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 시청기로 배당된 스피커 중 탄노이 머큐리 7.2·비엔나 어쿠스틱스 베토벤 베이비 그랜드 심포니 에디션·다인오디오 이미트 M10·엘락 데뷔 F5의 무려 4기종을 이 앰프와 이 CD 플레이어로 울렸다. 공교롭게도 마치 이번 호의 주인공을 나온 지 약간 지난 이 앰프와 CD 플레이어가 차지한 셈이다. 더 상세한 시청 평은 각 스피커 기사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참조해 주시기 바란다. 종합적인 결론은 이 앰프와 CD 플레이어는 진정으로 경악스럽다는 것이다.
나는 잘 만들었다는 300B 제품을, 그것도 모노블록의 것으로 거의 10년 가까이 사용해 오다가 점점 그 무개성, 매가리 없는 펀치력 같은 데 진력이 나서 방출해 버린 경험이 있은 뒤로는 300B 제품에 관해서는 약간 부정적인 생각을 가져 왔는데, 생각해 보면 그 제품은 니켈 코어를 대량으로 사용해서 오히려 부작용이 있었지 않나 싶다. 비용을 들여 잘 만들어 보려다가 오히려 더 역효과를 낸 셈인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인생사가 공들인다고 해서 잘되는 것이 아니고 그 반대도 많다.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다는 것도 ‘운칠기삼’의 학설에 못 따라간다.

평범을 넘는 부품을 사용했지만 유럽이나 국내의 하이엔드 제품에 사용되는 부품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핵심이 되는 출력관 300B도 WE제에 비하면 염가판이다. 어지간한 자작파도 이런 가격으로는 만들어 내지 못할 정도의 제품이다. 하지만 이 300B 인티앰프는 고작 20W 출력인데도 불구하고 스피커만 제대로 만나면 하이엔드 못지않은 소리를 내준다. 정녕 나는 모든 오디오 제품을 통틀어서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명기의 반열에 감히 이 앰프를 올리고 싶다. 이 앰프와 CD 플레이어에 자그마한 스피커 하나, 그것으로 오디오는 완성된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 이상은 탐욕이고 허세이며, 끊임없는 자기 학대라고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내 생각이다. 또한 왜 300B라는 출력관을 사용한 제품에 세계의 오디오 엔지니어들과 관록 있는 사용자들이 그렇게 매달리는지 그 의미를 분명히 알겠다. 게다가 다른 프리앰프를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는 단자를 비롯해, 일일이 들출 필요 없이 잡다한 편의 장치가 다 구비되어 있고, 모양도 세련미가 있다. 하지만 정통 아날로그 일변의 제품이라 요즘 대세인 디지털 입력 단자는 없다.

동반하고 있는 CD 플레이어는 제작사가 TDL 어쿠스틱스로 되어 있지만 케인과 동일한 레이블이며, 이미 진공관 CD 플레이어로 유명한 제품이다. 일부 고급 기기에도 진공관을 투입한 제품이 있는데, 본 시청기에 들어 있는 진공관은 앰페렉스(70-80년 생산) 각인의 유명 빈티지 진공관 6922이다. 그리고 하이엔드급의 DAC를 포함하고 있어 PC와 USB 연결로 음원 재생이 가능하다. 또 특이한 것은 출력단이 두 가지로 되어 있어 반도체와 진공관 소리를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들어 보면 알겠지만 두 가지의 음색이 미묘하게 다르다. 곡에 따라 골라 듣는 재미가 이 저렴한 CD 플레이어에서 가능한 것이다. 이들 제품의 소리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면 별수없다. 다만 10배쯤의 돈을 싸 가지고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할 것이다.  

TDL Acoustics TDL-18CD
판매원 헤르만오디오 (010)4857-4371   가격 177만원   출력 레벨 2V   USB 입력 24비트/192kHz   주파수 응답 20Hz-20kHz(±0.5dB)   S/N비 92dB 이상   다이내믹 레인지 120dB 이상  
채널 분리도 100dB 이상   크기(WHD) 44×10×35cm   무게 10kg  

Cayin A-300P MK2
수입원 케인코리아 (02)702-7815   가격 335만원   사용 진공관 300B×4, 12AU7×4, 12AX7×2, 6SN7×1  
실효 출력 20W   주파수 응답 7Hz-50kHz(-3dB)   THD 1%(1kHz)   S/N비 91dB  
입력 임피던스 100㏀   입력 감도 300mV, 1000mV(프리-인)   출력 임피던스 4Ω, 8Ω, 16Ω  
크기(WHD) 42×20×38.9cm   무게 27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