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무함이 배달되어 왔다. 다름 아닌 오디오플러스! 꽤 오래 전에 오디오플러스의 케이블을 즐겁게 사용했던 기억으로 반갑다는 생각이 앞선다. 뚜껑을 열어 보니 새로운 밸런스 케이블이 들어 있다. 한동안 오디오플러스가 잠잠한가 했더니 뭔가를 꾸미고 있었나보다. 그렇다. 오디오플러스는 그동안 자신을 대표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래그십 케이블을 열심히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피복은 PVC나 테플론이 아닌 단순한 그물망이어서 심선 구조가 훤히 보이는데, 난생 처음 보는 구조다. 심선들이 사다리 모양처럼 꼬여 있는데, 이 구조는 오디오플러스가 국제 특허를 취득하며 고급 케이블에 적용했던 Even-Litz 구조가 아니다. 오디오플러스 관계자가 새롭게 국제 특허를 획득한 독창적인 구조의 심선이라고 열변을 토했던 것을 생각하니, 오디오플러스는 그동안 크게 한 발 내딛기 위한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오디오플러스는 국내에서 워낙 유명하고, 저렴한 것에서 값비싼 것까지 실로 다양한 케이블을 생산하기 때문에 하이엔드 애호가들로부터 자칫 ‘그저 그런’ 케이블 메이커로 여겨질 우려가 있지만, 그리 쉽게 생각해선 안 될 회사다. ‘케이블 엔지니어링’이라는 용어를 도입해 사용할 정도로 창립부터 지금까지 R&D에 엄청난 투자를 꾸준히 하고 있는 바, 그 범위는 도체의 재질이나 순도에서부터 피복의 재질, 심선 구조 등 케이블에 관련된 모든 분야를 총망라한다. 특히 대부분의 케이블 메이커들이 도체의 순도나 피복의 성질에 관련된 한정된 기술과 경험만을 갖추고 있는데 반해, 오디오플러스는 이와 더불어 도체의 구조와 배열에 대해서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갖추고 있다. 예컨대 전술한 ‘Even-Litz’ 구조는 세계 최초로 ‘Even’이론을 ‘Litz’ 구조에 적용시킨 것으로 케이블에서 전 대역의 균일한 밸런스 반응을 유지할 수 있는 도체의 이상적인 묶음 설계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수많은 오디오 케이블 메이커가 있지만, 오디오플러스처럼 도체부터 피복, 단자는 물론 단말 작업에 이르기까지 자체적인 기술을 자랑하는 메이커는 매우 드물며, 오랜 세월 한결같이 활발하게 활동하며 성공 가도를 달려온 메이커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게다가 해외 시장에서도 평가가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데, 단지 친숙한 우리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거품을 배제한 합리적인 가격표를 달고 있다는 이유로 오디오플러스와 제품들을 폄하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새로운 플래그십 케이블의 이름은 다이아몬드 CL3으로 명명되었다. 현재 밸런스와 언밸런스 인터 케이블이 출시되었는데, 오디오플러스에서는 다이아몬드 CL3이 동사의 케이블 역사뿐 아니라 하이파이 오디오 케이블의 역사에서도 획기적인 제품으로 기록될 것으로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한다. CL3이라는 이름에서 CL은 캐리어 라인(Carrier Line)의 약자인데, 새로운 케이블의 심선 구조가 캐리어 라인이라 명명된 두 가닥의 직선 라인에 두 가닥의 선재를 교차시켜 꼬아 만든 크로스바인딩 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이 구조는 도체 사이가 육각형-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보이기 때문에 ‘다이아몬드-리츠(Diamond-Litz)’ 구조라고도 부른다.
오디오플러스에서 이 구조에 대해 그토록 자랑하고 애착을 갖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 구조로 인해 케이블의 성능, 즉 음질에 있어서 현격한 개선이 이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기존 하이엔드 케이블들 중 절대 다수는 트라이-브레이딩(Tri-Braiding) 방식 - 세 선을 꼬아 만드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 표피 효과(고주파의 신호가 도체의 표면에 집중되어 임피던스가 커지는 현상)를 피하기 위해 가는 선재를 여러 가닥 꼬는 형태를 사용하게 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묶음 바깥의 표피 효과나 선재 간의 근접 효과(전류의 방향이 다른 두 선재가 가깝게 위치할 경우 전류의 흐름이 상대 쪽으로 끌리는 현상)가 발생해 임피던스가 커지므로 음질의 열화를 근본적으로 피할 수가 없다. 오디오플러스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고, 결과적으로 다이아몬드 리츠 구조라는 독창적인 구조를 고안해낸 것이다.
즉, 다이아몬드-리츠 구조는 직-곡선의 리츠 선의 형태로 결합되어 표피 효과 문제를 가청대역 바깥으로 밀어내는 것은 물론이고, 도체 간에 충분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근접 효과를 발생시키지 않을 뿐 아니라, 위상 지연을 줄이고 진폭 감쇠를 최소화하는 이상적인 특성을 갖는, 참으로 획기적인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위상 지연은 음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참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난제라고 할 수 있는데, 오디오플러스에서 CL3 케이블에 100kHz 정현파 신호를 전송하며 측정해 본 결과 기존 케이블에 비해 위상 지연을 불과 10분의 1 수준으로 파격적으로 감소시켰다고 한다.
한편 획기적인 케이블을 개발하려는 오디오플러스의 총체적인 노력은 케이블의 심선 구조에만 국한되지 않고 단자의 선정과 단말 작업에도 이루어졌는데, 단자의 접촉 저항이 커지게 되면 아무리 심선에서 위상 지연이 작고 기타 손실이 최소화되더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단자는 공신력 있는 뉴트릭제 고급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단말 작업은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숙련된 작업자에 의해 철저한 수작업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소리를 들어보면 단순한 ‘느낌’인지 실제인지 모르겠으나 우선 소리가 커진 것 같다. 그리고 소리가 막힘없이 술술 나온다. 많은 케이블에서 ‘고역이 좋다’, ‘저역이 풍성하다’와 같이 특정한 대역에서 제품 경향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지인 중 한 분은 필자에게 특정 케이블의 성향을 질문하면서 복잡한 대답을 원치 않는다고, 다만 ‘고역’ 성향인지 ‘저역’ 성향인지만 답해 달라고 하곤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래서 CL3의 성향도 누가 그 지인처럼 ‘고역’, ‘저역’ 중 하나를 고르라고 강요한다면 참으로 난감한데, CL3는 대역 간 밸런스가 잘 잡혀 있어서 특별히 강조되는 부분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고역과 저역이 모두 좋았다고 한다면 과장된 표현일까? 정말 하나 골라야 한다면 ‘중·저역’ 정도라는 표현이 어떨까 한다. 고역은 높게 뻗고 섬세하면서 선명하지만 결이 부드러워서 전혀 ‘나대는’ 느낌이 없었기에 하는 말이다.
오디오의 역사가 100년이 넘고 그토록 오랫동안 엔지니어들이 매진했건만, 아직도 케이블 하나 바뀌어 소리가 돌변하는 것을 보면 허탈할 지경이다. 케이블은 그저 굵고 짧으면 그만이라는 시절이야 오래 전에 지났지만, 지금 이 시대에도 아직까지 케이블이라는 요물의 실체를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케이블 엔지니어링의 첨단에 우리 기업 오디오플러스가 위치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가 될지 먼 미래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오디오 케이블에 관련된 모호한 의문들이 확실하게 밝혀질 때 오디오플러스가 그 중심에 있을 것이라 의심하지 않는다. 이론적으로나 실제 음으로 보나 참으로 훌륭한 케이블이 등장한 것 같다. 우리 제품이라 거품이 배제되어 착한 가격표를 붙이고 있다는 점은 보너스.
문의 금강전자 (02)3272-7100
가격 75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