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koon Products SCA-7511 MK3
상태바
Bakoon Products SCA-7511 MK3
  • 오승영
  • 승인 2015.08.01 00:00
  • 2015년 8월호 (517호)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별에서 온 앰프 7511 3호

우주선 뉴호라이즌스 호는 얼마 전 인류가 천문관측을 한 이래 가장 근거리에서 촬영한 명왕성의 모습을 보내왔다. 발사된 지 10년 가까이 되어서의 일이다. 이들이 상황을 예측하고 준비해온 결과물들을 가만 보고 있으면 감동이 밀려온다. 뉴호라이즌스 호에는 명왕성의 최초 발견자인 천문학자 톰보의 유골을 싣고 있다는 사실과 더불어, 목성의 중력을 이용한 가속 방식으로 원래는 60년이 걸릴 거리를 크게 단축시켰고 시속 5만킬로의 초고속으로 날아가면서 태양계의 어느 행성이나 위성과 충돌하지 않도록 비행궤도와 타이밍을 계산해 내는 등 기술과 감성을 집약시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신기한 것은 이 450kg의 비행체가 총알보다 10배 빠른 속도로 날아가면서도 지구로 데이터를 전송해온다는 사실이었다. 이 데이터는 전송한 지 약 1년 반이 걸려서 지구에 도착한다고 하는데, 그러니까 우리는 우주 시간 개념으로 거의 동시에 명왕성을 보고 있는 것이다.
종종 지휘자나 연주자가 데뷔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 일반인들에게 알려지는 경우는 마치 은하계의 별빛이 우리에게 보여지는 과정과 유사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모습은 그들의 오래 전 상황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우리가 그들의 연주에 감동을 느껴 찾아 나설 때 쯤 그들은 앨범에 있는 젊은 모습이 아니라 이미 흰 머리가 늘거나 머리숱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이미 세상을 떠난 이후일 경우도 종종 있다. 주목할 사실은 마치 타임캡슐처럼 원래 상태로 보존된 음악을 일정 시간 지나서 듣게 되는 신선함에 대한 것인데, 이것은 어제 처음 발표한 신곡을 가장 먼저 듣게 된 경우와 상반되는 감동에 해당한다.
바쿤의 SCA-7511을 처음 시청한 지 대략 10년이 넘은 것 같다. 양산 개념의 모습을 갖춘 첫 제품이었던 SCA-7511은 그때와 거의 같은 모습으로 2015년 현재 필자의 시청실에 놓여 있다. 그 사이에 몇몇 바쿤의 제품들을 포함해서 본 SCA-7511 MK3은 얼마 전에도 시청 기회가 있었는데, 동일한 제품의 업 버전과 상위 제품들을 시청해 오는 동안 필자에게는 어떤 느낌과 생각이 생겨났다. SCA-7511 MK3에서는 필자가 10년 전에 들었던 그 소리가 지금 그대로 들리고 있으며, MK3로 진화하면서 중력 가속도가 붙어 있다는 사실이다.

잠시 SCA-7511 MK3에 대해 간략히 개괄해보기로 한다. 전류 증폭의 개념, 사트리(SATRI) 회로나 바쿤의 기본 성향에 대해서는 이미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개되어 왔고 공유되어 있다고 생각되어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이전 자료로 대신하고자 한다.
본 제품은 정체성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융통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SCA-7511 MK3은 특유의 오렌지 톤 노브를 패널 한복판에 갖추고 기본적으로는 전압 증폭을 하는 RCA 입력과 더불어 자사 고유의 SATRI 전용 BNC 입력, 두 가지 소스 입력단을 갖춘 완벽한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좀더 본원적으로는 여전히 정류를 거친 시그널을 증폭시키는 파워 앰프에 게인 조절 기능을 갖추고 있는 제품으로 파악하는 것이 옳다. 별도의 자체 증폭 회로 없이 입력단과 출력단의 임피던스 부하에 따라 증폭을 하도록 되어 있는 고유의 구조의 덕택으로 인티앰프로도, 파워 앰프로도 동일한 소스 품질과 음압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뛰어난 시그널 보존 능력이다. 증폭단을 간소화하고 최단 거리 전송을 지향한 설계의 최대 장점으로서 높은 S/N비와 입력단으로부터의 순도 높은, 고충실도의 재생을 얻도록 한 데 있다. 반대편에서 보자면 순도야 어찌되었든 로딩 전압이 높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핸디캡이 되기도 한다. 특히 고출력에 익숙한 사용자가 처음 시청할 경우 다이내믹스의 열세를 호소할 수도 있다. 같은 이유로 어떤 품질의 소스를 입력시키느냐는 본 제품의 사용에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본 MK3 버전에서는 선형 증폭을 하는 바쿤의 전류 증폭 방식을 기준으로 출력을 50% 확장시킨 15W의 출력을 낼 수 있는데, 동일한 환경에서 오리지널 버전과 AB 테스트를 해보면 많은 차이가 느껴질 것이다.
세 번째, 내구성 또한 중요한 포인트이다. 본 제품은 자사 특주의 R코어 트랜스를 사용해서 경량으로 슬림한 디자인에 최적화되어 있는데, 전원 정류부에 사용한 전해 콘덴서들은 앰프의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는 올라갈 일이 많지 않은 고온에 대한 내열성과 더불어 평생을 사용해도 될 만큼 넉넉한 내구성을 갖춘 선별 제품들이다. 다음 대에 물려주어도 자신이 듣던 소리에 거의 근접하는 음질을 듣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알루미늄 재질에 도료와 운모 입자를 혼합해서 크리스털 분체도장 처리한 섀시 또한 변색의 문제없이 오래 사용하도록 고려된 것이다. 참고로 본 MK3 버전은 오리지널 SCA-7511로부터 메인보드가 두 배 가까이 확장되어 있는데, 전압 증폭단과 전류 증폭단의 두 가지 입·출력으로 확장시켜온 과정에서 생긴 변화이다.
헤아려보니 필자의 본 제품에 대한 시청기는 이번이 대략 네 번째가 되며 이번 시간에는 전형성이 있는 서로 다른 스피커와의 시청 결과를 주로 다루고자 한다. 스펜더의 11Ω 버전 LS3/5a와 프로악의 D48 두 기종을 통한 시청이다. 다소 극단적인 선택일지 모르겠지만 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반경 내에서 의미가 있을 만한 두 지점을 추출해 낸 것이다. 당연하게도 두 스피커는 생김새만큼이나 서로 다른 소리를 들려주었다. 바로 전 시간에 이 제품을 시청했던 카스타의 디바 12인치 우퍼를 다른 대역과 일체감 있게 들려주는 장면을 떠올려보면 특히 6.5인치 더블 우퍼를 장착한 프로악의 D48과 같은 대전류 고압 드라이빙을 요하는 대표적인 톨보이에서 어떤 결과를 보일지 궁금했다. 어쩌면 의미 없는 일이 되지 않을까 우려도 없지 않았지만 필자의 예상이 거의 빗나가지 않았음에 환호를 했다. 프로악 D48의 경우 심오디오의 600i와의 비교 시청은 상당히 대비가 되는 결과를 보이기도 했는데 시청기에 언급하기로 한다.
스펜더의 LS3/5a는 이 스피커의 표준적인 사운드를 기준으로 종종 ‘어둡다’는 표현을 하는 올드 모델로서 정확히 말하자면 고유의 네트워크 설계를 통해 높은 대역쪽으로 갈수록 슬로우프를 다소 급격히 감쇄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높은 대역이 상대적으로 덜 적극적으로 들린다. 대신 곡에 따라서는 고역 특성이 좋은 다른 LS3/5a가 침범할 수 없는 차분함을 매력으로 한다. 미세한 입자를 직사광선이 없는 곳에서 모니터하는 듯한 짙은 대비가 느껴지는 순간은 실로 강렬했다. 스피커를 압도한다거나 강렬한 색채를 입혀서 만들어지는 색감이 아니라 소스 시그널이 그대로 네트워크와 보이스코일을 울려서 생겨나는 흑백과도 같은 또렷한 그라데이션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런 차원에서 SCA-7511 MK3은 스펜더 LS3/5a의 진면모를 구체적으로 부각시켜주었다고 할 수 있다.

두 스피커의 시청 장소와 시청곡이 다른 관계로 각 스피커 별로 시청기를 진행하기로 한다. 먼저 프로악의 D48은 스테이징에서 뭔가 호쾌한 드라이빙의 느낌이나 스피커 좌우 폭을 넘어서는 큰 무대가 만들어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소스에 담긴 스테이징이 축소되거나 왜소한 느낌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스테이징의 사이즈보다는 스피커 사이에 생생하게 떠오르는 홀로그래픽 이미지야말로 SCA-7511 MK3의 본분과도 같은 장기를 보여주었다. 구체적이고 컴팩트한 이미징과 섬세한 굴곡 묘사는 이보다 큰 스테이징을 구사하는 앰프를 능가하는 품질이었다.
네트렙코와 비야손 듀엣이 부르는 <라 보엠> 중 ‘O Soave Fanciulla’는 곡이 진행될수록 특히 전후 간 깊이감이 분명해져서 생생한 입체감을 즐기는 재미가 있다. 메모를 하느라 고개를 숙이고 시청하는 동안에도 분명히 느껴진다는 점도 독특했다. 스테이징이 입체적으로 떠오르자 이 곡은 좀더 매력적으로 들린다. 보컬이 더욱 선명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현악 합주의 작은 임팩트 순간도 거대한 울림으로 빛을 발하는 듯하다. 높은 대역에서의 세부 묘사와 옥타브, 강약 변화의 포착이 약화되지 않으면서 매끄러운 유연함이 생겨나 있다.
한편, 프로악의 메인 리그라고도 할 수 있는 다이내믹스는 부스팅이나 흔들림이 없는 단정함과 치고받는 탄력의 매력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파퀴아오와 같은 웰터급 복서의 순발력과 스피드에 힘이 실려 있는 느낌이라고 하면 적절한 이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마이클 잭슨의 ‘Jam’을 들어보면 치고받는 느낌이 정교한 오디오적 쾌감을 느낄 만큼 파워풀하다. 전 편을 장식하는 신디사이저의 강렬한 임팩트 이면에서 수시로 출현하는 마이크로 다이내믹스를 잘 포착시켜 보여주며, 이 곡이 담고 있는 크고 작은 다양한 정보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있다. 스테이징이 여럿이 팔 다리를 마음껏 뻗어도 될 만큼 큰 공간으로 느껴지지는 않지만, 마치 비온 뒤의 아스팔트처럼 무대의 공기가 깨끗하게 가라앉아 있는 듯 말끔한 전망을 선사한다. 이 효과로 인해 전후 간 깊이는 더 깊게 느껴지는 것 같다.
프로악 D48과 같은 세미 풀레인지 스피커에서도 순도 높은 중·고역의 품질은 대단히 큰 미덕이 되었다. 다른 앰프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는 D48의 음악성이라고나 할까? 미묘한 뉘앙스의 변화를 쉽고 명쾌하게 들려주어 청량한 느낌을 주었다.
머라이어 캐리가 부르는 ‘Without You’는 뛰어난 세부 묘사와 짧고 정밀하게 생겨나는 하모닉스의 여운이 새삼 이 곡에서 매혹적인 느낌을 일깨워준다. 무성음 고역을 청량하게 들려주어 선명하면서도 매끄러운 감촉을 준다. 왜곡이 아닌 채로 치찰음을 긍정적으로 다듬어 내어서 가늘어지는 고역에서도 신경질적인 기분이 들거나 미세하게 거친 느낌을 주는 구간이 발견되지 않는다. 입 모양의 변화가 선명하게 조망되고, 머리와 입의 크기가 변할 때마다 구체적으로 포착되어 이 느린 템포에서도 생동감을 준다.
대편성은 언제나 궁금한 장르이다. 복합 악기의 연속 대음량 합주와 짧은 순간의 슬램이 SCA-7511 MK3과 D48에서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했는데, 싱거울 만큼 정리를 잘 한다. 소위 분해력을 놓고 볼 때 어느 앰프가 부럽지 않을 탁월한 정돈을 하고 있다. 위력적이라고까지 하기는 어색한 경계 지점에 있는 섬세하면서도 다이내믹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스크로바체프스키가 미네소타 심포니를 지휘한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 2악장 스케르초에서의 팀파니 연타는 파워풀하다기보다 응집력이 높은 다이내믹스로 들린다. 파워 핸들링은 비교 시청한 심오디오에 비해 반경이 다소 축소된 듯하지만 마치 스타워즈 제국군 군대가 쳐놓은 투명한 보호막이 연상되는 견고한 막을 두들기는 느낌을 받는다. 스테이징의 사이즈는 평범하지만 그 범주 안에서 전후·좌우에 표시가 날 만큼 입체적으로 구성을 한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이전부터 필자가 알고 있는 바쿤의 뛰어난 홀로그래픽 이미지 재현력이다. 이런 스테이징의 상황 속에서 합주가 투티로 치고 올라가는 모습은 또 다른 의미로 호쾌한 기분으로 격상시켜 준다. 악기 수가 짧은 순간 늘어가면서 에너지가 강해지는 모습들을 있는 그대로 조명해서 세부적으로도 섬세한 느낌을 준다. 필자가 바쿤의 앰프로 시청한 대구경 우퍼를 가진, 혹은 대형 캐비닛 스피커들을 보면 앰프가 구사할 수 있는 사이즈의 반경을 새로 설정하고 그 사이즈에 맞는 최적의 드라이브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래서 낮은 대역에서 베이스를 모호하게 한다거나 높은 대역에서 거친 소리를 만들어 내는 일은 본 적이 없다.
스펜더 LS3/5a를 통한 바쿤 앰프의 시청은 오래전부터 필자의 관심사항이었으나 기회가 마련되지 않았다. 필자가 알고 있는 이 스피커의 특성은 어쩌면 처음 시청만으로도 대번에 서로 맞지 않는 조합으로 판명 나거나, 그렇지 않다면 좀더 긴밀하게 SCA-7511 MK3의 상황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다행히 그 결과물은 대부분의 곡들에서 긍정적인 쪽, 그러니까 스피커에도 앰프에도 상호 보완적인 사운드가 되었다.
이 조합이 들려주는 가장 큰 미덕은 역시 순도 높은 싱싱한 사운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주로 높은 중역대 이상에서 나타나는 플랫한 재생 품질은 실로 생생해서 시쳇말로 음원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종종 LS3/5a 사용자들이 어떻게든 다이내믹스와 더 낮은 대역을 구현해보려는 노력이 있으나 눈에 띄는 유효한 결과물은 없다. 원래의 콘셉트가 70Hz 아래쪽으로 갈수록 부스팅을 일으켜서 절묘한 만큼의 양감을 만들어낼 뿐임을 오랜 사용자들일수록 잘 알고 있다. 그래서 LS3/5a는 출력으로 몰아붙여서는 원하는 ‘저역’을 듣기 어렵다. 전술했듯이 바쿤은 대형 스피커에서 최적화 사이즈에 맞는 재설정에 능한데, LS3/5a와 같은 소형에서도 그대로 대입시키고 있어 보인다. 기본적으로 미드·베이스를 불필요하게 파워 핸들링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낮은 대역에서 들려오는 뛰어난 해상도가 우선 눈에 띈다.
이기 팝이 부르는 ‘In The Death Car’ 도입부의 베이스 비트는 종종 필자가 이상적으로 표현하곤 하는 바, 손으로 밀고 당겨 구사를 하고 있는 듯한 절제된 베이스를 들려준다. 대출력 앰프로 LS3/5a를 드라이브해서 만들어지는 품질도 아니며, 밋밋하게 음색만을 들려주는 소극적인 재생도 아니다. 바쿤이 대구경 우퍼를 단정하게 멈춰 세워가며 들려주던 모습도 참으로 매력적이었지만 이토록 구체적이고 심도 깊은 긴장감은 깨끗한 배경을 장점으로 하는 뛰어난 베이스 해상도가 기여하는 바가 크다. 이 상태로 흘러나오는 이기 팝의 보컬은 참으로 특이할 만큼 매력적이다. 생각해보니 이 스피커로 이 곡을 시청해 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에 이 곡이 가장 매력적으로 들렸던 순간이 아닐까 싶다.
흥미 차원에서 들어 본 폴 아웃 보이의 ‘Thnks Fr th Mmrs’ 또한 기대 이상이었다. 이 곡에서는 베이스 드러밍이 시작되기 이전에 베이스가 서서히 하강하는 독특한 홀로그래픽 대역을 담고 있는데, 육중하게 엄습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볼륨감이 느껴질 만큼의 음영의 대비가 선명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예전에 필자는 어느 글에서 LS3/5a가 록 음악에 뛰어나다는 주장을 한 적이 있는데, 대역의 문제만을 제외한다면 그 생각은 여전히 유효함을 이 곡이 확인시켜 준다.
녹음이 잘된 보컬곡은 LS3/5a 사용자라면 익숙할 것으로 보이며, 이미 이 조합이 낼 수 있는 최상의 장르이다. SCA-7511 MK3와 LS3/5a의 조합에서 들려주는 미사곡의 솔로와 듀엣, 코러스는 마치 비가 개는 순간을 기다려 모여 든 또렷또렷한 표정의 사람들이 입을 움직여서 내는 소리라고 할 수 있다. 컴팩트한 개별적 이미징과 작고 큰 여러 개의 선들이 정확한 간격을 유지하며 진행하는 듯한 질서의 분위기에서 다소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조합으로 이 곡을 시청하게 된다면 다수의 오디오파일들은 목소리가 울리는 동안 긴장감이 해제되어 머릿속이 맑게 정화되는 쾌감이 찾아올 것이다.
헤레베헤가 지휘하는 바흐의 B단조 미사 중 ‘Domine Deus’는 듀엣곡이지만 실로 열기에 넘친다. 보컬의 음색이 쉽게 벽면 가득히 청순하게 채워진다. 깨끗한 배경 위로 그려지는 선명한 이미징도 좋았지만 옥타브가 이동하고 에너지가 변하는 동안 느껴지는 미세한 그라데이션과 정밀한 떨림이 그런 열기로 느껴진다. 음색은 차가운 쪽에 가까운데 듣는 이의 가슴을 채워오는 흥분 같은 게 생겨나고 있었다. 특히 노이즈가 느껴지지 않는 적막한 배경은 보컬이 사라진 사이의 정적을 순간적으로 드라마틱하게 만들어 내는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선명한 점 음원이 입체적으로 떠오르는 보컬, 미묘한 뉘앙스 변화가 선명하고 유연하게 흐르는 현악과 플루트의 음색 등은 근래 시청한 이 곡 최고의 품질이었다고 생각된다.
피아노는 LS3/5a의 원래 장기가 되는 부문은 아니다. 대형기가 되어야 낮은 대역에서의 뉘앙스가 풍부하게 피어나고 시종 배경을 흐르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가혹할지 모르는 레핀과 아르헤리치가 연주하는 크로이처 3악장을 시청해 보았다. 강한 임팩트나 순간 낮은 음으로 뚝 떨어지는 드라마틱한 재생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그 이외의 대역을 유심히 들어보면 이 곡이 들려줄 수 있는 명쾌하고 구체적인 피아노를 최선을 다해 들려준다. 그래서 다소 약화된 왼손의 느낌이 아쉬울 뿐 정밀한 동작과 다이내미즘은 이 곡의 뉘앙스를 잘 부각시켜 준다. 멈추고 동작을 시작하는 장면들이 밝게 조명되며 약음에서도 하모닉스의 느낌이 분명하다. 피아노의 대역을 어디까지 소화하느냐에 따라 기종과 조합 별로 이 곡 전체의 밸런스는 조금 다르게 형성되곤 하는데, 고역 쪽이 가늘게 느껴진다거나 거칠어지는 등의 부작용이 대표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이 조합에서는 그런 경우는 없었다. 레핀의 연주는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리고 쾌속으로 진행되었다.
주로 인티앰프의 용도로 시청한 SCA-7511 MK3은 물론 장르를 불문하는 만능의 제품은 아니다. 특히 디폴트 상태로는 강한 개성으로 흡인력을 발휘하는 스타일이 아닌, 자기주장이 덜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제품이 부각되는 포인트는 다른 곳에 있다. 자기 색깔을 최소화하고 시그널 전송에 주력하는 콘셉트를 기본 프레임으로 하는, 고순도 인터페이스를 갖춘 플랫폼과 같은 개념이라고 하면 적절한 이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그래서 바쿤의 제품들은 사용자의 커스터마이징이 쉽게 반영될 수 있다는 데 핵심이 있다고 생각된다. 시청을 거듭할수록 분명해지는 생각이며,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필자의 머릿속에서도 떠오르는 제품이 되었다.
아직 이 앰프의 성능으로서 가늠해볼 부문들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몇 가지 대표 기종을 통한 헤드폰 출력의 품질, 순정 및 타사 프리앰프와의 조합을 통한 스테레오 및 모노블록 파워 앰프로서의 퍼포먼스, 동일한 음원을 통한 전용 입력 및 전압 입력의 차이 등을 잠시 떠올려 보면 ‘네 번의 시청에 이르도록 도대체 뭘 들었던 거지?’ 싶을 때가 있다. 이 제품을 시청하는 동안 사실 기존의 음원은 필자가 주로 시청하는 것들로만 동원해도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결코 길지 않다. 잠시 시청기의 본분과 일정을 잊고 음악에 빠져 들어갈 때가 많았음을 알고 있다.
종종 언급하곤 하지만, 영미계 하이엔드 앰프들에 많이 익숙해져 있는 귀에는 처음부터 이 앰프가 크게 어필하기 어렵다. 필자의 경우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하지만 A, B, C, D 클래스 전 부문에 걸쳐 다양성이 시도되고 정돈이 되어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몇 가지 자신에게 익숙한 음원을 시청하다 보면 바쿤 고유의 소리가 들릴 것이다. 진공관의 톤을 닮아 있기도 하고 차폐 기능이 뛰어난 A클래스 앰프의 드라이브와도 유사한 감촉이다. 그래서 바쿤은 기존 하이엔드에 익숙한 오디오파일일수록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제품이라 생각된다.
2000년 초반에 생성된 바쿤의 사운드는 10년을 넘게 날아와서 그 때의 소리를 들려준다. 정성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이 제품에 대해 할 얘기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신선한 사운드와 더불어 그래서 신비롭다. NFC를 걸지 않은 말끔한 배경 속에 실려오는 신호들은 마치 저항이 없는 무중력 상태의 우주를 날아온 빛과도 같은 대상으로 느껴진다. 이래저래 바쿤은 별에서 온 앰프가 되어 있다. 

수입원 바쿤매니아
가격 298만원   실효 출력 15W(8Ω)   입력 RCA×1, Satri-Link(BNC)×1   출력 헤드폰 출력×1
크기(WHD) 23.5×7.8×29.5cm   무게 2.9kg

517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5년 8월호 - 517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