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yinA-50TP SE
상태바
CayinA-50TP SE
  • 김남
  • 승인 2015.11.02 00:00
  • 2015년 11월호 (520호)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서울 정도로 잘 만든 진공관 앰프를 만나다

요즈음의 오디오 기기는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수준이 높아졌고, 성능도 평준화되었다. 90년대 중반 어느 잡지사에서 유럽의 진공관 앰프 기종을 리뷰했는데, 소리도 괜찮고 가격도 원만해 시청기를 그대로 들여놓았다가 낭패를 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출력관을 좀 나은 것으로 교체하려고 단단하게 꽂힌 진공관을 뽑으려 했더니 요지부동. 조금 힘을 가한 순간 진공관의 발이 통째로 부스러져 버리고 말았다. 부러진 건 좋은데 금속 발이 소켓 안에 들어 박혀서 나오지도 않는 것이었다. 별수 없이 수입상에 가서 다른 제품으로 바꿨는데 그것도 마찬가지였다. 역시 진공관의 발이 소켓 안에서 부스러지고 말았고, 수입상의 젊은 사장과 함께 이걸 만든 놈들 해 가면서 욕을 한참 늘어놓는 것으로 분을 삭였다. 원인은 최하급의 싸구려 소켓을 사용한 것 때문인데, 가격은 지금의 케인보다 3갑절 가까이 비쌌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결국 그런 울분을 참고 쓴맛을 다시면서 소리는 괜찮다. 그러나 만듦새가 조금 고급화되었으면 하는 정도로 시청 소감을 쓰고 말았다.
하지만 케인의 앰프를 보면 진실로 금시지탄이다. 아마 90년대 이런 제품이 나왔더라면 당시 오디오 시장은 초토화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만듦새도 어지간한 하이엔드 못지않으며 내구성도 좋고 트러블이 없으며 소리 또한 유럽의 어지간한 앰프 못지않다. 케인의 덕목은 다음 2가지이다. 진공관 앰프를 한 번 써 보고 싶은데 가격 때문에 고민했던 세대들이 이제 그런 소리를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 또 하나는 오디오에 진력난 세대에게 ‘에이, 이젠 이 정도로 만족하자’는 정도의 귀착점을 알려 주고 있다는 점이다. 5극 출력관 앰프의 소리는 사실 최고의 소리는 아니다. 약점이 있다. 그러나 그런 약점은 어떤 앰프도 다 한두 개씩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나이들어 보면 어차피 완벽한 오디오란 존재할 수 없다는 귀착점의 소리를 터득하게 되는데, 그럴 때 맨 먼저 눈길이 가는 진공관 앰프로서도, 그리고 이제 누구한테나 권하고 싶은 기기로도 케인인 것이다. 어떤 깐깐한 사람에게도 가격 대비 발군의 제품을 추천해 보라고 하면 케인을 외면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 시청기는 케인의 대표적인 간판 앰프나 다름없는데, 국내 제작 기기라면 운영자를 근심스럽게 바라보며 ‘대체 이 가격대로 어떻게 만듭니까’, ‘무슨 자선사업하려고 만듭니까’라고 했을 것이다.

시청기는 이름이 이전 모델에 비해 다소 복잡하다. 초단의 12AX7을 영국 PM사의 선별관인 골든 드래곤을 사용한 점 때문이다. 이 관을 사용하면서 중·고역대가 부드러워지고 따스해졌고, 무대 확장감이나 악기 표현력도 개선되었다고 한다.
이 앰프는 EL34을 4알 사용한 일반적인 푸시풀 앰프이지만 3극/UL 변환이 된다. 그리고 포노단(MM)이 포함되어 있는 것도 놀랍고, 소형관에 댐퍼링이 기본 제공되어 있는 것도 놀랍다. 이것을 한 개에 1만원 안팎으로 파는 곳도 있는데, 이 링을 사용하면 확실히 마이크로 포닉이 감소한다. 전원부에는 니츠콘 대용량 평활 콘덴서와 토로이달 전원 트랜스를 사용하고, 자기 누설이 낮은 특주 트랜스포머, 6개의 리얼캡 커플링 콘덴서, 알프스의 전동 볼륨을 사용해 제작되었다. 배선은 포인트 투 포인트 방식의 핸드 메이드 하드와이어 방식이 적용되고 바이어스 조절도 된다. 이렇게 특징을 늘어놓으니 화려한 하이엔드 앰프 소개 같지만 이는 케인 제품의 진면목이다. 그러면서도 이 가격이다. 지구상에서 케인이 아니면 해낼 수 없는 경지인 것이며, 이 제품을 보면 새삼스럽게 케인에 대한 공포감이 엄습한다.

시청기는 출력이 다소 낮다. UL에서는 35W, 3극에서는 16W에 불과하다. 이런 가격대의 앰프로서는 놀랄 만큼 작은 출력인데, 그만큼 음질의 고급화를 노렸다는 방증일 것이다. 저출력이지만 사용 시 어지간한 스피커라면 매칭이 원활하고, 오히려 감도가 낮은 경우에 소릿결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이번 호 레퍼런스 스피커인 브로드만 F2는 감도가 91dB인데, 마치 풀레인지 스피커로 듣는 분위기가 되며, 활기와 박진감이 달라지고, 소스 특성에도 민감해진다. 또 본래 남성 스타일의 소리지만 3극 모드로 바꾸니 분위기가 일신되어 보컬이 미려해 진다. 어느 모로 봐도 추천하지 않을 수가 없는 제품이다. 

수입원 케인코리아 (02)702-7815   가격 158만원   사용 진공관 EL34×4, 12AU7×2, 12AX7×2
실효 출력 35W(8Ω, 울트라리니어), 16W(8Ω, 트라이오드)   주파수 응답 10Hz-50kHz(-1.5dB)   THD 1%
S/N비 89dB   입력 감도 370mV, 3mV(포노)   입력 임피던스 100KΩ, 47KΩ(포노)   출력 임피던스 4Ω, 8Ω
크기(WHD) 35×18.5×30cm   무게 13kg

520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5년 11월호 - 520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