
정리하자면, N15D는 X40에서 상대적으로 사용 빈도가 낮은 기능들을 과감하게 생략함으로써, X40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상급기의 핵심 기능들을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획된 제품이다. 크기가 작아서 테이블 탑이나 헤드 파이(Head-Fi)용으로도 널리 사용될 수 있으며, 가격대 성능비가 뛰어난 칵테일 오디오의 진입 장벽을 더욱 낮추어 줄 제품이다. 만일 네트워크 플레이어나 하드 디스크 서버에 관심은 있지만, 어려울 것 같아서 꺼리는 애호가가 있다면 N15D를 외장 하드와 USB DAC로 사용하면서, 천천히 새로운 기술에 익숙해질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혹시 고급 튜너나 CDP, DAC와 포노 앰프 등을 모두 갖춘 애호가들은 X40의 기능들이 소장한 기기들과 중복되어 구입이 꺼려졌을 것이다. 그런 애호가들에게는 X40의 기능 중 핵심적인 것만을 추려 놓은 N15D가 더 매력적일 수도 있다.
그런데 홍삼 농축액은 확실히 몸에 좋은 것 같다. 복용하면서 감기에 한 번도 걸리지 않은 것은 분명한 팩트다. 플라시보인지도 모르겠지만 기운도 더 솟는 듯하고 몸이 가볍게 느껴질 때가 많다. 어쩌면 절대적인 고난의 세월을 겪은 후에도 A가 건강하고 밝은 표정을 짓는 것은 홍삼 농축액이 한몫 기여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N15D는 분명 홍삼 농축액과 같은 제품이다. 홍삼이 몸에 좋은 것과 똑같이 N15D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음악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 것이 아닌가.

 

문의 헤르만오디오 (010)4857-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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