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 & BEAT High Definition Digital Controller BLUEDAC
상태바
BIT & BEAT High Definition Digital Controller BLUEDAC
  • 월간오디오
  • 승인 2016.05.02 00:00
  • 2016년 5월호 (526호)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 디지털 기술의 진수를 몸으로 느끼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를 파노라마처럼 겪어 온, 결코 어리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늙었다는 이야기를 듣기에는 좀 억울한 나 같은 사람이라면 아마도 세상 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느낄 것이다. PC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 디지털 기술이 이 세상을 완전히 ‘접수’해 버리고, 디지털 기술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면서 소프트웨어도 맹렬하게 바뀌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런 변화들은 점점 빨라져서, 간신히 하나에 적응하고 나면 잠깐 사이에 다른 것들이 우수수 쏟아진다. 가끔은 힘들다는 생각에, 나보다 윗세대 사람들처럼 시대의 변화를 무시하고 살아 볼까 하는 생각도 해 보지만, 급변하는 상황에 척척 적응하는 어린 세대들을 보면 왠지 뒤처지는 느낌이 들어 따라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다리가 찢어져 쫓아가야만 하는 뱁새의 심정이 이런 걸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즐겁기 위해 듣는 음악에 있어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나로 말하자면 LP 세대는 아니지만 레코드 재킷의 아우라와 지극히 아날로그적 느낌에 매료되어 LP를 모으다가 CD가 주류가 된 후에는 LP를 모두 정리하고 CD를 열심히 모아 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바로 차세대 포맷이라면서 DVD-오디오와 SACD가 나왔다. 두 미디어가 주도권 다툼을 하는 것을 보면서 이기는 편을 따르려 마음먹었지만, 아예 새로운 포맷이 등장했고 이내 세상을 평정해 버렸다. 그것은 음반 미디어가 아닌 파일 재생이었다. 음반을 한 장 한 장 모으면서 각각의 음반에 추억을 담던 시대는 안타깝게도 끝을 맺었고, 그 아쉬움은 ‘편리함’이 대체하게 되었다. 디지털 시대에 변화라는 것은 대부분 그런 식이다. 불편한 낭만이 사라지는 신 편리하고 효율적이라는….
나도 잠깐의 저항 끝에 음반 재생과 파일 재생을 병행하게 되었다. 음반을 리핑해 컴퓨터에 저장해 두니 편리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음반을 찾으려 CD 랙 앞에서 한참을 서성일 필요가 없어졌고,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음반이 재생됨에 따라 같은 시간에 훨씬 많은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똑같이 음원 파일을 재생한다고 하더라도, 음의 형식부터 전송 방식까지 신중하게 골라야만 했다. 형식은 무손실 압축 음원으로 결정. 전송 방식에는 고민이 많았는데, 처음에는 NAS와 랜, 그리고 UPnP에 열광했다. 집안 어느 곳에서도 랜이 통하는 곳이라면, 다른 방에 쌓아둔 음악을 불러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즐거웠다. 하지만 편리하지는 않았다. 예외는 있겠지만 랜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아무래도 PC에서 직접 음원을 재생하는 프로그램들 - 예컨대 아이튠즈나 J리버 등에는 대체로 미치지 못한다. 애플의 에어플레이는 아이튠즈를 쓰면서 랜에 접속하지만 CD 수준 이상의 고음질 음원은 전송하지 못한다. 특히 수천 장의 음반을 리핑해 둔 파워 유저의 입장에서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음반 검색이나 속도, 사용자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무척이나 많았다.

몇 차례 여러 방법을 시도한 끝에 PC를 DAC에 직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게 되었다. 초기에는 USB의 음질적인 문제로 PC에서 광 출력을 뽑아 썼는데, 최근에는 USB 쪽의 음질이 대폭 향상된 것은 물론, DSD 재생이나 PCM 32비트/384kHz의 초고해상도 음원에 대응할 수 있어서 USB 연결이 대세로 자리잡게 되었고, 나도 이를 따르는 중이다.
다만 디지털 오디오 기기에서 꼭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다. 우리 애호가들은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는 동안 너무 많은 방황과 바꿈질을 해 왔다. 10년쯤 전, 천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최고 해상도가 24비트/96kHz였던 하이엔드 D/A 컨버터를 구입했던 애호가들은 지금 어떤 심정일까? 또는 불과 2-3년 전에 DSD를 지원하지 않은 고가의 D/A 컨버터를 구입했던 애호가들의 지금 심정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은 실 급격하게 발전하기에, 몇 년 전 고가의 하이엔드 기기가 지금 저렴한 보급기의 성능을 확실히 능가한다는 생각은 난센스다. 따라서 추후에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더라도 부담 없이 기기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가급적 저렴한 가격대로, 현대 디지털 기술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기기가 나와 주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바랐던 그런 제품이 나타다. 비트 & 비트라는 감각적인 브랜드로 출시된 블루DAC라는 USB D/A 컨버터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 애호가들에게 디지털 강국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할 - 까놓고 이야기하자면 첨단 기술이 유감없이 발휘된 고급 제품을 턱없이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 의도로 제작되었다는 블루DAC는 보면 볼수록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하드웨어와 기능부터 살펴보자. 핵심 부품은 X-MOS 칩셋과 ES9018 DAC. 그리고 요즘 D/A 컨버터라면 DSD를 지원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현행 제품들이, 특히 블루DAC와 비슷하거나 두세 배 가량 비싼 제품들마저 한결같이 DSD128(5.6MHz)까지만 지원하고 있는 데 반해, 블루DAC는 DSD256(11.2MHz)까지 지원한다. 또한 현행 최고 해상도의 음원 ? PCM 24비트/192kHz를 가볍게 뛰어넘는 초고음질 음원(Mastering Quality Sound, PCM 32비트/384kHz) 파일 재생할 수 있다. 물론 DSD256이나 PCM 32비트/384kHz 음원 파일들은 아직 흔하게 볼 수 없지만, 우리는 이미 디지털 세상이 얼마나 급격히 바뀌는지에 대해서 충분히 학습해 왔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구형 FHD TV와 최신 UHD TV가 같은 값이라면 선택할 때 고민할 이유가 전혀 없지 않은가. 더구나 신형이 더 저렴한 가격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블루DAC의 또 다른 장점은 블루투스 - 무선 전송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예전 블루투스가 하이파이 오디오에 처음 도입되었을 때, 기기 시연을 하면서 무척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디지털 기기로 꽤 유명한 영국 C사의 작고 예쁜 기기로서 결코 저렴하다고 할 수 없는 제품이었는데, 무선의 편리성이 전혀 부각되지 않을 정도로 둔한 음질을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루투스는 그 사이 빠르게 발전했고, 최신 코덱 apt-X가 적용되면서 진지하게 들을 만한 음질로 진화했다.

한편 블루DAC가 갖고 있는 입·출력의 다양성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디지털 입력으로 USB 및 옵티컬, 코액셜, AES/EBU 단자를 구비하고 있고, 아날로그 출력으로는 밸런스와 언밸런스를 모두 장착하고 있다. 그리고 밸런스와 언밸런스 단자는 공히 비슷한 가격대의 제품에서 흔히 사용하는 기판 직결형이 아닌 섀시 고정형이라 상당히 급스럽다. 또한 옵티컬 및 코액셜 디지털 출력을 구비하고 있어, USB 신호를 S/PDIF 디지털 신호로 전환해 일반 오디오용 DAC와 연결할 수 있으므로 DDC(Digital to Digital Controller)로도 사용할 수 있다. ‘High Definition Digital Controller’라는 표기가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음색은 생긴 것만큼 야무지다. 전체적으로 밝은 성향으로 광대역의 인상이 강하다. 특히 고역의 해상도는 발군이다. 우 섬세하지만 나약하지 않고 심지가 잘 살아 있으며, 중·저역과도 밸런스가 좋다. 흔히 고역이 ‘좋다는’ 하이엔드 제품으로 록 음악을 들을 때 심벌즈 소리에 중요한 보컬이 파묻혀서 뒤로 숨는 그런 우려는 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음장은 깊이보다는 좌우로 넓게 형성된다. 저역은 맺고 끊음이 명확해 군더더기 없이 정돈된 음이다. 블루투스 음질은 깜짝 놀랄 정도로 좋은데, 케이블 연결에 비해 높은 고역의 음은 살짝 감쇄되지만, 그 때문에 더욱 편안하고 음악에 몰입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매칭되는 앰프는 물론 인터커넥트 케이블에 따라서도 음의 느낌이 크게 변하는 것도 애호가라면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특히 블루DAC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하이엔드 앰프들과의 매칭에서는 어이가 없게도 하이엔드 D/A 컨버터 같은 소리를 낸다. 굳이 가격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성능은 물론이고 포장에서부터 제품 디자인까지 어느 곳 하나 흠잡을 곳 없는 제품이다. 아날로그가 경험과 감각에서 비롯된 개성적인, 다소 사치스런 세계라면 디지털은 기술이 이루어 낸 평등하고 효율적인 세계가 아닐까. 블루DAC의 가격을 생각하면서, 그리고 그 음을 들으면서, 어쩌면 그것이 디지털 시대의 가장 큰 덕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문의 헤르만오디오 (010)4857-4371
가격 85만원   디지털 입력 AES/EBU×1, Coaxial×1, Optical×1, USB B×1   USB 입력 PCM 32비트/384kHz, DSD 64/128/256  
디지털 출력 Coaxial×1, Optical×1   아날로그 출력 RCA×1, XLR×1   블루투스 지원  
크기(WHD) 20.7×43×15.3cm   무게 1.6kg  

526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6년 5월호 - 526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