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a Acoustics Model B Di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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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ta Acoustics Model B Diva
  • 이정재
  • 승인 2015.11.02 00:00
  • 2015년 11월호 (520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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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 드라이버가 들려주는 노르마의 카스타 디바

음색이 촉촉하다. 또한 명쾌하면서 부드럽다. 음악이 가지고 있는 뉘앙스 표현이 아주 자연스럽고, 어떤 음악이든 그 분위기에 맞는 EQ를 쓴 것처럼 음악 속의 이야기를 잘 풀어가 준다. 그러나 역시 백미는 스피커의 이름인 카스타 디바를 들을 때였다. 그야말로 최고 중의 최고!

이탈리아의 천재 엔지니어 로베르토 티타렐리(Roberto Tittarelli)가 만드는 카스타 스피커. 왜 이름으로 카스타(이탈리아어, 정결한)를 선택했고, 또 카스타 모델 B 디바라는 이름으로 스피커가 출시되었을까? 카스타의 플래그십 제품인 모델 C를 리뷰하고 나서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만난 카스타 모델 B 디바. 이제는 더 많은 이해를 하고, 이 스피커의 매력에 사로잡혔다.
이탈리아의 스피커이니 만큼 카스타라는 네이밍은 아마도 빈센초 벨리니의 노르마 오페라에서 나오는 카스타 디바에서 따온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분이라면 거의 대부분 알 만한 명곡이기도 한 카스타 디바라는 이름을 스피커에게 부여했다는 것은 그만큼 아름답고 놀라운 음악을 표현하고 싶은 제작자의 마음이었으리라….
이탈리아 오페라의 메카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에 들어서면 중앙 로비를 중심으로 좌우에 2개씩 4개의 대리석상이 마치 4대 천왕처럼 세워져 있다. 로시니, 도니제티, 벨리니, 베르디의 대리석상인데. 그중에서 로시니, 도니제티, 벨리니는 같은 시대를 살았고 모두 벨칸토 오페라의 거장들이었다.
그럼 잠깐 벨칸토 오페라에 대해 짚고 넘어 가볼까? 문자가 가지고 있는 표현대로면 벨(Bel, 아름다운) 칸토(Canto, 노래)라는 개념은 그 어원이 말하는 그대로 ‘선율을 중시하는 단순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를 의미하였으나, 19세기에 접어들면서부터 ‘성악가의 역량을 과시하는 기교적인 가창’이라는 의미로 완전히 바뀐다. 

그럼 이 스피커의 이름으로 사용된 카스타 디바는 어떤 곡일까? 카스타 디바(Casta Diva, 정결한 여신)는 빈센초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Norma)에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소프라노 전용 아리아이다. 벨리니의 노르마에 등장하는 소프라노 아리아들은 굉장한 수준의 성악 기교와 극적인 연기력을 요구하는 초고난도에 속하는 곡들이라는 것. 즉, 아무나 부를 수 없는 곡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당대의 많은 소프라노들이 벨리니의 노르마를 공연했지만 역시 최고의 평을 받는 소프라노를 꼽으라면 불세출의 거장 마리아 칼라스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마리아 칼라스를 위하여 벨리니가 노르마를 작곡한 듯하다고 극찬한 경우도 있었고, 혹자는 마리아 칼라스의 노르마를 듣고 있으면 오페라 속의 여신이 불타서 죽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마리아 칼라스 자신이 불타서 죽어버리는 듯한 느낌이라 할 정도.
카스타 디바는 노르마의 1막에서 등장하는 아리아이다. 노르마의 배경은 기원전 50년경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는 갈리아 지방이고, 이곳에 살고 있는 드루이드인들은 정복자 로마 사람들을 그 땅에서 몰아내려 하고 있다. 일촉즉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이런 긴박감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드루이드의 여제사장 노르마는 적의 총독인 로마 장군 폴리오네를 사랑하게 된다. 노르마는 신의 딸로서 순결의 맹세를 지켜야했는데, 사랑 앞에서는 신성한 맹세도 무너져 내리고 폴리오네와 비밀스런 사랑 속에서 두 아들까지 낳아 숨겨서 키우게 되었다. 자유를 위해 전쟁을 외치는 드루이드 사람들과 사랑하는 폴리오네 사이에서 그 누구의 편도 들 수 없는 갈등에 빠지게 된 노르마. 드루이드 사람들을 진정시키려 애쓰면서 달의 여신에게 평화를 기원하는 간절한 노래를 하는데, 그 노래가 바로 카스타 디바, 정결한 여신이라는 아리아이다. 이 스피커 이름에 대해 풀어 놓으니, 이런 기막힌 사연의 음악을 잘못 표현해내면 정말 이름값 못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리뷰를 숍이나 청음실이 아닌 집에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수입해 들어온 박스를 집에서 바로 풀었으니, 그야말로 박스에서 꺼낸 신제품을 처음으로 만나보는 행운까지 얻게 된 것이다. 일단 크기가 참 맘에 든다. 모델 C는 일반 가정집에 쓰기엔 약간 과하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카스타 모델 B 디바는 모델 C보단 작고, 모델 B보단 아주 약간 크다. 지금까지의 모델 B는 카스타가 자랑하는 혼 시스템의 방향이 세로 배열로 되어 있어 안정감의 부분에서 약간은 손해를 보는 형상이었지만, 카스타 디바는 안정적인 가로 형태를 다시 되찾았다. 거기다 우퍼의 사이즈도 커져서 저역에서의 풍성함도 플래그십 못지않다. 검정 패널에 밀폐형이지만 우퍼의 콘지 배꼽엔 컴프레싱을 방지하는 구멍이 뚫린 것은 공통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이탈리아산 가구 같은 느낌의 매력적인 좌·우의 우드 패널이 인상적이며, 뒷면의 각을 사다리꼴로 설계하여 회절을 방지하고 있다. 거기다 덤으로 인슐레이션 기능이 있는 3점 지지 발을 제공한다. 뒷면에는 바인딩포스트가 인클로저에 달린 것이 아니라, 별도의 알루미늄 패널에 부착시켰다. 또한 이곳에서 트위터의 레벨을 조절할 수 있는데, 범위는 +1dB, 0dB, -2dB로 나뉘어 있다. 패널에 ‘Power : 30W’라고 적혀 있는 모습이 ‘앰프를 가리지 않는다!’하고 말해주는 듯하다. 음압은 96dB로 어지간한 앰프는 다 맞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카스타 스피커의 최고의 무기인 혼 드라이버는 그야말로 명품 혼 드라이버이다. 당대 최고의 스피커로 군림했던 명품 스피커 가운데 혼 드라이버가 탑재된 스피커가 많은 이유는 바로 혼이 주는 특유의 중·고역과 열기감, 지향성 때문이다. 원래 혼은 축음기에서부터 출발했는데, 이 방식이 스피커로 재현되며 발전한 것이다. 축음기는 바늘에서 레코드골의 진동 폭을 읽어내면 컴프레션 쳄버에 전달되고, 거기서 증폭된 소리가 좁은 통로에서 넓어지는 형태의 혼을 통해 소리가 증폭되어 나오는 것이다. 또한 그것이 전기 신호를 증폭하는 발음체로 바뀌면서 혼 스피커가 되었다.
초기의 혼 스피커들은 마치 축음기처럼 컴프레션 쳄버와 같은 역할을 하는 부분이 달려 있었는데, 점점 발전된 형태를 보이다 WE 594A 드라이버에서 정점을 이루게 되었다. 이 드라이버를 근간으로 발전시켜 제작된 것이 바로 카스타의 혼 드라이버다. 미드와 트위터에 달린 제로 컴프레션 다이렉트 프런트 로딩 드라이버가 당사가 이야기하는 핵심 기술 중 하나인데, 컴프레션 쳄버 없이 일반 다이렉트 드라이버 발음체 구조에 혼을 달아 소리가 왜곡되는 구조 자체를 없앤 것이다. 사실 아방가르드에서도 명칭은 다르지만 이와 비슷한 기술을 써서 혼을 제작하는데, 디자인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지만, 두 스피커가 앞으로 가는 길이 궁금하다.

혼의 구조에는 발음체만큼 중요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혼이다. 이 혼은 마치 사람의 입 모양에 따라 소리가 변하는 것 같은 특성을 지니는데, 성대에서 일정한 음을 내뱉으며 입 모양을 변화시키면 참으로 다양한 소리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처럼 혼의 넓이, 길이, 깊이에 따라 특정 주파수를 커팅하고 지향성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이 때문에 혼의 형상을 조절하여 듣기 좋은 소리를 만든다는 것은 실로 오랜 시행착오의 결과물이라 말할 수 있다.
우퍼에는 초강력 마그네틱을 사용한 12인치 셀룰로오스 파이버 우퍼가 달려 있다. 12인치 멤브레인은 무게가 40g 정도로 가벼우면서도 형태의 변형이 적다. 저역은 35Hz의 사양. 네트워크는 혼 스피커의 장점을 최대화시키기 위해, 선별된 고급의 최소 부품을 사용하고, 드라이버 자체에서 어느 정도 주파수 커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 신호가 최대한 손실 없이 발음되도록 구성되어 있다.
박스에서 갓 꺼낸 스피커이기에 거의 5~6일 동안 잔잔히 들어주면서 신호에 익숙해지길 기다렸다. 매칭엔 바쿤 PRE-7610 MK3 프리앰프, 바쿤 AMP-5521 모노블록, PS 오디오 다이렉트스트림 DAC, 커스텀 디자인된 MAC OS ROON 플레이어를 소스로 구성했다. 수입사에서도 권장하는 조합이어서 그런지 역시 명불허전의 소리를 들려준다.
음색이 촉촉하다. 또한 명쾌하면서 부드럽다. 음악이 가지고 있는 뉘앙스 표현이 아주 자연스럽고, 어떤 음악이든 그 분위기에 맞는 EQ를 쓴 것처럼 음악 속의 이야기를 잘 풀어가 준다. 그러나 역시 백미는 스피커의 이름인 카스타 디바를 들을 때였다. 그야말로 최고 중의 최고!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는, 그녀의 삶 자체가 녹아들어간 듯, 사랑에 자신을 완전히 불태워버린 그녀의 인생을 보는 듯한 공연을 카스타 디바는 들려주었다. 노르마의 내용처럼 사랑에 모든 것을 걸고 오나시스를 선택해 모든 것을 버린 그녀의 사랑의 처절함을 그야말로 소름끼치게 들려준다. 마치 노르마에 완전히 빙의된 것 같다. 제작자인 로베르토 티타렐리가 왜 이 스피커의 이름을 카스타 디바라 이름 붙였는지 이 곡을 듣고 이해하게 되었다. 

수입원 SP-오디오 (070)7119-5287   가격 1,450만원   재생주파수대역 35Hz-20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800Hz, 5kHz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96dB/W/m   크기(WHD) 34×101×38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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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5년 11월호 - 5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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