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바쿤 SCA-7511 MK3의 세계, 은밀하게 위대하게
상태바
그림으로 보는 바쿤 SCA-7511 MK3의 세계, 은밀하게 위대하게
  • 김편
  • 승인 2016.09.01 00:00
  • 2016년 9월호 (530호)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쿤은 들을수록 오묘한 앰프다. 특히 엔트리 모델인 SCA-7511 MK3은 더욱 그렇다. 출력이 고작 15W에 불과한데도 웬만한 스피커는 쥐락펴락한다. 아니다. ‘쥐락펴락’은 애초 글러먹은 표현이다. 골리앗을 쓰러뜨려야 한다는, 일종의 다윗 콤플렉스의 소산일 뿐이다. 바쿤은 그러한 콤플렉스가 없다. 이른 아침, 고요한 산사에 올라 마시는 맑은 샘물일 뿐이다. 진하게 우려낸 곰국에서 일체의 부유물을 고운 채로 걸러 내주신 어머니의 손길일 뿐이다. 이러한 바쿤 SCA-7511 MK3의 은밀하지만 위대한 세계를 필자가 직접 그린 그림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1. 외관

SCA-7511 MK3을 처음 본 애호가들의 반응은 대개 3가지다. 작다. 가볍다. 그리고 저 주황색 노브는 뭐지? 다 옳다. 가로 폭이 23.5cm, 높이가 7.8cm, 안길이가 29.5cm다. 가로 폭보다 안 길이가 더 긴 그야말로 작은 앰프가 맞다. 커버 재질은 크리스털 도장 알루미늄, 패널 재질은 블랙 광택 운모. 무게는 2.9kg으로 한 손으로도 들 수 있다. 어테뉴에이터 노브는 보통 앰프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베이클라이트 재질. 처음에는 생경할 정도로 주황색이 감돌아 개인 취향에 따라 호 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쓰면 쓸수록 점점 진한 샴페인 색으로 변해가는 재미가 있다. 반질반질 윤택까지 돈다. 전면 패널을 살펴보면, 맨 왼쪽부터 입력 선택 토글 스위치, 어테뉴에이터 노브, 헤드폰 출력 단자, 전원 토글 스위치. 그런데 최대 200mW의 출력을 뿜어내는 SCA-7511 MK3의 이 헤드폰 앰프 성능도 기대 이상이다. 노이즈와 지터를 극단적으로 낮춘 바쿤 앰프의 특성상, 이는 당연한 결과다.

2.후면

단출한 구성이다. 왼쪽부터 전원 인렛 단자, 스피커 좌우 출력 단자, 그리고 입력 단자다. 입력 단자는 위쪽이 RCA 한 쌍, 아래쪽이 BNC 한 쌍이다. RCA는 기존 앰프들처럼 ‘전압 입력’용이고, 아래 BNC는 ‘전류 입력’용으로 한국에 출시된 모델에만 달려 있다. CDP나 DAC, 프리앰프가 전압 출력밖에 안 된다면 ‘전압-전류 변환 케이블’을, 전류 출력이 된다면 ‘전류 전송’ 케이블을 이 BNC 단자에 꽂아 쓰면 된다. 필자도 바쿤 프리앰프 PRE-7610 MK3과 이 SCA-7511 MK3, 바쿤의 상급 프리앰프인 PRE-5410 MK3과 상급 파워 앰프인 AMP-5521을 각각 전류 전송 케이블로 연결해서 몇 개월 써봤는데, 확실히 에너지감이 상승했다. 아, SCA-7511 MK3은 기본적으로 태생이 파워 앰프다. 어테뉴에이터로 게인 조절이 가능해 인티앰프로 쓸 수 있을 뿐이다.

3.내부

바쿤 SCA-7511 MK3의 내부 모습이다. 오른쪽 위에 R코어 전원 트랜스, 그 아래에 전해 커패시터 6개를 비롯한 정류 회로와 평활 회로 기판이 자리하고 있다. 왼쪽 기판 위에 올려진 게 증폭부인데, 바쿤 앰프의 심장이라 할 SATRI-IC-UL(보라색 칩 2개)과 커런트 미러 칩(샴페인 골드색 칩 1개, 흰색 칩 1개)이 핵심이다. 증폭 회로 기판 오른쪽에 누워 있는 8개(채널당 4개)가 출력단을 이루는 트랜지스터. 채널별로 N형, P형 드라이빙 트랜지스터가 각각 N형, P형 출력 트랜지스터를 드라이빙하는 푸시풀 구조다. 바깥의 노브와 연결된 것은 23스텝짜리 어테뉴에이터. 2채널 볼륨(정확히 말하면 게인)을 동시에 조절하는 것이라, 자세히 보면 전선이 2가닥으로 나뉘어 좌우 채널 기판으로 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4.증폭 흐름도
이 그림은 필자가 이해하고 있는 바쿤 앰프 증폭 흐름을 그려 본 것이다.

입력단(Input Stage)_ 전압 형태로 입력된 음악 신호를 전류로 변환해주는 곳이다(V/I 변환).
나 SATRI IC(Current Mirror)_ 바쿤 제작자 나가이 아키라 씨가 개발한 SATRI 회로를 두 개의 칩에 나눠 담았다. 우선 입력된 음 신호는 커런트 미러 회로로 들어온다. 두 개의 트랜지스터(A, B)에 똑같은 전류가 흐르게끔 만든 게 말 그대로 커런트 미러 회로인데, 여기서 두 입력 저항, 출력 저항의 비로 증폭을 시킨다는 게 나가이 아키라 씨의 천재적 발상이다. 즉, 입력된 음악 신호가 들어오는 A 트랜지스터 베이스 앞에 저항(R1)을 달고, 음악 신호가 나가는 B 트랜지스터 컬렉터에 또 다른 저항(R2)을 달아 두 저항 값의 비율로 증폭도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뒷단의 저항 값(R2)이 높을수록 증폭률은 커진다.

다 SATRI IC(Transimpedance)_ 커런트 미러 회로를 빠져나온 음악 신호는 이제 트랜스 변환 회로로 들어간다. 출력 전류의 임피던스를 가능한 한 최대로 높여주는 곳이다. 이는 뒷단의 I/V 변환 저항(어테뉴에이터)보다 출력 전류의 임피던스를 훨씬 높게 만들어 음악 신호를 손실 없이 전해주기 위한 것이다. 어테뉴에이터 저항 값이 최대 10㏀인데 비해, 임피던스 변환 회로를 빠져나온 출력 전류의 임피던스는 수백㏁이므로, 출력 전류 입장에서 보면 이 저항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라 어테뉴에이터(Attenuator)_  임피던스 변환 회로를 빠져나온 출력 전류(아직까지는 증폭되지 않았다)의 저항 값을 조절함으로써 증폭을 일으키고 최종 증폭률(게인)도 결정해준다. 어테뉴에이터가 출력 저항(R2)을 제어하는 모양(점선 화살표)으로 그림을 그린 이유다. 
마 출력단(Output Stage)_ 각 채널별로 푸시풀 작동한다. 이미 증폭은 끝난 상태이므로, 추가 전류만을 보태 스피커를 드라이빙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N형 출력 트랜지스터와 P형 출력 트랜지스터가 에미터 팔로워 형태로 연결됐고(진공관으로 말하면 캐소드 팔로워), 2개의 N형, P형 드라이빙 트랜지스터가 각각의 출력 트랜지스터를 드라이빙하는 구조다.

바 고정 바이어스 전류_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쿤 앰프는 변동률 10만분의 1 수준으로 정밀하게 고정된 바이어스 전류를 공급해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음악 신호의 전류 값에 따라 이 바이어스 전류 값이 바뀌지를 않는다. 그만큼 정확한 재생이 가능해진다. 나가이 아키라 씨는 또 다른 이유에 대해 ‘일반적인 바이어스 회로에서는 출력 트랜지스터의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바이어스 전류를 제어한다. 즉,  전원 전압이 상승하면 바이어스 전류는 감소시키고, 출력 트랜지스터의 온도가 떨어지면 바이어스 전류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바이어스 전류는 늘 변하기 때문에 그만큼 앰프의 전체 동작이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5.커런트 미러 회로 칩

위에서 설명한 커런트 미러 회로를 IC화해 칩에 담은 것이다. 위 그림은 P형 커런트 미러 IC이고, SCA-7511 MK3에는 흰색의 N형 커런트 미러 IC도 배치됐다. 커런트 미러 회로 성격상 항상 쌍으로 배치된다. 참고로 상급기인 AMP-5521에는 이 커런트 미러 칩이 없는데, 이는 AMP-5521의 SATRI-IC 칩이 커런트 미러 회로까지 모두 담았기 때문이다. 프리앰프 PRE-5410 MK3에는 커런트 미러 칩이 채널당 4개씩 총 8개가 투입됐다.

6.트랜스 임피던스 회로 칩(SATRI-IC)

모두 72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시켜, 커런트 미러 회로를 빠져나온 출력 신호의 임피던스를 수백㏁ 수준으로 높여주는 칩이다. 채널당 1개씩 모두 2개가 장착됐다. 2012년에 등장한 이 SATRI-IC-UL(Ultimate) 칩의 왜율은 0.007%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2012년에 나온 SATRI-IC-EX(Extra) 칩에는 48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됐고, 왜율은 0.05%를 보였다.

7.어테뉴에이터

음악 신호가 남김없이 들어오는데다 게인까지 조절하는, 그야말로 바쿤 앰프에서는 ‘열일’하는 어테뉴에이터다. 반대로 말하면 바쿤 앰프에서는 볼륨단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림은 기본 볼륨 대신 장착할 수 있는 23스텝 금속 피막 저항 어테뉴에이터. 바쿤에서 직접 만든다.

8.청음 및 결론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바쿤 SCA-7511 MK3을 지금까지 여러 음원에, 여러 스피커에 물려봤다. 인티앰프로도 써보고, 파워 앰프로도 써봤다. 진공관 프리앰프에도 물려도 보고, 바쿤 프리앰프에 ‘전류 전송 케이블’로 연결해보기도 했다.

가 구동력_ 스피커에 물린 이상 스피커를 맘껏 울려줘야 하는 것은 인티/파워 앰프의 존재 이유다. 극도로 음압이 낮거나 임피던스가 곤두박질치는 스피커가 아니라면 SCA-7511 MK3의 구동력은 출력과 크기, 그리고 ‘가격’에 비해 깜짝 놀랄 만한 수준이다. 저역은 느리거나 생기를 잃지 않았고, 고역은 거슬리거나 쏘지 않았다. 한마디로 음들이 준민하게 술술 나온다. 이는 무엇보다 초정밀 수준으로 고정된 바이어스 전류 덕을 크게 봤을 것이다. 고정점이 확실한 지렛대가 더 무거운 짐을 들어 올릴 수 있는 법이다. 

나 음색_ 악기와 남녀 보컬이 각각의 실체를 분명히 보여줬다. 금관악기는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나게, 여성 보컬은 갈증이 해소될 정도로 촉촉하게. 이는 증폭의 직선성(Linearity)이 좋다, 혹은 왜곡이 적다는 얘기인데, SCA-7511 MK3이 비선형 증폭 소자인 트랜지스터는 건들지 않고 저항비로만 증폭을 이뤄낸 결과로 보인다.

다 스피드_ 일체의 지연이 없다. 음들이 피어나고 사라지는(Decay) 게 모두 순간이다. 하긴 사트리 회로의 출발이 다 이 ‘시간’에 대한 제작자의 고민 때문이었다. 출력 신호로 입력 신호를 제어·보정하는 기존 네거티브 피드백이 소비하는 백만분의 1초마저 ‘느려 터졌다’고 생각해 개발한 게 바로 사트리 회로다. 

라 정보량_ 언제나 음원이 갖고 있는 정보량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남김없이 들려줬다. 음 가닥수가 무지 많은 그런 느낌. 이는 음악 신호가 일제히 사트리 회로로 들어온 다음 증폭이 이뤄지는데다, 바이어스 전류마저 고정되어 정확한 증폭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음들이 저마다 생생하다.

마 정숙도_ 가장 쉽게, 그리고 확실히 느껴지는 게 이 정숙도다. SCA-7511 MK3을 들을 때마다 늘 떠올려지는 ‘고요한 산사’ 이미지도 이 때문이다. 특히 야심한 밤에 볼륨을 낮춰 듣는 경우가 백미인데, 이는 음악 신호가 다 들어온 상태에서 어테뉴에이터로 게인을 줄이기 때문이다. 즉, 볼륨을 줄이면 노이즈도 함께 줄어들어 신호대 잡음비(SNR)가 높아지는 것이다. 바쿤이 ‘은밀하게 위대하게’ 노래하고 연주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배경이다.

Bakoon Products SCA-7511 MK3
수입원 바쿤매니아 (010)6239-1478   가격 328만원(기본 볼륨)   실효 출력 15W(8Ω)  
입력 RCA×1, Satri-Link(BNC)×1   출력 헤드폰 출력×1   크기(WHD) 23.5×7.8×29.5cm   무게 2.9kg  

 

530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6년 9월호 - 530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