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am FMJ A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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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am FMJ A29
  • 김남
  • 승인 2016.02.02 00:00
  • 2016년 2월호 (523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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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G의 매력을 십분 살린 매력의 인티앰프

모딜리아니의 <누워있는 나부>라는 그림 한 점이 근자에 약 2천억원에 팔렸다. 타계한 지 100년이 다 되어 가지만, 그 화가는 한 겨울에 불도 때지 못한 궁핍 속에 병이 들어 홀로 죽었고, 그때 그의 나이는 불과 35세였다. 그리고 남편에게 실망해 친정으로 돌아가 버렸던 처는 소식을 듣자 사흘 만에 자살해 버렸다. 그런 비운의 화가가 남긴 그림이 2천억원이라니 기가 막힌다. 그날 인사동의 작은 화랑 구경을 갔다가 깜짝 놀랐다. 너무나 마음에 드는 그림들이 많았는데 가격은 모딜리아니의 5만분의 1이다. 소품은 또 그 절반이다. 10만분의 1! 아마 그림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A, B 테스트하는 기분으로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우리 화가의 저렴한 작품을 골랐을 것이다. 틀림없이! 하지만 이 비운의 천재 화가를 비판하려는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 그림은 물론 좋지만 세상에 단 한 점밖에 없다는 희소성이 부른 엄청난 가격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다만 후세 인들의 그 허구성이 싫어질 뿐이다.

오디오의 세계도 유사한 점이 많다. 음악 재생의 능력이라는 것과는 별 상관도 없는 거품이 잔뜩 끼어 거품이 또 거품을 만드는 탓에 기묘한 시장이 형성된 지 한참 된다. 그런 억대의 앰프들과 그 대척점에 자리잡고 있는 기종이 바로 본 시청기 같다. 아캄은 전형적인 영국의 홈 오디오 제작사로,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많은 앰프를 비롯해 CD 플레이어, 튜너, D/A 컨버터, 스피커, 카트리지까지도 생산한 종합 오디오 메이커로 성장했는데, 영국제의 전통에 따라 어디까지나 검소 질박한 제품의 범위 내에서 소리의 향상에 매진하고 있는 곳이다. 이런 검소 질박한 인티앰프의 성능들이 분리형 못지않게 좋아졌으면 하는 것이 어찌 나 하나의 바람뿐이랴.
더구나 본 기는 보통의 A급이나 AB급도 아닌 특이하게 처음 보는 G급의 제품이다. G급 앰프는 좀 생소하다. 디지털 앰프인 D급은 근래 많이 등장했다. 클래스D 앰프의 음질이 향상되었다고는 하지만 A급이나 AB급으로 아날로그 신호를 증폭하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클래스AB의 음질을 유지하면서 클래스D 앰프와 비슷한 전력 효율을 얻기 위한 앰프가 등장한 것이 바로 클래스G 앰프다. 클래스G 앰프는 여타 오디오 앰프들과 달리 하이브리드 자동차 엔진처럼 다수의 전력 공급 장치를 구현하고, 입력되는 오디오 신호의 크기에 따라 앰프에 걸리는 바이어스 전압을 변화시킨다. 오디오 신호가 작을 때는 작은 전압, 오디오 신호가 클 때는 큰 전압이 걸리는 것인데, 이를 통해 오디오 신호에 따라서 전력 소모를 조절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본 시청기의 장점이 클래스G 증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채널당 80W의 출력은 몹시 여유가 있어서 압도적인 대음량 재생에도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으며, 게다가 4Ω에서는 175W의 출력을 과시한다. 이런 기종에서는 찾기 힘든 토로이달 기반의 파워 서플라이, 음향 댐핑 섀시, 상보성 트랜지스터 출력단, 포노 스테이지, 헤드폰 출력도 갖추고 있다. 리모트 컨트롤이 되는 편의성도 있으며, 리모컨의 만듦새는 호화롭고 강인해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 앰프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겠다. 스탠바이 전력 소모는 불과 0.5W에 불과하며, 당연히 가동 시의 전력 소모도 최저 수준. 그리고 음색의 특징은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작은 앰프에서는 맛보기 쉽지 않은 우아함이 있다. 그러면서도 결코 뭉개지는 듯한 소리를 내지 않고, 해상력과 적절한 정도의 윤기를 시종일관 머금고 있다. 또한 적절한 댐핑, 매우 낮은 노이즈 레벨도 인상적.
이번 호 시청기인 트라이앵글의 코메트 Ez와 연결해 본 소감이다. 보컬이나 현 독주곡들도 전혀 저항이 없을 만큼 좀더 편안하고, 부드러운 가장자리 느낌을 주는 톤, 우아한 유채색의 풍경화를 연상시킨다. 아주 쉽게 부드러운 대규모 사운드를 제공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소형 인티앰프가 흔히 지니는 소리의 과장, 고역의 거칠음, 밀도가 없는 부드러움, 저역의 부족, 소리의 얄팍함 등 그런 우려에서는 상당히 벗어나 있어서 2015년도에 본 인티앰프를 포함해 우수 인티앰프 몇 기종을 골라 집중 테스트를 실시한 해외 전문지의 의도를 짐작할 수도 있겠다. 물론 비교 불가이지만, 고가의 하이엔드 중 이런 성향을 추구하고 있는 한 레이블 제품의 소리가 시종일관 연상되기도 한다. 

 

수입원 우리오디오 (02)2246-0087   가격 250만원   실효 출력 80W(8Ω), 175W(4Ω)  
주파수 응답 20Hz-20kHz(±0.2dB)   입력임피던스 10㏀    하모닉디스토션 0.003%  
S/N비
105dB   크기(WHD) 43.3×8.5×27.5cm   무게 9.2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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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6년 2월호 - 5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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