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evel Ve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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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evel Venus
  • 김남
  • 승인 2015.10.01 00:00
  • 2015년 10월호 (519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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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향의 음향으로 공간을 풍요롭고 우아하게 변모시키다

얼핏 봐서는 과연 이런 형식만으로 무방향성의 소리를 낼 수 있을지 우려가 되지만, 그 효과는 기대를 뛰어넘는다. 이제 우리는 이 스피커를 통해 구태여 시청실의 전면 복판에 오디오 시스템을 거치하기 위해 겪어야 하는 여러 가지 번잡스러움에서 분명히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듀에벨의 스피커는 모두 5기종이 있다. 너무도 특이한 스타일이라 처음 보는 사람은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크기가 다르고 구조도 조금씩 다르다. 플래그십은 시리우스이고, 엔트리 모델은 플래닛. 본 시청기 비너스는 듀에벨 제품 중 가장 중간에 위치하는 제품으로, 누구한테나 권할 수 있는 가장 효율이 좋은 기종이 되겠다.
이 제작사의 제품들은 마치 피노키오를 만든 목공소에 두면 잘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귀엽고 앙증맞으며 일종의 천재성이 보이는 독특한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마커스 듀에벨이란 독일 엔지니어가 만들어 낸 이 스피커들은 무지향성이라는 특징이 있다. 굳이 양편 벽 쪽으로 평행선을 이루어 3m쯤 간격을 벌리고, 뒷벽과의 사이는 얼마가 좋다는 그런 고정 관념을 허물어 버린 채 그냥 적당한 곳에 둬도 된다는 것이 무지향성 스피커의 특징이다. 물론 기왕에도 무지향성의 스피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존의 무지향 스피커들이 고급의 하이엔드 지향이었던데 비해 듀에벨은 좀더 간편한 제작 과정을 통해 파격적인 가격대의 보급기도 제작을 한다.
듀에벨에서 이 특이한 스피커들을 발표했을 때 전 세계의 오디오 전문지와 리뷰 단체들이 한 군데도 빠짐없이 동시에 평가서를 내놨다고 한다. 그것은 전무후무한 기록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그런 강렬한 반응을 보인 이유는 그만큼 획기적인 모습과 아이디어가 단숨에 세상의 주목을 확 끌었기 때문일 것이다.

본 기는 기왕의 무지향성 스피커와는 설계가 다르며, 다른 듀에벨의 기종과도 약간 차이가 있다. 우선 생긴 모습은 상급기와 대동소이하지만, 상급기와 달리 상부에 위치하는 내리 감싸는 구조의 혼이 없다. 그냥 상부에는 트위터의 마그넷을 보호하는 작은 베레모 같은 보호대가 부착되어 있고, 그 아래에 목재로 만든, UFO 같이 위 아래로 뾰족한, 원뿔 2개를 붙여 놓은 모양의 기구가 위치하며, 이를 통해 위에 위치하는 트위터와 아래에 위치하는 우퍼에서 나오는 소리가 가운데에서 합치되면서 물이 뿌려지듯 자유롭게 사방으로 확산되게끔 만들어진 것이다.
얼핏 봐서는 과연 이런 형식만으로 무방향성의 소리를 낼 수 있을지 우려가 되지만, 그 효과는 기대를 뛰어넘는다. 이제 우리는 이 스피커를 통해 구태여 시청실의 전면 복판에 오디오 시스템을 거치하기 위해 겪어야 하는 여러 가지 번잡스러움에서 분명히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스피커의 거치는 사실 어렵기 짝이 없다. 고가의 하이엔드라 할지라도 핀 포인트가 아주 협소한 제품도 많아서 전면 의자에 앉는다 해도 고개가 조금만 틀어지면 소리가 삽시간에 변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 스피커는 거치하는 것에서 자유스럽기 짝이 없다. 아무 제약도 없다. 그냥 방안의 편리한 위치에 놓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파심이 많은 애호가들에게 일종의 복음이라 할 만하다. 아무데나 놔도 거의 같은 음량의 소리, 같은 고역과 저역의 소리들이 공평하게 들려오니 이런 평등박애주의자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본 시청기는 감도가 88dB로 낮다. 그러나 이번 호에 게재된 트라이오드의 845 진공관 인티앰프와 아주 매칭이 좋았다. 원래 845 앰프는 출력 수치보다도 10배를 상회하는 펀치력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반도체 앰프의 경우는 100W는 되어야 힘을 쓸 것 같다. 하지만 그보다 더 출력이 떨어지는 50W 미만의 앰프로도 상관없다는 것이 어떤 시청 소감에 나와 있는 만큼 그 판단은 각자의 귀가 알아서 할 일이다.
무지향성이라는 것만 내세우고 소리의 질이 떨어진다면 그것은 장난감이지 스피커가 아니다. 누구든 일단 그런 시각을 가져 보게 되지만,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햅쌀로 만든 가래떡이 뽑아져 나오듯 현은 끈기와 밀도가 있으며, 금관 밴드인 그렌 밀러 악단의 연주에서 각종 금관 악기들이 신선하기 짝이 없고, 소리의 윤곽도 또렷하고 투명하며, 상당히 개방적이다. 특히 이 스피커를 통해 듣는 보컬은 감성이 가득해 이 가격대의 제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 마음 편하고 자연스러우며, 못 내는 소리가 없다.
독특한 디자인 때문에 음장감이 우려되지만 그것은 절대 기우. 호쾌하며 웅대하게 방을 채운다. 기본적으로 혼 스타일의 소리와 유사하다고 대별하면 틀림없겠다. 그야말로 의심의 여지가 없는 현대판 스피커의 끝장이며, 오늘날 가장 실용적이고 합리적 생활 관습을 가지고 있는 유럽에서 왜 열광하고 있는지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제품이다. 

수입원 SP-오디오 (070)7119-5287   가격 600만원   구성 2웨이   사용유닛 우퍼 22cm, 트위터 3.4cm 
재생주파수대역 40Hz-20kHz(±3dB)   임피던스 4Ω   출력음압레벨 88dB   파워 핸들링 100W 
크기(WHD) 28×97×26cm   무게 20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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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5년 10월호 - 5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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