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yramid Metronome Model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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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ramid Metronome Model 7
  • 김기인
  • 승인 2017.02.01 00:00
  • 2017년 2월호 (535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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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 메트로놈 모델 7은 저 유명한 마란츠 10B 진공관 튜너의 설계자 딕 세키에라(Dick Sequerra)가 설계한 역작 스피커다. 보통 그의 이름은 마란츠 10B의 설계에서 비롯되며, TR 튜너로 세계 정상을 달렸던 ‘The Sequerra’ 모델로 이름을 굳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오디오 기기 중 가장 어려운 것이 튜너이다. 프리나 파워 앰프, 턴테이블 및 스피커는 웬만한 지식만 있으면 설계가 가능하다. 물론 명기로 살아남기는 절대 쉬운 것이 아니지만 말이다. 그러나 튜너는 그야말로 첨단 회로 지식과 창조 능력, 소리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감히 엄두도 못 내는 분야이다.
세키에라가 이 어려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뜻은 그의 회로 설계 능력이나 오디오 전반에 관한 탁월한 천재성을 한눈에 보여 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그런 제품이 꼭 상업적으로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그의 창작품 마란츠 10B와 더 세키에라 튜너는 오디오 역사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을 금자탑이 되어 버렸다.
그러한 그의 모든 경험과 지식을 동원하여 스피커에 도전해 그의 이름을 내걸고 제작한 스피커가 바로 피라미드의 기준 모델인 메트로놈 모델 7이다. 메트로놈은 잘 알다시피 연주자들이 템포의 기준을 삼는 박자기인데, 이런 모델명을 붙인 것은 스피커의 성능이 기준적인 데가 있다는 것과 생김새가 또한 메트로놈에 준하기 때문이다.

사실 필자가 피라미드의 스피커를 접한 것은 메트로놈 모델이 먼저가 아니라 T-1이라는 리본 트위터, 정확히 슈퍼 트위터가 먼저이다. 이 T-1은 거대한 알니코 자기 회로 사이에서 알루미늄 아코디언 진동판이 수평 진동해 청아하고 디스토션이 없는 초고역 재생을 목표로 했다. 당시(약 1980년대 말) 일본 스테레오 사운드지에서 선정한 ‘State of The Art’, 즉 예술의 경지에 이른 제품 중 하나로 소개되었으며 1조에 500만원을 호가하는 하이엔드 트위터였다.
이 트위터를 당시 필자의 스피커였던 탄노이 레드 GRF(국내 제작 통)의 초고역 보충기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 T-1의 가운데 토막이 메트로놈 모델 7이라는 것을 알았다. 특이하게 피라미드라는 회사는 스피커를 빌딩 블록처럼 쌓아서 원하는 시스템을 이루도록 설계하고 있었는데, 하부에 서브우퍼, 중간에 모델 7, 그리고 상위 고역에 T-1이라는 식이었다. 가장 간단하게 시스템을 구성하고 싶으면 중간의 메트로놈 모델 7 하나면 완성된다.
모델 7의 특징은 콘 중·저역 유닛과 콘 트위터로 디스토션 없이 가장 정확한 중역과 저역을 재생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물론 중역에 저역이 충분히 묻어나지만 거기에 디스토션이 따라붙는다면 철저히 롤오프시켜 버린다. 또한 내부에 디스토션 감지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고 조그만 초록 LED와 레드 LED로 검색·표시하도록 설계되었다. 지속적 디스토션이 생기면 레드 LED가 들어와 사용자가 볼륨을 줄이거나 기타 방법으로 보완하도록 디자인했던 것이다.
T-1은 물론 훌륭하다. 모든 것을 뛰어넘는 탁월한 고역 재생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음색상으로 본다면 이 모델 7은 더욱 뛰어난 바가 있다. 중역의 상위 고역은 약간 리셋된 전면 배플에 장착되어 위상 에러를 보정하고, 중역과 중하위 고역은 약 10cm 구경의 고무 에지 콘 스피커가 담당하는데, 주위를 모두 흡음 융으로 감싸 2차 회절 음을 가능한 차단하고 있다. 인클로저 역시 비닐 레자로 감싸서 마감해 자체 진동에 의한 회절과 여진동을 철저히 차단했다. 전면 망은 스틸 펀칭 케이지로 옆면에서 나사로 고정시킨다.

80dB 내외의 초저능률 설계로 이 스피커를 제대로 운용하려면 최소 채널당 100W 이상의 대출력이 필요하다. 작다고 소출력 파워 앰프나 중출력 진공관 앰프로 핸들링하려 들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울림 이상으로 핸들링되기만 하면 마치 정전형 스피커처럼 투명하고 호방하면서도 깔끔한 소리가 재생된다. 저역도 부족하다는 느낌이 아니며, 정확히 핀 포인트라는 인상이 드는데, 좋은 풀레인지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색에 박력이 더해진 가감 없는 음질을 가지고 있다. 선재의 영향력이 비교적 큰 편으로 선의 특성을 그대로 재생한다. 물론 앰프의 음색이나 소스의 음색도 솔직하게 재생해 마치 모니터 스피커를 듣는 듯한 쾌감이 있다. 보컬이나 바이올린 등은 질감과 해상력이 통쾌함마저 들 정도로 투명해 더할 나위 없다.
가능한 하부에 스탠드를 설치하는 것이 모델 7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길이며, T-1이 있다면 상위 초고역은 한 번 받쳐 줄 필요가 있을지 모르지만 하부 서브우퍼는 오히려 없는 것이 더 매력적이라 얘기하고 싶다. 3/5a 계열의 스피커가 약간 답답하다면 비슷한 느낌으로 모델 7을 사용하면 만족감이 극대화되리라 생각한다. 물론 가격은 반값도 안 되지만 말이다. 이미 제조되지 않는 왕년의 명기지만 간혹 눈에 띄는데, 모델 7 MK2도 나왔으나 역시 백미는 전작인 모델 7이다. 세키에라의 탁월한 오디오적 감각을 엿볼 수 있는 명작 스피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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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7년 2월호 - 5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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