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폰·이어폰 시장은 어느덧 포화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지만, 매해 낯선 브랜드와 새로운 제품들이 등장하여 시장을 가득 메운다. 이름 있는 브랜드는 매년 전략적인 업그레이드 모델들을 선보이고, 신생 브랜드는 가격대 성능비나 디자인으로 어필하며 나름의 생존법을 터득하기도 한다. 이제는 비슷비슷한 디자인, 평준화된 성능, 일반적인 유닛 등으로 특별히 강조될 만한 특성들이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소리 성향도 이전처럼 브랜드만의 개성으로 대표되는 것도 많이 사라지고, ‘특별히 모나지 않게, 막연히 플랫한 것이 제일’이라는 묘한 분위기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함으로 가득한 새로운 브랜드가 국내에 첫 등장했다. 이름부터 낯선, 10년 차 헤드폰·이어폰 제조사 오브라보 오디오의 주력 제품들이 정식 수입된 것이다.
지난 호에 HAMT-3를 소개하기도 했는데, 이 제품은 AMT 트위터와 50mm 네오디뮴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결합한, 무려 동축 2웨이 헤드폰이다. 결국 이 제품으로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어내기도 했다. 이전 리본 트위터의 묘한 고역에 빠지던 시절, 막연히 헤드폰에도 이런 제품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이들은 이런 상상들을 당당히 자신들의 특허 기술로 현실화시켜 버린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세계 최초 타이틀이 붙은 제품이 등장했다. 이번에는 평판형 유닛과 다이내믹 유닛의 동축형 조합인데, 놀랍게도 이어폰이다. 오브라보의 또 하나의 화제작 ERIB-2W을 소개한다.
별다른 정보 없이 이들 제품을 처음 받아들고, 솔직히 정말 디자인만을 강조하는 그저 그런 평범한 사운드의, 매해 등장하는 신생 브랜드 중 하나인 줄만 알았다. 그냥 첫눈에도 디자인이 너무나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캐링 케이스나 박스조차도 디자인 감각을 뽐내니, 완전히 속을 만도 했다. 그러다가 헤드폰 안으로 얼핏 AMT 유닛이 보이고, 심상치 않은 제품임을 직감하게 된 것이다. 사운드 역시 올해 들어본 가장 멋진 사운드였다고 추억한다. HAMT-3의 첫 만남에 대한 기억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디자인성 짙은 이어폰, ERIB-2W이 리뷰를 위해 배달 왔다. 예쁘장한 녹색의 캐링 케이스에 이어폰이 담겨져 왔는데, 유닛부, 6개의 이어 팁, 케이블, 이어 가이드, 6.3mm 어댑터 등이 분리되어 칸칸이 수록되어 있었다. 이들의 헤드폰을 먼저 경험해서인지, 단연 고급기다운 이미지와 디자인이 각인된다. 한마디로 비싸 보이는 구성이다.
헤드폰에서도 유니크한 디자인 감각을 보여주었지만, 이어폰 역시 그 감각을 잃지 않고 있다. 더구나 오브라보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목재의 활용도 멋지게 포함시켰다. 알루미늄 합금과 목재를 결합시켜, 물방울 모양의 하우징으로 완성한 것이다. 하우징 후면도 특유의 목재판을 덧대놓았는데, 여기에는 8개의 작은 구멍을 뚫어 놓아서 효율과 댐핑을 높이고 있다. 언뜻 외관상 무거워 보이는데, 실제 착용해보면 그리 무겁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평판 유닛과 다이내믹 유닛의 조합인데도, 이런 무게로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기술력과 노하우가 아닐 수 없다.
케이블은 분리형으로 MMCX 단자를 채용하고 있다. 커스텀 케이블을 활용하는 이들에게는 꽤 좋은 옵션으로 생각되는데, 다만 유닛이 특별한 만큼 매칭에 대한 부분은 꼼꼼히 고려해야 될 것 같다. 흰색의 섬유 소재로 선재를 감싸고 있어, 밝고 화사한 느낌을 주고 있으며, 터치 노이즈나 단선에 대한 예방책을 갖춰 놓고 있다. 또한 단일 버튼의 리모컨이 채용되어 있어, 스마트폰과의 연계가 가능하다. 좌·우는 파란색과 붉은색으로 구분된다.
8mm의 평판형 유닛과 10mm의 다이내믹 유닛의 조합이며, 16Ω의 임피던스와 20Hz-35kHz의 주파수 특성을 가진다. 신제품이니만큼 별다른 정보를 얻을 수 없어 아쉽기도 한데, 소리만큼은 굉장히 유니크하다고 평가 가능하다. 지금까지 이런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나 생각될 정도로, 비교적 낯선 무대가 펼쳐진다. 이들이 전하는 묘한 공간감 덕분인데, 재미있게도 이 낯선 무대가 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사실 평판형 유닛의 헤드폰들도 처음 들으면 굉장히 낯선 느낌인데, 조금 듣다보면 굉장히 매력이 있구나 생각 드는데, 이 이어폰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 전체적으로 굉장히 밝은 느낌의 화사한 음색을 만들어내며, 중음에 대한 질감이 묵직하게 전해져 온다. 고음에 대한 반응은 지금까지 들어본 어떤 브랜드의 제품보다 깨끗함을 선사한다. 특히 보컬에 대한 느낌은 최상으로, 이토록 매력적인 여성의 목소리를 느껴본 적이 있었나 생각될 정도로 인상 깊었다. 다이내믹 유닛 덕분에 저역도 제법 풍성하게 내려 깔고 가고 있으며, 중역과 고역을 잇는 접점들도 굉장히 자연스럽다. 실리콘 팁과 폼 팁에 따라 소리가 변화하는 것도 재미있는데, 실리콘 팁이 가벼운 느낌의 깨끗함을 전하다면, 폼 팁은 조금은 무겁고 밸런스 좋은 대역을 보여준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폼 팁으로 좀더 오래 들었던 것 같다. 올해 꼭 들어봐야 할 새로운 브랜드의 제품으로, 당당히 손꼽고 싶은 매력의 이어폰이다. 굉장히 매력적인 사운드가 인상 깊었다.
수입원 다담인터내셔널 (02)705-0708 가격 149만원 임피던스 16Ω 주파수 응답 20Hz-35kHz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