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도스트(Nordost)가 창사 20주년 기념으로 엔트리 레벨 라인업인 레이프(Leif) 시리즈를 기획한 것에서는 보편성을 지향한 브랜드 확산 정책이 엿보였다.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라’는 의미로 콜럼버스보다 500년 먼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고 하는 레이프 에릭슨의 이름을 붙였다. 색깔별로 4가지 등급을 둔 레이프 시리즈는 대부분의 오디오파일들이 노도스트를 알게 된 첫 제품이었던 블루 헤븐과 레드 돈을 보유하고 있는 실질적인 클래식 라인업이라 할 수 있다.
레이프 시리즈는 색깔이 진해지는 상위 등급으로 갈수록 선재의 가닥 숫자가 늘어나고 도체 구경이 늘어나는데, 본 화이트 라이트닝(White Lightning) 시리즈는 스피커 케이블의 경우 26AWG 구경의 OFC 10개를 고유의 FEP로 도포해서 납작하게 압출 방식으로 뽑아 제작되어 있으며, 밸런스 인터 케이블의 경우는 26AWG 구경의 OFC 4개를 역시 같은 재질의 FEP로 인슐레이팅 처리되어 있다. 노도스트 핵심 기술로서, 도체인 4N 등급 OFC는 각기 얇게 은도금 마감되어 있다. 지금은 타사의 케이블들에서도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처음 노도스트의 이름을 알린 고유 구성 방식으로서, 여전히 원조의 지위를 갖고 일반 동선과 다른 은선에 가까운 재생 특성을 반갑게 확인시켜 준다.
이런 제품 성향은, 조합을 하든, 개별적으로 시청을 하든 이 조합으로 연결을 하자 곧바로 노도스트 사운드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필자가 기억하는 블루 헤븐의 사운드 그대로였다. 투명하고 세부 묘사가 좋은 청량감이 귀를 즐겁게 한다. 녹음이 좋을수록 공간을 명쾌하게 묘사해 주며, 특히 여성 보컬과 바이올린 독주 혹은 합주는 상쾌하고 세부까지 들여다보이는 투명함과 분해력이 흡족할 수준이라고 얘기해도 될 것 같다. 압출 방식으로 마감했던 구형 인터선에서 종종 지적되던 크로스토크나 험은 새로운 방식으로 훌륭히 해결되어 있어 보였다.
빌라존과 안나 네트렙코 커플이 부르는 푸치니의 ‘O Soave Fanciulla’는 가을밤을 연상케 하는 섬세한 레이어로 보컬의 울림을 정확한 마임에 실어서 무대 위에 뿌려준다. 감촉이 좋고 연결이 매끄러운 재생음이다. 대표적인 몇 곡을 시청해 본 결과, 장시간 시청해보면 좀더 분명해지겠지만, 구형 제품에서 다이내믹스가 약간 부족하게 느껴졌던 부분도 상당히 개선되어 있어 보인다. 다프트 펑크의 ‘Get Lucky’ 도입부의 베이스 비트는 중량감이 적당히 육중해서 동일한 시스템에서 시청했던 일반적인 케이블의 파워 핸들링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반복 비트 또한 간결하고 깔끔하게 잘 마감되어 좋았다. 이에 따라 흔한 표현이지만 100만원이 넘는 케이블들이 흔한 시절에 절반 혹은 절반의 절반 가격으로 경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케이블의 품질을 여전히 보여주고 있다.
이 케이블을 이 가격에 지속 생산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오디오파일로서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을 정도이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왜 이 제품을 20주년 기념작으로 지정했는지 쉽게 이해가 갔다. 시각적으로 매우 간결하고 산뜻해서 눈에 보이게 연결을 해도 공간 속에 잘 어울린다는 점도 본 제품의 사용자를 즐겁게 할 포인트로 보인다. 제작 초기에는 유별난 디자인 콘셉트가 사운드에 대한 선입관을 주기도 했지만, 20여 년이 지난 케이블의 홍수를 맞이하고 있는 시점에서 보았을 때, 노도스트의 보편화 작업은 반길 만하다. 특히 하이파이 케이블을 처음 사용하고자 검색을 하는 사용자들이 들었을 때, 익히 듣던 음악을 좋은 의미로 다르게 들려줄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심각하게 분위기를 이끌지 않고도 음악의 핵심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표적인 케이블의 고전이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White Lightning Speaker Cable 가격 42만원(3m)
White Lightning XLR Cable 가격 24만원(1.5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