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noy Orbi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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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noy Orbitus
  • 김기인
  • 승인 2016.06.01 00:00
  • 2016년 6월호 (527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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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탄노이에 대한 여러 가지 편견과 기대와 환상을 뒤섞어 가지고 있는데, 그중 가장 큰 환상은 오래된 유닛, 즉 초기(Early) 버전에 대한 무조건적 선호도와 음질 우월주의다. 즉, 1947년에 개발되어 1953년까지 제조된 오리지널 모니터(소위 블랙)가 최고인데, 그중에서도 네트워크가 유닛 프레임에 붙어 있는 듀얼 마그넷이 우월하다는 것이다. 듀얼 마그넷이 된 것은 한 자석으로 완성할 기술이 없어 알니코 자석 두 개를 겹쳐 쓴 것에 불과한 데도 말이다. 오리지널 모니터는 후기로 가면서 네트워크는 별도형이 되고 자석도 싱글 자석으로 정착된다. 초기 오리지널 모니터는 프로토타입으로 미완의 유닛에 가깝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무조건 초기형이 고급이고 소리가 좋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다음으로는 1953-1957년 생산품인 실버 유닛이다. 실버 초기형은 블랙 실버라고 해서 콘지는 블랙의 것을 사용했다. 중·후기로 넘어오면서 실버 고유의 콘지로 정착된다. 실버에서도 초기 블랙 실버 버전이 가격도 비싸고 소리가 좋다고 믿는다. 무조건 믿는다. 왜? 오래되었으니까!
1957-1967년까지는 시리얼 넘버가 대략 29000번대부터 시작하는 레드 모니터 버전이다. 레드에도 초기는 실버 프레임을 사용하고 센터 캡이 오렌지 색인 실버 레드가 있다. 물론 무조건 일반 레드보다 소리가 좋으며, 초기 레드 센터 캡이 중기 블랙 센터 캡 레드 모니터보다 소리가 좋다. 오래되었으니까! 그러다가 1967년 시리얼 넘버 8만 번대 후반부터 모니터 골드가 나온다. 모니터 골드는 임피던스가 8Ω으로, 레드까지의 15Ω 버전에서 1/2로 축소된 양의 보이스코일을 사용하는 TR 대응 버전이라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은 모니터 골드까지 탄노이로 인정하고, 1974년부터 발매된 HPD 유닛부터는 아예 취급도 안 하려는 주의다. 잘 알다시피 HPD까지는 그래도 알니코 버전으로 알니코 특유의 음색을 지니고 있다. 필자도 스피커 유닛은 알니코 자기회로여야만 된다는 편견이 있다. 페라이트 자기회로의 자연스럽지 않은 음색에 거부 반응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훌륭한 사운드의 페라이트 유닛 구성 스피커를 너무 많이 보아 왔다. 그래서 어느 순간 알니코에 대한 환상이 깨어져 버렸다.

오래된 유닛이 무조건 좋지는 않다. 탄노이의 경우도 자기회로의 보존도, 콘지의 탄력성, 네트워크 부품 소자의 상태에 따라 유닛의 소리는 달라지며, 특히 탄노이는 유닛보다 인클로저의 상태나 형식에 따라 소리 차이가 많이 난다. 특히 오리지널 인클로저와 후기 각 나라에서 모방해 제조된 인클로저는 확연히 다른 소리가 난다. 한마디로 탄노이는 좋은 유닛을 구하기보다는 좋은 인클로저를 먼저 구하는 것이 관건이다. 허접한 모방 인클로저에 블랙을 넣는 것보다 오리지널 인클로저에 레드를 넣는 것이 음색이 좋다. 이웃 일본만 해도 골드가 들어간 오리지널 인클로저면 너무나 감사하고 좋게 듣는데, 우리나라 실정은 무조건 골드는 안 돼! 하는 편견으로 쓰레기 취급하니, 도대체 한 번 들어 보고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최근 필자가 들어 본 탄노이 시스템 중에 상큼한 음색으로 감명 받은 시스템이 바로 오르비투스(Orbitus)다. 9만 번대 골드 12인치 유닛이 장착된 스피커로, 특이한 인클로저를 사용한다. 이 인클로저는 옆면이 모두 샌드위치 합판이고, 윗면과 아랫면은 칩보드로 제조된 미국제인데, 특별히 골드 12인치 유닛의 콘지가 하늘로 향하게 장착하고, 콘지 상부에 있는 360° 반사판을 통해 무지향성으로 소리가 퍼지게끔 설계한 탄노이 유일무이의 360° 분산 스피커다.

일단 일반적인 탄노이 스피커 인클로저에서 벗어나 음질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마란츠 8과 7C를 기반으로 매칭시킨 바 너무나도 호방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탄노이 특유의 음색을 잘 전달해 주어서 깜짝 놀랐다. 어디 하나 막힘이 없다. 지금까지 들어 본 골드 유닛의 음색 중 단연 발군이었다. 스피커 자체의 존재감을 느끼지 않고, 어느 위치에 설치하던 실제 연주회장과 비슷한 음향 분산 패턴을 감지할 수 있다. 실제 소리는 음원에서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것이 자연스럽기에 이 스피커의 음색도 그 자연스러움을 머금고 있는 것 같았다.
동일한 골드 유닛에서 음질이 이렇게 개선되었다는 것은 오로지 인클로저의 덕일 것이다. 인클로저의 유닛 하부는 흡음재로 내부 벽을 둘러싸고, 하부에 덕트가 있는 베이스리플렉스형이며, 상부에 음향 분산 구조만 특이한 형태인데도 음질적으로 대단히 개선되었다.
차후로 탄노이는 무조건 구형이어야만 돼, 그리고 인클로저는 영국제여야만 돼… 등 수많은 편견을 무시하고 스피커 자체로 그 음질적 가치를 평가해 주는 마니아들의 넓은 이해심으로 오디오 생활을 더욱 풍성하게 해 주는 시절이 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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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6년 6월호 - 5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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