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koon Products SCA-7511 MK3 Mono·Bakoon Products AMP-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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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koon Products SCA-7511 MK3 Mono·Bakoon Products AMP-5521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6.07.01 00:00
  • 2016년 7월호 (528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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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어떤 제품을 고를까?

세상에는 정말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가 무척 힘든 상황이 존재한다. 어릴 때 지긋지긋하게 들어온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은 넘어가자. 중국집에 가서 ‘짬뽕을 시킬까, 짜장면을 시킬까?’라는 고민도 애교에 속한다. 이런 식의 선택지는 곳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비빔냉면·물냉면, 진공관 앰프·TR 앰프, JBL·탄노이, 벤츠·BMW, 캐논·니콘, 하베스 HL 컴팩트 시리즈·모니터 시리즈 등 숱한 옵션이 존재한다. 심지어 고부 간의 갈등이 극한에 달한 드라마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이렇게 물어올 땐, 정말 난감하기 짝이 없다. ‘대체 나를 택할 거예요, 어머니를 택할 거예요?’ 이런 김수현식 드라마를 싫증이 나도록 봐왔지만, 그래도 또 보는 것은, 결국 정답이 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약간 사설이 길어졌는데, 이번에 맡은 과제는 여태껏 바쿤에 대해 듣고, 연구하고 하면서 쓴 기사 중에 가장 어렵다고 하겠다. 말하자면, 도저히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 힘든 두 개의 빼어난 제품을 듣고, 어떻게 느끼는가에 대해 써야하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이런 난제를 낸 나가이 상에게 무슨 의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실제로 많은 애호가들이 당면한 숙제이기도 하니, 이참에 도전해보기는 해야겠다.
자, 여기서 등장하는 두 개의 제품은, 일종의 라이벌이라고 해도 좋고, 서로 서로 장단점을 보완하는 존재라 해도 좋다. 서로 다른 스타일의 미인을 두고 정말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된 셈이다.
첫 번째 기기는 SCA-7511 MK3 모노 앰프로, 채널당 21W를 낸다. 두 번째 기기는 AMP-5521로 스테레오 기지만 35W를 낸다. 이렇게 보면, 상당히 대조적인 콘셉트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한쪽은 소출력이면서 모노럴 버전이고, 다른 한쪽은 좀더 출력이 높지만 스테레오 버전이다. 두 제품의 가격차는 매우 근소하게 SCA-7511 MK3 모노가 약간 높다고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체 바쿤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비슷한 가격대의 제품을 출시했을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나갈 것은, 실제로 많은 회사들이 서로 성격이 다른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탄노이의 경우, 웨스트민스터와 캔터베리 등이 속한 프리스티지를 대표로 하지만, 전혀 상반된 계열의 킹덤 로열도 발표하고 있다. 하베스만 해도, 프리스티지 시리즈와 같은 개념의 HL 컴팩트나 HL5 계열이 있지만, 그 한편으로 모니터 시리즈도 내고 있다.

사실 많은 중국집에 다녀보면, 짜장면 잘하는 집은 짬뽕을 못하고, 반대로 짬뽕을 잘하는 집은 짜장면을 못한다. 그러므로 실제 어느 집을 택했냐 할 때 이미 선택지는 정해졌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위에 소개한 탄노이, 하베스, 그리고 이번의 바쿤에 이르면, 짬뽕과 짜장면을 동시에 잘하고 있다. 이러니 선택에 골머리를 앓게 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이렇게 가격대가 겹치는 두 제품이 어떤 연유로 탄생하게 되었는지 잠깐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SCA-7511 MK3로 말하면, 처음에는 스테레오기로 출시가 되었다. 당연히 출력이 낮아서 15W에 불과했다. 그러나 바쿤의 출력이라는 것은 일반적인 감각으로 절대 파악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스피커는 모두 제압하고도 남았다. 특히 SCA-7511 MK3은 바쿤 특유의 고급스런 질감과 따스한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서 실제로 바쿤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한 제품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더 고차원의 재생을 원하는 팬들을 위해 모노럴 앰프화한 것이다.
한편 AMP-5521의 경우, SCA-7511 MK3와 상급기 AMP-5513 MK3 사이의 가격적인 갭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 중간대를 커버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단, 그 음에 있어서는 종래의 바쿤 스타일과는 달리 더 하이엔드 지향이고 중립적이며 발군의 해상력을 보여준다. 이렇게 볼 때 SCA-7511 MK3이 약간 빈티지적이고 진공관 느낌이 나며 다분히 열정적이라면, AMP-5521은 하이엔드적이며 솔리드스테이트의 장점이 풍부하고, 생각이나 행동이 감정에 좌우되지 않고 침착함이라는 사전적 의미처럼 냉정하다고 하겠다. 정말 냉정과 열정 사이의 방황이 이로써 시작된 셈이다.
여기서 시청평으로 두 제품의 특징을 각각 소개하고자 한다. 동원된 기기는 PRE-5410 MK3 프리앰프에 DAC-9730이라는 바쿤의 라인업에 트라이오드 TRV-CD4SE를 트랜스포트로 사용했고, 스피커는 하베스의 최신작 모니터 40.2로 했다. 당초 두 파워가 이 거대한 스피커를 울릴 수 있을까 우려했지만, 막상 걸어보니 전혀 문제가 없었다. 모니터 시리즈 자체가 진화하면서 더 앰프 친화적이 된데다가, 전술한 대로 바쿤의 빼어난 스피커 구동력이 결합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첫 곡으로 들은 것은 하이팅크가 지휘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8번 3악장. 매우 긴박하고, 아슬아슬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 내용을 갖고 있는데, 두 제품의 해석이 좀 다르다. SCA-7511 MK3은 다소 포근하면서 따스한 느낌이라고 할까? 특히, 현의 질감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위기일발의 상황도 잘 드러내고 있다. 반면 AMP-5521은 더 분석적이면서, 개개 악기의 특징을 더 정확하게 그려낸다. 일체의 간섭이 없이 오로지 음성 정보의 재현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데스티니스 차일드의 ‘Emotion’은, 비욘세를 주축으로 한 3인조 여성 보컬 그룹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주축으로 삼고 있다. 당연히 SCA-7511 MK3은 그 목소리의 아름다움과 감성을 정말 가슴이 찡하도록 그려낸다. 또 의외로 저역의 컨트롤도 당당해서, 바닥을 치는 느낌의 펀치력도 맛볼 수 있다. 불과 21W로 말이다! 반면 AMP-5521은 세 가수가 서 있는 위치라던가, 서로 침범하지 않으면서 제 목소리를 낸다거나 하는, 하이엔드 제품의 성향을 그대로 드러낸다. 일체 군더더기가 없으며 저역도 너무 오버하지 않고, 다양한 악기군을 섬세하게 풀어낸 부분 또한 인상적이었다.
이제 포티쉐드(Portishead)의 ‘Numb’을 들어본다. 다양한 신디사이저와 컴퓨터 프래그래밍으로 악기를 구성한 가운데, 묘한 매력을 지닌 여성 보컬이 노래하는 콘셉트이다. SCA-7511 MK3은 약간 저역이 부푼 듯하지만, 대신 보컬의 개성이나 마성이 강렬하게 전달되고 있다. 듣고 있으면 무슨 주술에 빠질 것만 같다. 정말 카리스마가 대단한 보컬을 만나게 된다. 반면 AMP-5521은 전체적인 짜임새가 좋고 분석이 뛰어나지만 그녀 특유의 마성 대신 화려하고 아름답게 음색이 표출되고 있다. 정말 같은 곡 갖고 이렇게 다르게 재현할 수 있나 새삼 놀랐다.
사실 전체적인 앰프의 특징을 보면, 아무래도 모니터 40.2의 특성상 AMP-5521의 장점이 더 부각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같은 하베스의 슈퍼 HL5 계열을 걸었다면, SCA-7511 MK3에 더 후한 점수가 나왔을 것이라 생각이 된다. 그러므로 두 제품 중 뭘 선택하느냐는 것은 결국 어떤 계열의 스피커를 정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 오디오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취미의 세계고, 애호가들의 취향이 제각각이라, 결국 이런 상반된 두 개의 제품을 낼 수밖에 없는 메이커의 입장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쪽을 선택하든, 빼어난 퀄러티를 보장하니, 이래저래 바쿤의 높은 기술력과 음악성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수입원 바쿤매니아

Bakoon Products SCA-7511 MK3 Mono 
가격 685만원
실효 출력 21W(8Ω)    입력 RCA×1, Satri-Link(BNC)×1
크기(WHD) 23.5×7.8×29.5cm    무게 2.9kg 

Bakoon Products AMP-5521
가격 659만원
실효 출력 35W(8Ω, 스테레오), 97W(8Ω, 모노)
입력 RCA×3, Satri-Lin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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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6년 7월호 - 5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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