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R Yoshino EAR 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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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 Yoshino EAR 899
  • 오승영
  • 승인 2016.09.01 00:00
  • 2016년 9월호 (530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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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비치니의 새로운 감각을 엿보게 하는 또 하나의 명작

EAR의 팀 드 파라비치니는 종종 나이를 잊게 만든다. 가끔은 존재감이 흐려질 만큼 잊고 있자면 어느새 신제품을 보여주며, 과연 그 틈새를 비집고 새로운 게 또 있을까 싶은 구간을 멋지게 장식해주곤 한다. 개인적으로 파라비치니의 앰프 사운드를 놓고 뭔가 부족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EAR 834는 마치 정석과도 같은 포맷을 구축해서 이후의 EAR 제품들의 기초가 되었다. 작게는 834P와 같은 서브 패키지로 롱런 포노 앰프를 배출하는가 하면, 최근 8L6을 출시하면서 인티앰프는 물론, 프리앰프의 규범이 되면서 파워 앰프로의 트랜스폼까지 가능하도록 확장시켰다. 이 포맷의 기초는 정면 패널 중앙 상단에 망루처럼 배치한 전원 트랜스를 중심으로 한 삼각형 구도의 트랜스 배치, 그리고 런던 킹스 크로스 기차역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좌우로 늘어선 출력관 보호 그릴, 또한 유리처럼 반짝이는 크롬 도금의 전면 패널 등이었다.
EAR 899는 놀랍게도 패널을 파격적으로 교체한 채로 오디오파일들에게 선을 보였다. EAR 로고가 아니었다면 다른 회사의 제품으로 생각했을 만큼 이질적인 뉘앙스를 준다.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았던 반짝이는 크롬 도금 패널은 무광 두랄루민 마감으로 섀시의 좌우 폭을 넘어서는 여유 넘치는 대형 패널로 대체시켰다. 금도금 마감의 금속편 노브는 더 작은 사이즈와 높은 키의 소박하면서도 세련된 제품으로 교체되었다. 커진 패널의 사이즈에 비례해서 로고와 제품 표기 또한 큰 사이즈로 확장시켰다.
본 제품이 8L6에서 가장 많이 달라진 부분은 뒤 패널에서 쉽게 발견된다. 834나 8L6 등에서는 섀시의 내부 베이스에 수납시켰던 구조의 입력단을 패시브로 변경해서 섀시 위쪽으로 끄집어 올렸다. 7개의 RCA 단자를 출력 트랜스 두 개 사이에 수평으로 배치시킨 디자인은 정면 쪽에서 보면 뒤쪽이 살짝 치켜 올라간 전시장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원래 입력단이 있던 자리는 EAR의 파워 앰프인 890의 입력단을 그대로 장착시켰다. 좌우 모노블록 게인 조절 노브를 갖추고 밸런스 및 언밸런스 한 조씩을 제공하고 있는 이 디자인은 마치 두 개의 앰프를 쌓아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EAR 899는 출력관으로 KT90을 사용하고 있어서 파워풀하기도 하거니와 사운드의 스타일이 빠르고 섬세한 쪽이다. 채널별로 4개씩 사용해서 순 클래스A 방식으로 70W(8Ω)의 출력을 낸다. 제품을 하나 더 추가해서 브리지 모드 혹은 패러럴 모노로 구성하면 140W로 정비례 확장되도록 제작되었다. 출력관은 이전 버전들과 마찬가지로 셀프 바이어싱으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출력관을 커플링시켜 캐소드로부터의 로딩이 일부 피드백되는 선별 NFB 방식인데, 디스토션을 낮추는 파라비치니의 본 방식은 셀프 바이어스 방식에 더해서 진공관의 내구성에도 기여하는 바 크다.
상단 패널의 양쪽 끝은 베이스와 4Ω 및 8Ω 두 개의 로딩 임피던스로 구분한 총 세 개의 스피커 터미널을 배치했다.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 연성 플라스틱 커버를 씌운 본 방식은, 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도크식으로 케이블을 홀에 삽입하는 방식이라서 기본적으로 말굽형 단자를 사용하기엔 불편하다. 일반 선재를 꼬아서 넣도록 권장한 본 터미널은 대신 바나나 단자는 잘 들어맞도록 구경을 맞춰 제작한 듯하다. 스피커 터미널 바로 안쪽에는 채널별로 각기 토글 스위치를 두어 프리단으로부터의 결선을 변경해서 쉽게 파워 앰프로 변환시킬 수 있도록 했다.
EAR의 파워풀 드라이브에는 적당히 고전적인 두터운 질감을 수반하고 있었는데, 70W의 KT90 푸시풀 구성의 899는 뉘앙스가 다소 다르다. 젊어졌다고 상투적으로 말하기에는 감정의 변화가 다양한 표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본적으로 스피디한 드라이브와 순간적으로 강력한 훅을 구사하는 모습은 여전하지만, 결이 곱고 세분화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시청 스피커인 ATC SCM10 시그너처 에디션의 낮은 능률이 기여하기도 하고, DSD 파일로만 시청을 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볼륨을 많이 먹는 편이다. 대략 11시 방향이 되어야 메인 시청실을 채울 수 있었다.
시청은 모두 플레이백 디자인스의 메를로·시라 조합을 통해 DSD 음원들로 진행했으며, 스피커는 ATC의 SCM10 시그너처 에디션, 스피커 케이블은 노도스트의 헤임달 2를 사용했다.

아디에무스의 ‘Hymn’과 같은 섬세하고 느린 템포의 곡을 들어보면 음의 감촉이 풋풋하고 싱그럽다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오랜만의 이 곡을 매우 아름답다고 느껴지게 했다. 스테이징의 폭은 다소 축소된 것처럼 보이지만 정교하고 입체적인 조망을 명쾌하게 띄워낸다. 뒤로 오목한 홀로그래픽한 무대는 충분히 입체적이어서 미니어처 필터를 입힌 경관을 보고 있는 듯했다. 보컬의 위치를 예리하지 않은 외곽선으로도 분명히 감지시켜 주어 좋았다. 간결하게 마무리하고 있지만, 미드레인지의 음색 또한 호소력 있게 감정을 잘 전달한다.
그뤼미오와 로열 콘서트헤보우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2악장은 유연하고 촘촘한 울림의 현악 프레이징을 실감케 한다. 오케스트라가 풀바디가 되는 느낌은 다소 약하게 느껴질 때가 있지만, 역시 해상력과 그 사이즈에 맞는 입체적인 스테이징은 손색이 없었다.
EAR의 팀 드 파라비치니는 종종 나이를 잊게 만든다. 가끔은 존재감이 흐려질 만큼 잊고 있자면 어느새 신제품을 보여주며, 과연 그 틈새를 비집고 새로운 게 또 있을까 싶은 구간을 멋지게 장식해주곤 한다. 개인적으로 파라비치니의 앰프 사운드를 놓고 뭔가 부족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오히려 더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스피커를 찾고 있었을 뿐이다. 유일하게 불만이 있었다면 투박하고 돌리는 재미가 없던 황금색 노브였는데, 그것마저 핸디한 깜찍한 버전으로 변경해 놓았다. 899는 EAR의 오랜 사용자들이라면 단연 들어봐야 할 제품이기도 하지만, 처음 EAR 제품을 시청하기에도 좋은 유니버설한 감각을 지닌 제품이라고 생각된다. 패시브 입력단을 옵션으로 갖춘 인티앰프로도, 프리앰프로도, 파워 앰프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의욕적인 오디오파일들에게는 다양한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하나는 일반적인 음반 플레이·액티브 프리단, 그리고 다른 하나는 네트워킹 DAC·패시브 프리의 흐름으로 버라이어티한 감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가격 880만원   사용 진공관 KT90×8, ECC83×2, ECC85×2   실효 출력 70W
주파수 응답 15Hz-40kHz   IMD 1% 이하    댐핑 팩터 18   S/N비 92dB   입력 감도 500mV  
출력 임피던스 4Ω, 8Ω   입력 임피던스 47㏀   크기(WHD) 48.5×16.5×40.5cm   무게 22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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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6년 9월호 - 5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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