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llon Fai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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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ollon Fairy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6.07.01 00:00
  • 2016년 7월호 (528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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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아름다움을전하는 요정의 등장

요정(Fairy)이라는 이름이 붙은 본 기는, 아주 간단하게 정리하겠다. ‘사면 이득입니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이냐 의문을 표시할 분도 있겠지만, 한 마디로 최상의 가성비를 갖고 있는 제품이라 표현하고 싶다.
사실 자본주의 시대에 살면서, 어떤 물건이든 그 가치는 금액으로 요약되는 상황에 익숙해져 있다. 한 마디로, 가격표가 그 물건 혹은 사람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다. 누가 장황하게 어떤 물건을 설명하면, 이렇게 물어본다. ‘거 얼마요?’ 사람? 마찬가지다. ‘당신 얼마 벌어요?’
좀 심한 이야기 같지만, 현실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싼 게 비지떡이라는 개념이 일반화되고 있지만, 아주 가끔, 사면 이득인 제품도 나온다. 말하자면 ‘심봤다!’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만난 페어리는 바로 그 ‘심봤다!’에 해당한다. 이쯤 되면, 아무리 인색한 애호가라도 호주머니를 열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듯싶다.

일단 외관을 보면, 그 사이즈에 약간 당황스러울 것 같다. ‘애걔~’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 수도 있다. A4 용지보다 더 작으니 말이다. 투입된 진공관도 단출하다. 채널당 초단 및 드라이브관에 12AT7 하나, 출력관에 6L6 하나다. 당연히 출력도 낮아 고작 10W에 불과하다. 무게도 10kg 내외. 이러니 한숨부터 나오지 않겠는가?
그러나 극적 변화는 실제 시청에서 일어났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당당한 스피커 구동력과 따스한 음색, 풍부한 뉘앙스 등 양질의 진공관 앰프에서 기대하는 음이 술술 흘러나왔던 것이다. 따라서 자세한 만듦새가 궁금해졌는데, 아쉽게도 그리 많은 자료는 확보하지 못했다.
현재까지 파악한 본 기의 가장 큰 특징은, 출력관의 경오, 절대로 최대 출력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약 60% 정도만 사용하고, 그 나머지는 동사 특주의 트랜스와 다른 방법을 적용해서 보충하는 식이다. 이 경우, 관이 받는 스트레스가 별로 없어서, 장시간 틀어놔도 큰 무리가 없다. 당연히 내구성도 좋아진다.
그렇다면 동사의 최대 기술력은 역시 트랜스포머로 귀결이 된다. 그간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바로 이 트랜스의 비밀을 풀기 위해 노력한 결과, 음색, 음질, 해상도 등을 결정하는 황금의 권선 비율을 알아내기에 이른 것이다. 이를 통해 최대한 왜곡이 없는 사운드를 얻게 되는 바, 따라서 일체의 피드백 회로를 걸지 않은 것도 큰 특징이다. 즉, 왜곡이 적고, 주파수 특성이 양호함에 따라 인위적인 피드백 장치가 필요 없게 된 것이다.
또 진공관에 흐르는 전류량을 체크해서, 최적화시키는 장치도 동사의 개발 기술 중 하나다. 본 기엔 이 기술이 본격적으로 투입되지는 않았지만, 어느 선에서 컨트롤이 이뤄졌음은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여러 기술이 복합적으로 투입되어, 겉보기완 전혀 딴판의 하이 퀄러티가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비엔나 어쿠스틱스의 하이든, 소스기는 TDL 어쿠스틱스의 TDL-18CD를 각각 사용했다. 첫 곡으로 야심차게 정명훈 지휘, 말러의 교향곡 2번 1악장을 걸었다. 초반에 첼로군이 나올 때, 그 당당함에 놀랐다. 강력한 임팩트로 출몰하는 저역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이윽고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오케스트라의 움직임. 스피커 주변을 멋지게 에워싸면서 다양한 악기군의 모습이 드러난다. 이어서 본격적으로 메인 파트에 이르고, 점차 클라이맥스에 달할 땐, 그 비장함과 애절함이 구구절절 흘러넘친다. 특히, 파탄을 향해 가듯 휘황하게 몰아치는 바이올린군의 음색이라니! 불현듯 스피커 사이즈가 상당히 커진 것처럼 느껴진다.
이어서 멜로디 가르도의 ‘Worrisome Heart’. 사실 다양한 악기들이 등장해서 자칫 어수선할 수 있는데, 여기서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다. 자연스럽게 넘실거리는 리듬 섹션을 바탕으로 해서, 뮤트 트럼펫이 등장하고, 멜랑콜리한 전자 오르간이 깔린다. 그리고 등장하는 가르도의 차분하면서, 매혹적인 보컬. 진술하고, 표정이 풍부하며, 매우 디테일하다. 곡 전반에 흐르는 모노크롬과 같은, 어찌 보면 하드 보일드한 분위기도 결코 놓치지 않는다. 기대 이상의 실력에 점차 기분이 좋아진다.
마지막으로 맥코이 타이너의 ‘Satin Doll’. 단출한 피아노 트리오의 구성이지만, 그 디테일 묘사가 빼어나다. 특히 오른쪽 채널을 점한 브러시로 치는 스네어의 음은 너무나 세밀하면서 리얼해 바로 요 앞에 있는 것 같다. 저역을 충분히 장악한 더블 베이스의 움직임이 현묘하고, 리더인 피아노의 솜씨는 천의무봉 그 자체다. 고상하면서 멜랑콜리하다. 저절로 발장단을 맞추며 듣게 만든다. 이제는 분석을 떠나 즐기는 차원이 된다. 정말 이런 앰프라면 하루 종일 질리지도 않고 음악을 들을 것 같다. 심봤다!

판매원 21 SOUND (02)2217-8667

가격 170만원   실효 출력 10W   사용 진공관 6L6, 12AT7   무게 10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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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6년 7월호 - 5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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