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yin MA-80 Multi Tesla Blue·TDL Acoustics TDL-18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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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yin MA-80 Multi Tesla Blue·TDL Acoustics TDL-18CD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7.05.01 00:00
  • 2017년 5월호 (538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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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튼실한 기본기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얼마 전에 세운상가를 우연히 들렀다. 한때 우리나라 하이파이 오디오의 총본산이었던 곳이지만, 지금은 세월이 흘러 주로 중고품을 취급하는 숍이 많아졌는데, 그럼에도 입지가 워낙 좋아서 단골들이 꾸준히 찾고 있었다. 그중 잘 아는 매장을 한 번 들어가 봤다. 마침 TDL 어쿠스틱스의 TDL-18CD라는 모델이 여럿 전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 사장님은 빈티지 전문이다. AR, 피셔 등은 박사급에 속하고, 직접 에지를 갈거나, 부품을 교체하는 등 전문적인 수리도 도맡아 하신다. 확실히 그 분의 손을 탄 기기들은 마치 새로 출시된 제품처럼 쌩쌩, 신선하고 파워풀한 음을 낸다. 가히 마법사의 손을 지녔다고나 할까?
당연히 이 숍이 아날로그 중심이기는 하지만, 유일하게 취급하는 CD 플레이어가 있으니 바로 TDL 어쿠스틱스이다. 왜 그런가 하면, 제품 안에 진공관이 투입되어 어딘지 모르게 음색이 곱고, 진득하다는 것이다. 다른 CD 플레이어는 이른바 쇳소리가 나는 데에 반해, TDL 어쿠스틱스는 누구에게 권해도 별 탈이 없다는 뜻이다. 또 가격적인 메리트도 빼놓을 수 없다. 그간 수차례 본 기를 만난 적이 있지만, 이렇게 현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TDL 어쿠스틱스를 꼭 빈티지에만 국한시켜서 논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번 매칭기는 케인의 MA-80 멀티 테슬라 블루란 앰프와 TDL 어쿠스틱스의 TDL-18CD가 그 중심이다. 사실 이 조합은 그간 여러 번 경험한 바 있고,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MA-80의 경우, 가격적인 압박을 받으면서도, 요소요소에 음질 향상을 위한 고안이 다양하게 투입되어 있다. 이를테면 EL34와 KT88을 교체해서 쓸 수 있게 했다. 사실 두 관은 5극관을 대표하면서, 서로 다른 개성으로 늘 애호가의 마음을 여린 갈대처럼 흔들곤 한다. EL34가 다분히 곱고, 여성적인 면모라면, KT88은 호방하고 또 힘이 좋다. 특히, 골드 라이언과 같은 고전관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따라서 클래식이나 여성 보컬은 EL34, 팝이나 재즈, 대편성은 KT88이라는 등식이 존재한다. 둘 모두 포기할 수 없는 매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두 개의 제품을 동시에 구입할 수는 없는 노릇. 진짜 진공관 앰프를 좋아한다고 하면, 3극관 하나, 5극관 하나 정도가 좋다. 5극관 두 개는 좀 무리가 있다. 그 와중에 이런 선택 가능한 제품의 등장은 가뭄의 단비와 같다. 특히, 본 기에는 JJ 일렉트로닉에서 만든 테슬라 블루 KT88이 투입되어, 더 투명하고, 다이내믹하며, 디테일 묘사가 좋아졌다. 게다가 바이어스 게이지를 장착해서, 출력관의 상태를 늘 체크하고 조정할 수 있게 한 점도 매력적이다. 200만원이 넘지 않는 가격 또한 고무적이다.
사실 이 두 조합으로 그간 여러 스피커를 들었다. 그러니 대략 두 제품의 성격을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한 상황이다. 그 와중에 이번에 쿼드럴 어센트 20 LE를 붙여보고는 깜짝 놀랐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완전히 ‘심봤다!’이다. 어찌 그리 궁합이 잘 맞는지, 그간 내가 이 제품들에 가져온 인상을 단박에 바꿔버렸다. 해상도, 다이내믹스, 디테일, 음색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퀄러티를 보여줬던 것이다. 이 조합이라면, 굳이 더 비싼 시스템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얼마 전, 한국에서 꽤 유명한 진공관 앰프 제작자를 만나서 차 한 잔 마신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그 분이 진지하게 ‘과연 오디오에서 매칭이란 게 존재합니까? 그게 그렇게 중요합니까?’라고 물었다. 우문같기도 하고 또 화두같기도 했다. 나는 정색을 하고, ‘매번 신제품을 들을 때마다 더 나은 매칭이 있을 것이란 전제를 갖고 모니터링합니다.’라고 답했다. 이번에 쿼드럴과 만나면서, 비로소 케인과 TDL 어쿠스틱스의 진가를 깊이 체험한 것을 보면, 내 답이 맞다고 생각한다. 아니 앞으로 더 궁합이 맞는 스피커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지만.

첫 곡으로 들은 것은, 치메르만이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1번 1악장. 일단 스피커를 확실히 움켜쥐고, 생각보다 큰 스케일과 다이내믹스를 그려낸다. 해상력도 눈부실 정도. 오케스트라는 절도 있게 움직이면서, 어딘지 모르게 애잔한 맛이 있으며, 피아노는 감촉이 풍부하고, 뉘앙스도 좋다. 확실히 러시아 작곡가의 작품이라는 느낌이 다가온다. 특히, 피아노 솔로가 이어질 때는 한 편의 서정시를 읽는 듯하다. 일체의 군더더기가 없이 상쾌하고, 명징한 음이다.
이어서 약간 구식 녹음을 듣는다. 로스트로포비치 연주,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 소나타 1악장이다. 한데 희한하다. 그간 숱한 시스템으로 들어봤는데, 대부분 약간 에지가 헐렁하고, 모노크롬 냄새가 났다. 한데 여기서는 포커스가 확실히 잡힌 가운데, 타이트한 재생음이 되고 있다. 심하게 말하면 요즘 새로 녹음한 듯하다. 특히, 첼로는 양감으로만 승부하지 않고, 적절한 빠르기와 탄력이 돋보이며, 그 주변을 감싸는 피아노엔 정취가 가득하다. 이 트랙을 이런 식으로 젊고, 멋지게 해석한 것은 처음이라 상당히 놀랐다.
마지막으로 산타나의 ‘Black Magic Woman’. 역시 옛 녹음답지 않은 생기발랄한 재생음이 흥미롭다. 오르간의 신비한 인트로 이후, 유명한 테마가 제시되는 바, 산타나 특유의 거칠면서, 폐부를 찌르는 음이 인상적이다. 기타의 개성이 멋지게 드러나고 있다. 특히, 퍼커션과 드럼이 가세되어 한바탕 몰아칠 때엔 절로 흥이 난다.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낙천주의도 읽을 수 있다. 천의무봉으로 전개되는 기타 솔로는 백미 중 백미.

 

수입원 케인코리아 (02)702-7815
Cayin MA-80 Multi Tesla Blue   가격 192만원     사용 진공관 Tesla Blue KT88×4, 12AX7×2, 12AU7×2    실효 출력 40W(KT88), 35W(EL34)     크기(WHD) 39.5×18.5×29.5cm     무게 16.5kg

TDL Acoustics TDL-18CD      가격 177만원     출력 레벨 2V     USB 입력 24비트/192kHz     주파수 응답 20Hz-20kHz(±0.5dB)     S/N비 92dB 이상     다이내믹 레인지 120dB 이상     채널 분리도 100dB 이상     크기(WHD) 44×10×35cm     무게 10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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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7년 5월호 - 5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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