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낯선 브랜드의 등장이다. 브랜드 이름부터 화학 용어처럼 묘한 거리감을 두게 한다. 하지만 몇몇 브랜드를 직접 접하고, 이들의 제품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특유의 실버 스테인리스 디자인, 수많은 이어 팁이 나열된 스테인리스 카드, 오버 이어 후크 등 이들을 기억할 만한 것들이 조금씩 눈에 익어가는 것이다. 소리 역시 기억에 남을 만했는데, 신생 업체답지 않은 퀄러티 높은 무대는 수 시간 계속 음악을 듣게끔 만들었다. 사운드적 개성 역시 꽤 있는 편이라서, 특징들이 제법 쉽게 드러나기도 했다. 영국의 새로운 브랜드, RHA의 제품들이 국내에 수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RHA는 인이어 이어폰만을 전문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라인업은 엔트리부터 플래그십까지 꽤 촘촘하게 보유하고 있어, 가격대에 맞는 적정 사운드를 찾아갈 수 있다. 엔트리 모델 MA350을 시작으로, S500, S500i, MA600, MA600i, MA750, MA750i, T10, T10i, T20, T20i 순으로 그레이드를 올려 가는데, i 버전은 리모컨 지원을 의미하며, 가격도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액세서리 역시 판매하고 있는데, 3.5mm 스테레오 케이블과 이어 팁을 담은 스테인리스 카드를 따로 구매할 수 있는 듯하다. 이어 팁 스테인리스 카드는 언제보아도 탐나는 아이템이다.
지난 호에서는 플래그십 모델인 T20i을 소개했는데, 이번에는 이들의 실질적인 주력기인 프리미엄 모델 MA750i를 받아들었다. 이전 T20i에서도 하우징 스테인리스 가공에 일가견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는데, MA750i의 하우징 역시 303F 등급의 스테인리스 가공을 실현시켰다. 사진으로는 그 질감이 다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실제 만져보면 굉장히 수준 높은 마감이라는 것을 쉽게 깨닫게 된다. T 시리즈에서는 유선형 하우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면, MA750i은 조금은 단순화된 디자인을 따르고 있다. 하우징에는 RHA 마크가 보기 좋게 음각되어 있으며, 금속을 여러 번 연마해낸 성과가 눈으로, 그리고 질감으로 느껴진다.
제품에는 에어로포닉(Aerophonic)이라는 고유의 설계 디자인이 포함되어 있다. 역시 공기의 흐름을 컨트롤하는 노하우인데, 사운드를 더 집중시키고, 효율을 높이기 위한 설계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 디자인 설계는 MA350, MA600i, MA750i에 포함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RHA하면 이어 팁 스테인리스 카드부터 생각난다. RHA에 대한 별다른 정보가 없었을 때, 빼곡하게 나열된 이어 팁들을 본 것이 그렇게나 인상적이었나 보다. 스테인리스 카드에 이렇게 배치해 놓으니 훨씬 고급스럽고 풍족한 구성품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사실 별 다를 것 없는 구성일지도 모르지만, 음향 기기의 구성품이라는 것이 조그마한 감각에도 특별해 보이기도 한다. MA750i 역시 고유의 이어 팁 스테인리스 카드가 포함된다. 5조의 기본 이어 팁(S/M/L), 2조의 더블 플랜지 이어 팁(S/L), 2조의 메모리 폼 이어 팁까지 총 9개의 이어 팁을 제공하니까, 유저들의 거의 모든 취향과 크기를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이어 팁에 따라 사운드도 제법 변화하니까 이것저것 직접 맞춰보는 것도 큰 재미.
오버 이어 후크로 귀에 거는 방식을 채용하고 있는데, 귀에 맞게 자유롭게 성형되는 부분에서 RHA가 독자적으로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착용감도 뛰어난데, 기존 오버 이어 후크 제품들보다 확실히 다른 감각을 선사해주기도 한다.
RHA 브랜드는 사실 신생 브랜드이지만, 꽤 많은 독자적인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에어로포닉 디자인과 오버 이어 후크가 대표적이고, 유닛 역시 자체 생산품을 많이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MA750i에는 특별히 설계된 모델 560.1을 적용하고 있는데, 확실히 완성도 높은 유닛임을 사운드로 보여준다. 주파수 응답은 16Hz-40kHz로 하이 레졸루션 오디오에 걸맞은 광대역 스펙을 보여준다. 임피던스는 16Ω, 음압 100dB로 효율 높은 사운드를 책임지기도 한다.
사운드의 개성이 제법 크게 전해지는 제품이다. 저음은 풍성한 스타일로 두텁게 감싸는 느낌이며, 해상도와 투명도 높은 중·고역은 높은 퀄러티로 등장한다. 이전 플래그십 제품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중·고역의 느낌은 확실한 개성으로 다가오며 묘한 매력을 선사한다. 금속 하우징 특유의 차갑고 건조한 느낌에는 제법 벗어나 있으며, 부드러운 음색의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고음의 능력은 T20i에 비해 한 수 정도 접는 듯한 느낌이지만, 기본적인 고역 표현 능력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부족하다는 인상은 아니다. 극단적인 V자 곡선에는 벗어나 있으며, 고음과 저역에 1-2 포인트 정도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이해하면 될 듯하다. 해상력은 역시 프리미엄 제품답게 뛰어나며, 세세한 감정이나 악기의 미묘한 포인트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엔트리 라인업도 꾸준히 소개되면, 더욱 더 RHA라는 브랜드를 기억하게 될 듯하다. 매력적인 신생 브랜드의 탄생이다.
수입원 소비코AV (02)525-0704
가격 20만원
임피던스 16Ω
음압 100dB
주파수 응답 16Hz-40kHz
무게 36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