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에츠(Koetsu) 패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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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에츠(Koetsu) 패밀리
  • 김기인
  • 승인 2015.09.01 00:00
  • 2015년 9월호 (518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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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8년 전 그야말로 아날로그 전성시대 때 필자의 손에 입수된 보석 같은 카트리지가 있었다. 미국 현지가가 5000달러 정도였으니! 웬만한 국산 자동차 한 대 값이었다. 손 떨리며 적송 우드 케이스를 열면 아무런 스펙이 없이 카트리지만 덜렁 놓여 있는데, 옥색의 몸체는 각지고 바늘은 예리한 고에츠 마블이란 모델이었다. 지금으로 따지면 고에츠 오닉스(Onyx)에 해당하는 당시 최상급 레퍼런스 모델인데, 국내에는 사용자가 필자 외에 한 명 더 있었을 뿐인 희귀종이었다. 마블을 사용하기 이전에는 스탠더드 모델인 블랙 카트리지를 사용하고 있었던지라 전반적 카트리지 특성은 잘 알고 있었지만 많은 기대 하에 헤드셸에 장착하고 첫 소리를 들었던 감동이 생생하다.
그때만 해도 고에츠 창시자인 스가노 옹이 검을 벼리 듯 카트리지를 벼리던 시절이어서 미국에서 고에츠 카트리지는 일본 전통의 정수에 있는 명품으로 인정해 애호가가 많았다. 그 유명한 NASA의 M.A. Cotter 박사도 고에츠 애호가여서 고에츠 사운드를 최적화할 MC 승압 트랜스를 제조해 판매하기까지 한 것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미국 내의 재즈 팬들에게는 고에츠 카트리지를 사용한다는 것이 최정점의 오디오 마니아로 인정받는 것처럼 되어 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세월도 지나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고 아날로그가 쇠퇴하는 듯했으나, 아들이 현재까지 대를 이어 고에츠 카트리지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제는 그 아들마저도 나이가 들어 앞으로 고에츠 명성을 어떻게 이어 나갈지 궁금하다. 고에츠 카트리지의 국내 애호가 층은 일본 고전 명품 카트리지인 미야비, 키세키, 이케다 중 가장 두텁다.

고에츠 카트리지의 캔틸레버 재료인 보론과 특수 코일은 오사카 공대의 연구실에서 스가노를 위해 매년 소량씩 생산해서 공급하며, 카트리지 바디 역시 가장 고급 재질의 옥과 로즈우드, 알루미늄 등을 선별해 적용하며, 사용하는 자기 회로의 알니코 자석마저 초고가의 특수품을 사용하는데, 극소량의 자석임에도 불구하고 자석 값만 수십만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고에츠 패밀리의 정점에 있는 제품은 물론 카트리지류이며, 그 외에 승압 트랜스와 암대, 헤드셸, 케이블이 있고, 한 때 진공관 프리앰프까지 생산한 적이 있으나 반응에 밀려 중단하고, 최근에는 주로 카트리지만 제조하고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 고에츠 카트리지에 가장 잘 맞는 승압 트랜스는, 온화하고 음악성 풍부한 사실적 사운드를 원한다면 코터가 베스트이며, 광대역 주파수 특성과 투명도, 선명한 윤곽을 원한다면 고에츠 승압 트랜스가 발군이다. 두 트랜스가 고에츠 카트리지 음질을 받혀 주고 진행되었던 아날로그 감상 시절은 필자의 가장 깊은 추억이 되었다.

고에츠 정점의 카트리지는 당연히 오닉스 플래티넘 다이아몬드 캔틸레버다. 현재가로 일천만원이 넘는 고가 제품으로 주문에 의해 제조된다. 몸체는 옥을 연마해서 각지게 만들었고, 제조 시 가장 미적 밸런스와 가공도가 좋은 옥 하우징을 선별해 카트리지를 조립한다고 한다. 그리고 하위 모델 오닉스 플래티넘이 캔틸레버에 특수 보론을 사용하는 대신 다이아몬드 모델에서는 캔틸레버 자체가 모두 다이아몬드로 되어 있는데, 스타일러스 재질인 다이아몬드를 진동계 전체로 연장시킴으로써 선단 진동을 코일까지 왜곡 없이 전달해 가장 리니어리티가 좋은 시그널을 발전시키기 위한 아이디어로 생산된 제품이다. 결과적으로 투명도와 상위 고역의 주파수 특성, 임장감 등의 개성이 뚜렷하고, 음의 깊이가 살아났다. 그러나 초고가이며, 충격에 약해 캔틸레버가 쉽게 절단되는 약점이 있다.
하위 모델이라고는 하지만 역시 고가인 오닉스 플래티넘은 캔틸레버 재질만 보론을 사용하고 그 외의 재료는 다이아몬드 모델과 동일하다. 고역의 선명성이란 관점에서는 다이아몬드 모델에 뒤진다고 할 수 있지만, 오히려 이 모델을 선호하는 마니아도 많다. 오닉스 고유의 우아한 음색이 가장 장점이다.

다음으로는 몸체에 장미목을 사용하는 우드 플래티넘 시리즈가 있고, 몸체에 옻칠을 해 고유의 울림을 조정하는 우루시 모델이 자리한다. 가장 스탠더드한 모델은 블랙과 실버 크래드 모델인데, 저렴하면서도 고에츠 특유의 음색을 모두 맛볼 수 있는 명품이다.
고에츠는 카트리지 스펙을 공개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알아서 조정하고 매칭하라는 뜻이며, 또한 스펙은 음질과 무관하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반적인 스펙은 출력 0.25~0.35mV (1kHz, 5cm/sec)이며, 침압은 1.7~1.9g, 채널 분리도 30dB 이상, 주파수 특성 20Hz~100kHz로 우수한 특성을 자랑한다.
최근 들어 시청한 고에츠 헤드셸도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안정되고 온화한 밸런스의 사운드로 튜닝되는 변화의 폭이 커서 놀라웠다. 아날로그 마니아의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도 고에츠의 명성이 쭉 이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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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5년 9월호 - 5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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