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의 타건이 차분하고 영롱하다. 그 위로 기품 있게 바이올린이 떠오른다. 음 하나하나에 온갖 정성을 다해 음상을 구축하는데,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가는 부분이 일목요연하다. 서로 협력하며 강약과 고저의 앙상블이 세심하게 펼쳐진다. 이런 과정이 너무도 아름답게, 미음으로 흘러나온다. 실내악에 있어선 발군이라 해도 무방하다.
얼마 전 뮌헨 하이엔드 오디오 쇼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쇼의 성격은, 이른바 전통과 실력의 업체와 비교적 신생 업체를 철저하게 구분하는 데에 있다. 전자는 2, 3층의 전문 리스닝 룸에서 전시를 하고, 후자는 1층의, 다소 도떼기 시장과 같은 곳에 배속이 된다. 그 구분은 얼마나 이 쇼에 열심히 나왔느냐다. 어느 정도 1층에서 내공을 쌓으면, 2층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아무튼 2층에 위치한 수많은 명 브랜드를 탐사하다가 문득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우리의 에이프릴 뮤직도 당당하게 큰 부스를 하나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 반가운 것은, 그 때 마침 <디아파송>이라는 프랑스 음악 잡지가 수여하는 2014년도 하이파이상을 수상한 것이다. 그 명패를 오라 노트 앞에 설치해놓으니, 같은 한국인으로서 가슴이 뿌듯해졌다. 이렇게 하나의 브랜드가 치고 나가면, 다른 메이커에도 길이 열리는 것은 당연지사. 우리 오디오 업계 모두가 축하할 일이라고 본다.
각설하고, 이번에 만난 제품은 보다 진지한 오디오파일을 지향한 모델이다. 아주 하이엔드급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만족감을 갖고 운영할 수 있는 전문적인 인티앰프와 CD 플레이어인 것이다. 일단 크롬 패널을 채용한 멋진 디자인에 다양한 부가 기능이 망라되어 있어서, 이를테면 오라 노트를 듣다가 좀더 음악에 파고들자고 한다면, 본 세트를 구매하면 되는 것이다. 정식 명칭은 오라 비타 MK2 인티앰프와 오라 비비드 MK2 CD 플레이어이다.
우선 비타 MK2 인티앰프를 보면, 스테레오 리시버라는 별도의 표기를 했다. 리시버? 대체 이게 무슨 뜻인가? 실은 앰프뿐 아니라 AM/FM 튜너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아무래도 오라 노트의 편의성에 익숙한 분들을 위한 배려로도 보이고, 실제로 감도도 괜찮다. 꼭 CD를 듣지 않아도, 오로지 FM 음악 방송만 틀어놔도 BGM으로 적합한 내용인 것이다.
그 밖에 USB 입력단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것은 MAC이나 일반 PC에 담긴 음원을 듣기에 용이하다. 전용 DAC가 부속되어 있으므로, 컴퓨터를 통해 다운로드한 음악 파일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본 기의 두께는 55mm밖에 되지 않지만, 내부를 보면 큼직한 전원 트랜스가 우선 눈에 들어온다. 앰프는 자고로 이 트랜스부터 탄탄해야 한다. 본 기엔 튼실한 토로이달 트랜스를 삽입해서, 기본적으로 음질 지향적인 회사의 정책이 잘 반영되어 있다. 출력단엔 MOSFEF 소자를 쓴 바, 채널당 8Ω에 75W를 낸다. 어지간한 북셀프나 3웨이 작은 톨보이 정도는 충분히 구동할 수 있는 실력이다.
한편 이와 커플링되는 비비드 MK2의 경우, 일반 CD 플레이어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가뜩이나 CD 판매량이 급감하고, 패키지 미디어로서의 가치가 저하되는 가운데, 무슨 CD 플레이어를 만드느냐 싶을 것이다. 하지만 본 기의 진짜 미덕은 빼어난 DAC에 있다. CS8416이라는 디지털 오디오 리시버 칩은 현재 크게 각광받는 제품이고, 여기서 시러스 로직의 CS4398 DAC를 더했다. 덕분에 어떤 디지털 음성 신호도 최상의 퀄러티로 재생되게 만든 것이다.
본 기에는 3개의 디지털 입력단이 있다. 2개의 코액셜과 1개의 옵티컬. 모든 디지털 음성 신호는 24비트/192kHz로 업샘플링되어, 하이엔드급 퀄리티를 자랑한다. 한편 USB 입력단에 대한 의문을 가질 분들도 있을 듯한데, 이미 비타 MK2 인티앰프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중복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사실 워낙 전작을 잘 만들어서 이번 MK2 버전에 상당한 과부하가 걸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본 설계를 변경하면서 고급 부품을 요소요소에 삽입한 가운데, 장시간에 걸친 음질 튜닝으로, 실제로 전작을 뛰어넘는 퀄러티를 확보한 것은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하지 않는다. 이번 시청엔 달리에서 나온 멘토 1 스피커를 연결했음을 밝힌다.
첫 곡으로 들은 것은 요요마, 소피 무터 등이 함께 한 베토벤의 트리플 콘체르토. 아날로그 시대의 녹음답게, 가벼운 히스 소리가 더욱 정취를 더한다. 카라얀이 이끄는 베를린 필의 카리스마가 가득한 가운데, 차례로 솔로 주자가 등장할 때의 드라마틱한 구성이 멋지게 재현된다. 첼로, 바이올린, 그리고 피아노라는 역사적 악기들의 빼어난 조화에 중간 중간 백업하는 오케스트라의 움직임. 스피커의 사이즈를 잊게 하는 광대역에 다이내믹스도 좋아서, 집중하고 감상에 임하게 한다.
프랑크의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A장조를 뒤메이-피레스 콤비로 듣는다. 피아노의 타건이 차분하고 영롱하다. 그 위로 기품 있게 바이올린이 떠오른다. 음 하나하나에 온갖 정성을 다해 음상을 구축하는데,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가는 부분이 일목요연하다. 서로 협력하며 강약과 고저의 앙상블이 세심하게 펼쳐진다. 이런 과정이 너무도 아름답게, 미음으로 흘러나온다. 실내악에 있어선 발군이라 해도 무방하다.
마지막으로 게이코 리의 ‘Night & Day’. 베이스 라인이 명료하게 전달되고, 스네어의 화려한 음향에 얹어져 리의 보컬이 다소 구수하고 또 허스키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재즈 특유의 스윙감이 잘 살아있으면서, 밴드와 보컬이 유기적으로 조화되어 있다. 중간에 강력한 존재감을 어필하는 트럼펫의 솔로가 나올 때면 가볍게 발장단을 할 정도가 된다.
제조원 에이프릴 뮤직 (02)3446-5561
Vita MK2
가격 제조원 문의 실효 출력 75W(8Ω) 아날로그 입력 RCA×2, XLR×1, MM×1
아날로그 출력 프리아웃×1 디지털 입력 USB×1 튜너 FM·AM
디지털 볼륨 컨트롤 시러스 로직 CS3310 크기(WHD) 43×5.5×26cm 무게 6.4kg
Vivid MK2
가격 제조원 문의 DAC 시러스 로직 CS4398 디지털 입력 Coaxial×2, Optical×1
디지털 출력 Coaxial×1 아날로그 출력 RCA×1, XLR×1 크기(WHD) 43×5.5×26cm
무게 4.8k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