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nic T-2000 25th Annivers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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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nic T-2000 25th Anniversary
  • 김편
  • 승인 2016.02.02 00:00
  • 2016년 2월호 (523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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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관의 소릿결과 100W 구동력을 동시에 잡다

 

오디오의 열락에 빠져들다 보면 거의 주화입마식으로 빠져드는 2가지 유혹이 있다. 하나는 트랜지스터 대출력 앰프에 대한 판타지이고, 또 하나는 프리와 파워 분리형 앰프에 대한 로망이다. 예를 들어 8Ω에 300W, 4Ω에 600W 식으로 정확히 선형적으로 출력이 늘어나는 앰프, 파워 앰프를 좌우 채널 모노모노로 분리한 것도 부족해 각각에 별도 전원부를 붙인 4덩이 앰프 등… 이 같은 유혹은 특히 마초 스타일 스피커에 대한 정복 혹은 지배 욕망과 맞물려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그 결과는 청음 공간을 가득 메우는 온갖 기기와 케이블로 귀착된다.
그러나 일찌감치 이런 유혹과 집착에서 벗어난 이들이 있으니 바로 소출력 진공관 앰프의 세계를 탐닉해온 애호가들이다. 예를 들어 직열 3극관 300B를 채널당 1개씩 싱글로 구동해 얻어낸 8~10W 소출력으로 순결하고 농밀하며 아름다운 음의 세계를 탐미하는 그런 세계. 이런 세계에는 그래서 돌덩이 스피커를 제압하거나 무릎이 시릴 정도로 저역을 뽑아내려는 욕심 따위는 애초부터 없다. 다만 이들도 마음속에 깊게 파묻은 체념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스피커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최근 접한 올닉(Allnic)의 진공관 앰프 T-2000 25th 애니버서리(Anniversary)는 이같은 갈팡질팡 혼돈의 오디오파일들을 위한 올닉의 명쾌한 솔루션으로 보인다. 이미 300B 싱글 구동 앰프(T-1500)로 스테레오파일 추천기기 A클래스에 올랐던 대한민국의 명망 있는 제작사가 이번에는 ‘KT150 푸시풀 구동으로 100W 출력’이라는 히든카드를 내민 것이다. 진작에 T-1500(12.5W)은 물론, EL34관을 푸시풀 구동한 T-1800(40W), 이번 애니버서리 모델의 전작인 T-2000 ST(Super Transformer, 100W)를 들어본 필자의 성급한 결론은 이것이다. ‘진공관 앰프의 소릿결과 스피커를 가리지 않는 구동력,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찬찬히 살펴보자. 올닉이 창립 25주년을 맞아 올해 내놓은 T-2000 애니버서리는 디자인 변화(전면패널 및 측면 손잡이 등)와 함께 올닉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니켈트랜스를 업그레이드시켰다. 올닉의 모든 출력 트랜스는 니켈트랜스, 정확히 말하면 니켈과 철의 합금인 퍼멀로이(Permalloy) 트랜스다(이 방식은 일찍이 1916년에 웨스턴 일렉트릭에서 음질에 가장 좋은 트랜스로 개발돼 각광받았으나 제작 원가가 높고 제작 방법이 워낙 힘들어 사용을 거의 못하고 있다).
니켈은 모든 물질 중에서 자석에 제일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를 초 투자율(Initial Magnetic Permeability)이라고 하는데, 니켈은 초 투자율이 아주 높다. 쉽게 말하면, 일반 쇠는 전기를 줘서 전자석이 됐다가 전기를 끊으면 전자석 성질이 천천히 없어지는데 비해 니켈은 전기가 끊어질 경우 순식간에 전자석 성질이 사라진다. 이러한 니켈의 스피드 때문에 올닉의 앰프들이 음악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T-2000 애니버서리는 여기서 더 나아가 권선 방법, 코일의 두께, 트랜스 구조 등 더 좋은 소리를 위한 올닉의 노하우를 총동원한 신형 퍼멀로이 출력 트랜스를 장착했다.
올닉의 또 다른 자랑거리인 41단 어테뉴에이터도 버전 2(Ver.2)로 진화했다. 내장 모터로 리모컨 동작되는 이 어테뉴에이터는 올닉에서 자체 제작한 것으로, 올닉의 최상급 레퍼런스 프리앰프인 L-5000 DHT 등 상급기에 적용된 것과 동일한 호화 사양의 어테뉴에이터. 원래 안쪽 링과 바깥쪽 접점부 이렇게 접점이 2개인 기존 어테뉴에이터가 음질 면에서 부족하다고 판단, 접점부를 1개로 줄인 것이 올닉의 어테뉴에이터인데, 이번에는 이 접점부를 다시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이를 통해 볼륨단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신호 왜곡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한편 ST 버전보다 음악 신호 전달을 더 확실하고 빠르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출력관은 ST 때와 마찬가지로 KT150관을 채널당 2발씩 썼다. 사실 지난해 여름 신형 5극 빔관인 KT150을 채용한 T-2000 ST를 들어보고 필자는 깜짝 놀랐다. 기존 버전(KT120)에 비해 출력이 70W에서 100W로 늘어난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KT150 진공관 자체의 물성이 탁월했기 때문이었다. KT150은 미세 신호 증폭 및 스피커의 확실한 제어를 위해 텅솔이 개발한 신관. 일단 KT88이나 KT120보다 체구가 훨씬 크고, 계란 모양의 유리관을 통해 방열 기능을 향상시켰다고 한다. 유리관이 곡선으로만 이뤄져 평평한 면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마이크로포닉 문제에서도 자유롭다는 얘기다.
T-2000 애니버서리는 이 KT150을 채널당 2개로 푸시풀 구동시켜 100W(8Ω. 펜토드 모드) 또는 50W(8Ω. 트라이오드 모드) 출력을 뽑아낸다. 전면 패널 왼쪽의 버튼을 눌러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T-2000 애니버서리가 채택한 펜토드 모드(Pentode Mode)는 5극관의 스크린 그리드와 플레이트를 연결할 때 출력 트랜스를 사용하는 울트라 리니어(Ultra-linear) 방식으로, 100W라는 대출력과 함께 풍부한 저음을 얻어냈다. 사실, 진공관 앰프에서 100W라면, 이 세상 어떤 스피커에 물려도 부족함이 없는 수치다. 3극 접속 시(Triode Mode)에는 컨트롤 그리드가 플레이트에, 서프레스 그리드가 캐소드에 접속된다. 말 그대로 3극관처럼 작동, 출력은 50W로 줄지만 더 섬세하고 왜곡이 없는 깨끗한 음과 작은 출력 임피던스를 얻을 수 있다.
30W까지 A클래스로 작동하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잘 아시는 대로 앰프의 증폭 방식은 A클래스, B클래스, AB클래스 등으로 나눠지는데, 증폭 소자에 항상 일정 전류(Idling Current)를 흘려주는 게 A클래스, 안 흘려주는 게 B클래스다. 즉, 음악 신호가 들어올 때에만 증폭 소자에 전류가 흐르도록 한 것이 바로 B클래스 앰프다. 그리고 A클래스가 진공관의 최대 출력까지 이 아이들링 커런트를 흘려주는데 비해, AB클래스는 그 중간쯤만 아이들링 커런트를 흘려준다. 따라서 AB클래스 앰프는 제작자가 지정한 아이들링 커런트 범위 내에서는 A클래스로 작동하고, 그 이후에는 AB클래스로 작동하게 된다. T-2000 애니버서리의 경우 펜토드 모드(울트라 리니어)에서는 30W까지, 트라이오드 모드 시에는 20W까지 A클래스로 작동된다. 따라서 일반 가정에서 듣는 T-2000 애니버서리의 소리는 거의 A클래스로 증폭된 소리라고 보면 된다.
초단관은 6485를 썼다. ST 버전에도 채택된 이 관은 전류증폭률(gm)이 극단적으로 높은 역사적인 진공관이다. 진공관은 결국 gm 싸움인데, 이 gm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1그리드를 가장 가늘게 뽑아 쓰는 수밖에 없다. gm이 5000mA/V에 이를 정도면 선이 눈에 거의 보이지 않게 된다. 드라이브관으로 채택된 D3a는 직선성이 아주 좋고 내부 저항이 낮기 때문에 충실한 저음을 전달할 수 있는 명관. 일단 고가인데다 구하기도 힘들고 취급하기도 까다로워 보통의 인티앰프에서는 쓰려고 해도 쓰기 어려운 관이다. D3a도 5극 진공관인데 6485와 마찬가지로 3극관 모드로 동작, 내부 임피던스를 2㏀으로 낮춤으로써 전류를 20mA로 끌어올리는 한편 노이즈와 왜곡을 현저히 줄였다고 한다. 통상 12AU7이나 12BH7을 쓰면 47㏀ 부하에 2~3mA의 전류밖에 걸 수밖에 없는 것과 비교하면 커다란 이점이라 하겠다.
이 밖에 T-2000 애니버서리에는 외국 제작사와 평론가들이 대놓고 부러워하는 올닉의 튜브 댐퍼(액체형 고무를 초단관 소켓에 채용, 100%에 가깝게 진동을 잡음으로써 국제 특허를 받았다), 전압 변동률(Voltage Regulation Rate)이 3~4% 수준에 불과한 전원 트랜스, 진공관 앰프의 성능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고정 바이어스 방식, 진동과 고온에 강한 폴리카보네이트 침니(Chimney), 토글 스위치를 이용해 앞뒤 출력관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자가 진단 미터 등 올닉의 첨단 기술이 고스란히 투입됐다. 앰프 증폭의 처음이자 끝이라 할 ‘10kHz 방형파의 구현’ 역시 두말하면 잔소리다.

청음은 소스기로 맥북 에어(오디르바나 플러스), DAC로 올닉 D-3000, 스피커로 탄노이 턴베리 GR, 스피커 케이블로 올닉 ZL-5000, 파워 케이블로 올닉 ZL-3000을 동원했다. 턴베리 GR은 탄노이의 트레이드마크인 10인치짜리 동축 유닛 듀얼 콘센트릭(Dual Concentric)을 채택한 내부 용적 100리터짜리 스피커다. 재생주파수 대역은 34Hz~44kHz(-6dB)이며, 감도는 93dB, 임피던스는 8Ω(최저 5Ω), 네트워크는 2차 오더 크로스오버.
첫 곡은 제니퍼 원스의 ‘Way Down Deep’(16비트). ‘쿵’ 하고 떨어지는 킥 드럼의 질감 자체가 다르다. 역시 EL34와는 확연히 다른 펀치력이다. 놀라운 것은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의 가닥수인데, 이번 조합은 필자가 지금까지 들어본 이 곡에서 역대 가장 많은 가닥수를 선사했다. 제니퍼 원스의 보컬 역시 자음 하나하나가 또렷이 들리는데다 입술 모양까지 연상이 될 정도여서 노래에 그냥 빠져든다.
샤를 뮌쉬가 지휘하고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4악장(16비트)에서는 사운드 스테이지가 넓게 펼쳐진다. 팀파니의 보폭이 성큼성큼 뛰어들어오는 수준이고, 오른쪽에 자리잡은 금관들의 음색 역시 감칠맛 나게 느껴진다. 스코틀랜드 쳄버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환상교향곡 4악장(24비트)은 샤를 뮌쉬 음반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pp와 ff를 오고가는 다이내믹스가 대단하다. 팀파니의 보폭은 샤를 뮌쉬 때보다 훨씬 더 크고, 타격감 역시 더 강력해졌다. 전체적으로 저역의 엣지감이 상당하다. KT150이 선사하는 진공관 100W 출력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얘기다.
T-2000 애니버서리의 분해능이 가장 돋보였던 곡은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You Look Good To Me’(16비트). 베이스를 연주하는 레이 브라운이 나지막하게 ‘중얼중얼’하는 소리까지 다 잡아내 들려준다. 시스템이 웬만큼 예민하지 않고서는 절대 들리지 않는 대목인데, 올닉의 DAC D-3000과 T-2000 애니버서리의 초단관으로 쓰인 6485도 제몫을 다하는 듯하다.
애청곡인 다이도의 ‘Don't Believe In Love’(16비트)도 이번 T-2000 애니버서리 조합에서는 전혀 다른 맛을 들려준다. 평소 이 곡은 그저 촉촉한 카스텔라 같은 다이도의 음색을 즐기는 노래로만 여겼었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이 곡은 ‘킥 드럼을 위한, 킥 드럼의 노래’였던 것. 팽팽하게 조여진 드럼 헤드가 맬릿에게 두들겨 맞고 자신의 품에 숨어 있던 저역을 튕겨내는 모습이 눈에 선명하다. 한마디로 무르고 벙벙한 저역이 아니라, 헤드 재질인 플라스틱 필름의 질감과 텐션까지 느껴질 정도로 에지 있는 저역이다.

저역 : ‘쿵’ 떨어지는 양과 파워, 에지가 살아있는 질 = 초 투자율이 높은 니켈 슈퍼 트랜스의 업그레이드 효과, 전압 변동률이 낮은 충실한 전원 트랜스, 플레이트 손실률이 높은 KT150의 댐핑 효과 및 푸시풀 구동 효과로 보인다.
스피드, 과도 특성, 제어력 : 음악 신호에 대한 반응이 더할 나위 없이 빠르고 정확하다 = 음악 신호에 대한 니켈 트랜스의 재빠른 응답 속도, 업그레이드 41단 어테뉴에이터를 통한 왜곡 최소화 효과로 보인다.
S/N비 : 정숙감의 증가, 노이즈의 증발 = 국제 특허 튜브 댐퍼를 통한 100% 진공관 제진 효과, 업그레이드 41단 어테뉴에이터를 통한 왜곡 최소화 덕분으로 보인다.
음색 : 바이올린의 통 울림, 피아노의 해머링까지 잡아내는 완벽한 음색 구현 = 코일을 적게 감고도 높은 L값을 실현한 니켈 트랜스의 효과, EP-IP 곡선이 직선에 가까운 진공관의 태생적 이득 덕분으로 보인다.
다이내믹 레인지 : 투티 등 ff에서 터져 나오는 강력한 한 방, 보컬의 입술 모양과 기척까지 그려지는 pp 표현의 섬세함 = 광대역을 실현한 업그레이드 니켈 트랜스와 충실한 전원 트랜스의 시너지 효과, 6845·D3a·KT150으로 이어지는 진공관 3총사의 협공, 튜브 댐퍼를 통한 100% 진공관 제진 효과로 보인다. 

 

총판 오디오멘토스 (031)716-3311   가격 950만원   사용 진공관 KT150×4 외.  
실효 출력
100W   에테뉴에이터  41스텝 실버 콘택트 버전2  
트랜스포머  슈퍼 니켈 알로이 트랜스포머    크기(WHD) 43×25.5×48cm    무게 42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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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6년 2월호 - 5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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