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koon Produ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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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편
  • 승인 2016.01.01 00:00
  • 2016년 1월호 (5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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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쿤 프로덕츠의 수장, 아키라 나가이 씨가 한국에 오다

바쿤 프로덕츠(Bakoon Products)의 수장 나가이 아키라(氷井明) 씨를 지난 12월 초 서울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2014년에 이어 2번째다. 이번 방한은 수입원과 업무 협의 및 대리점 방문을 위한 것인데, 확실히 1년 사이에 바쿤의 브랜드 파워는 괄목상대할 만큼 성장했다. ‘알 만한 동호인들은 다 아는 브랜드’에서 ‘일반인들도 믿고 살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한 것 같다.
초창기 때만 해도 거의 싱글 진공관 앰프 수준의 저출력으로 대형 스피커를 쥐락펴락하는 구동력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어느 샌가 바쿤은 산전수전 다 겪은 오디오 애호가들이 결국 마지막에 찾게 되는 그런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필자 역시 지난 2013년부터 바쿤을 애용해오고 있는데, 고요한 산사를 연상하게 하는 S/N비, 숲속 샘물 같은 투명도, DSLR로 잘 찍은 사진에서나 느낄 법한 색채감과 뎁스(Depth)에 만족하고 있다.

Q 우선 함께 방문한 Mr.Ho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중국 화교 출신이고 말레이시아 태생입니다. 일본에 유학을 갔다가 일본 사람과 결혼하여 구마모토에서 30년 넘게 살고 있습니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뒤에 도시바에서 사회 첫발을 내디뎠고 소니에서 오랫동안 근무했고, 현재는 1인 사업체를 운영하는 엔지니어입니다. 우리 앰프를 13년 전부터 사용해 오던 사용자이면서 저를 돕는 지원자이기도 합니다.

Q Mr.Ho의 바쿤 프로덕츠에서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현재는 바쿤의 S/W 관련 업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DAC-9730와 PRE-5410 MK3의 디지털 어테뉴에이터 컨트롤 프로그램, EQA-5620 MK3에 들어가는 CPU 펌웨어 등을 개발하였습니다. 신형 AMP-5521의 바이어스 터보 회로 또한 Mr.Ho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Mr.Ho는 소니 카메라의 CCD, OLED TV, 자동차용 부품을 직접 개발하는 등 첨단 회로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바쿤의 SATRI 회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구현할 수 있는 사람으로 앞으로도 계속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Q 매일 아침 바쿤이 전해주는 구마모토의 바람을 느끼면서 바쿤 유저 입장에서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기본 볼륨이 아닌 어테뉴에이터를 장착한 SCA-7511의 경우 볼륨을 0으로 해놓고 다음날 음악을 듣기 위해 볼륨을 올리면 스텝마다 ‘틱틱’ 소리가 납니다.
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는 DC 서보의 커패시터 역시 일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게인을 0으로 해놓은 상태에서 다음날 볼륨을 올리면 그 커패시터에 전류가 완전히 충전되지 않아서 그런 소리가 들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SCA-7511을 장시간 쉬게 할 때는 게인을 0 대신 한 칸 올려놓는 것도 요령이 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테뉴에이터에 0dB이 없었는데, 게인을 끝까지 내려도 소리가 들린다는 클레임이 있어서 0dB를 만들었습니다. 0dB에서는 DC 서보도 완전히 멈추게 됩니다.

Q SATRI 회로는 V9.3이 최종 버전입니까.
이후로도 워낙 많이 개발돼서 이젠 더 이상 매길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억지로 붙이자면 V20.0 정도 될 것 같네요(웃음).

Q 파워 앰프 AMP-5521을 열어봤더니 안에 커런트 미러 칩이 없었는데, SCA-7511에는 있었습니다.
커런트 미러 칩을 안 써도 될 만큼 SATRI 회로가 완전히 새로운 회로가 됐기 때문입니다.

Q 사용자의 입장에서만 질문을 드린 것 같습니다. SATRI 회로 자체가 생소한 독자들을 위해 쉬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보통의 소리를 보통의 소리로 들을 수 있게 하는 앰프가 SATRI 앰프입니다. SATRI 회로는 음을 만드는 일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정도(Precision)만 높이려 하는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바쿤 앰프를 병원에서 심신 치료를 할 때 쓰곤 합니다. 불면증을 없애는 앰프로 알려져 있지요.

Q SATRI 회로는 앞·뒤 입·출력 저항의 저항비로 신호를 증폭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전 인터뷰를 보니 지렛대 비유가 솔깃합니다.
지렛대의 고정점과 같은 것이 바로 바이어스 전류입니다. 바이어스 전류가 왔다 갔다 하면 섬세한 소리를 낼 수가 없습니다. SATRI 회로에서는 이 바이어스 전류를 완전히 고정시킵니다. 그래서 바쿤 앰프가 섬세하고 작은 소리도 재생할 수가 있고, 큰 스피커를 구동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Q 바쿤은 AB클래스의 TR 앰프인데도 발열이 좀 있습니다.
2012년도 이전의 제품에는 순 A클래스 회로를 고집했습니다. 그러나 최신 바이어스 고정 회로를 개발한 뒤로는 더 이상 A클래스를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모든 앰프는 자신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려 합니다. 일반적인 앰프들은 추울 때는 전류가 많이 흐르고, 더울 때는 적게 흐릅니다. 그런데 SATRI 회로는 바이어스 전류 안정을 위해 주변 온도보다 늘 몇 도 높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SATRI 앰프는 더운 여름에는 열이 더 느껴지고, 추운 겨울에는 열이 덜 느껴집니다.

Q 너무 앰프 얘기만 한 것 같네요. DAC도 역시 아날로그 회로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DAC 초창기 때만 해도 컨버터 칩의 성능과 스펙에만 다들 신경을 썼습니다.
맞습니다. 소리 질을 결정하는 것은 아날로그 회로와 그 다음 단의 필터 회로라고 생각합니다. 바쿤 DAC-9730의 경우 아날로그 회로는 피드백을 안 쓰고 있고, 필터 회로는 차수가 많으면 고품질이라고 보는데, 5차 LC 필터를 적용했습니다. DAC에는 디지털 노이즈가 발생하는데, 이 노이즈는 고주파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떨어뜨릴 필요가 있습니다. 계측기로 살펴보면 필터 회로가 없을 때 아날로그 출력은 두꺼운 그래프 모양인데, 필터 회로를 넣으면 가는 선으로 바뀝니다. 만약 앰프에 고주파 노이즈가 들어가면 트랜지스터가 그것을 정류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DC 전압이 발생해 결과적으로 소리를 방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Q 피드백을 안 쓰는 것도 바쿤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피드백을 쓰게 되면 주파수에 따라 피드백이 달라집니다. 반응 시간도 주파수에 따라 달라지는데, 즉, 소리가 변질된다는 얘기입니다. 하여간 이 모든 결점을 없애려면 노 피드백뿐입니다. 그런데 SATRI 회로는 피드백 없이도 모든 영역의 주파수를 다 커버합니다. 피드백이 없는 일반 앰프는 편차가 1%인데, SCA-7511은 0.1%, AMP-5521은 0.02%에 불과합니다. SATRI IC-UL 자체 편차가 0.006%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이론상으로는 이 편차를 아예 0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해봐도 측정 범위 내에서 거의 제로가 나옵니다. 따라서 이상적인 조건에서는 왜곡이나 편차가 0이어야 하지만 제품화를 하고 나면 여러 가지 조건들 때문에 미세하나마 왜곡이 나오는 것입니다. 앰프 입장에서는 왜곡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본래 역할인 증폭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Q 좋은 부품의 선별 기준이 있습니까.
현재는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현재의 SATRI 회로는 부품 질에 따라 달라지는 그런 회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부품을 써도 좋은 성능이 나오도록 하는 회로 설계가 중요합니다. 또한 최신 부품들의 제작 기술이 발전하여 정밀도가 상당히 많이 좋아졌습니다.

Q 그래도 바쿤 프로덕츠에서는 30% 정도 부품을 선별한다고 들었습니다.
J-FET의 경우 페어 매칭을 위해서 선별한 후에 70%는 폐기해 버립니다. 그렇게 선별하지 않으면 DC 오프셋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조차 선별 안 해도 될 만큼 회로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새 회로를 쓴 게 AMP-5521인데, 특별히 부품 선별이 필요하지 않은 회로입니다. 한마디로 부품의 의존도가 매우 낮은 설계라는 것입니다. 반대로 부품 종속성이 높은 설계를 하면 그 부품이 단종되면 설계를 다시 해야 합니다.

▲AMP-5521 Mono

Q 새 헤드폰 앰프(HDA-5230)는 언제 출시됩니까. 수입원 바쿤매니아 블로그를 보니 어떤 것 한 가지를 수정했는데, 100배의 정밀도로 향상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신형 헤드폰 앰프의 회로를 완성했다고 생각하고, 혹시나 해서 상세하게 동작을 확인하는 중이었습니다. 이상하게 설계와 다르게 동작하는 것이 있어서 이유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기발한 발상이 떠올랐습니다. 적용해 보니 정상으로 동작했습니다. 게다가 정밀도는 처음에 비해 100배였습니다. 전원의 영향이 100분의 1로 줄었다는 얘기입니다. 새 헤드폰 앰프는 전류 증폭밖에 없습니다. 사양이 바뀌게 되면 설계의 방향 자체도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전류 증폭만 있는 헤드폰 앰프를 개발하다 보니 설계의 방향도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정도(Precision)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정도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 때 새로운 회로를 구상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회로의 동작을 확인하면서 새로운 제품을 구상하기도 합니다.

Q 전원의 영향이 100분의 1로 줄어들었다는 것은 잘 다가오지 않는데 어떤 의미입니까.
만약 전원에 노이즈가 있게 되면 이것이 소리에 포함됩니다. 전원의 영향이 100분의 1로 줄어들었다는 것은 결국 이 노이즈로부터 영향을 안 받는 회로라는 얘기입니다. 헤드폰 앰프는 귀에 가깝고 민감하기 때문에 이는 더욱 중요해집니다. 이미 주 회로에 대한 테스트를 마쳤지만 충전지 회로의 점검이 필요합니다.

▲SCA-7511 MK3

Q 지금 쓰고 있는 오디오 시스템이 궁금합니다.
소스기기는 메모리 플레이어와 레코드 플레이어, 스피커는 직접 개발한 SATRI 스피커를 씁니다. 메모리 플레이어도 제가 직접 만든 것입니다. CPU를 사용하지 않고 메모리에서 직접 음악 신호가 나가게끔 했습니다. 재생 가능한 포맷은 WAV 파일뿐이지만 가장 안정된 포맷이라 생각합니다. 이후 바쿤 DAC-9730을 거쳐, PRE-5420 MK3으로 들어갑니다. 파워 앰프는 SHP-5516MS(시그너처)입니다. 볼륨 조절은 파워에서 노이즈가 안 나올 정도로 맞추어서 고정해놓고, 프리앰프로 볼륨 조절을 합니다. 스피커 케이블은 1m당 220엔짜리를 사용합니다.

Q Mr.Ho가 쓰고 있는 오디오 시스템은 어떻게 됩니까.
소스는 DAC-9730D를 쓰고 있고, 파워 앰프는 SHP-5516M과 AMP-5513 MK3, 그리고 SCA-7511 MK3을 두 대 갖고 있습니다. 스피커는 다인오디오 컨피던스 5를 쓰고 있습니다. 소스는 윈도우 PC에 USB 연결하여 쓰고 있는데, 아이폰 에어플레이도 사용합니다.


 ▲DAC-9730

Q 마지막으로 제작자에게 묻겠습니다. 1년만에 다시 한국에 들른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수입원인 바쿤매니아의 노력으로 한국의 고객 층이 두터워졌고, 바쿤 이름도 널리 알려진 것 같습니다. 더 기쁜 것은 1년 전 고객이 지금도 고객이라는 점입니다. 이게 가장 기쁘고, 고마운 일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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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6년 1월호 - 5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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