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um Acoustics P-6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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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um Acoustics P-6R
  • 김남
  • 승인 2015.07.01 00:00
  • 2015년 7월호 (516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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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을 추구하는 위풍당당한 멀티탭이 등장하다

베럼 어쿠스틱이라는 국내 업체를 근래서야 알게 되었다. 과문한 탓이다. 마치 최신형 구축함처럼 위풍당당한 멀티탭 한 기종이 편집부의 시청실에 나타나 있기에 물어보다가 놀랐다. 지난달의 일이다. 그동안 몇 종의 멀티탭이 국내에서 만들어져 그 만듦새에 감탄했지만 베럼 어쿠스틱이라는 제작사의 제품은 그 만듦새가 거의 극한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둠 속에서도 빛이 번득일 정도였으니까.
시청기 P-6R과 지난 호에 실물을 보았던 P-8 모델과의 차이는 아웃렛이 8구와 6구 정도의 차이인 것으로 보이는데(물론 다른 점이 많을 것이다), P-6R의 가격이 아래 단계이며, 백금 도금 대신 로듐으로 도금되었지만 만듦새는 여전히 장엄하다. 보기만 해도 기대감이 넘치게 된다.

본래 멀티탭은 오디오 액세서리 중 가장 늦게 개발된 것으로, 현재 시장 장악력도 그다지 높은 것이 아니다. 좋은 명기가 탄생할 소지가 많은데, 애호가들 대부분은 아직 멀티탭에 투자하기를 망설이고 있는 것이 현실. 전 세계의 오디오 전문지에서도 아직 멀티탭에 대한 전문 평가는 없다. 당연히 멀티탭의 시장성은 무궁할 터인데 관건은 역시 가격과 성능이다.
베럼 어쿠스틱이라는 제작사의 출범 동기에 대해 모르고 있지만, 2년 전 고급 케이블 댐퍼를 들고 나와 호평을 받은 것이 시초이며, 그 뒤를 이어 파워 케이블과 벽체 아웃렛, 멀티탭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모든 제품들은 적당한 시장성을 노린 보급형 제품이 아니고 하이엔드를 목표로 한 본격 제품들이다. 오디오용 댐퍼라는 것은 무거운 케이블 등이 바닥에 놓이면 전자기장에 영향을 받고 진동에도 상당히 영향을 받아 노이즈가 확산되기 마련인데, 그걸 봉쇄하기 위한 전문 제품으로 개발된 것으로, 오디오 전문가라고 해도 별로 개념이 없는 품목이다. 진공관 장착용 댐퍼 제품으로 소수 제품이 있고, 케이블 거치용으로도 일부가 있지만, 신진 제작자가 그것부터 시작했다는 것은 도전 의식이 없으면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시청기는 ‘Simple is Best’라는 명제 속에서 사운드 퀄러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하드와이어링 방식에서 벗어나 직렬 방식의 전원 일체형 멀티탭으로 개발된 제품이며, ‘Rectangular Bus Bar’를 사용한 것으로 소개되어 있다. 어렵다. 전기 전문가가 아닌 보통의 애호가를 위한 설명이 필요한데, 다른 기기 제작자들도 모두 마찬가지로 모든 개발자들은 전기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미쳐 그런 점을 캐치하지 못한다. 이 점이 아쉽다.
참고로 부스바(Bus Bar)라는 것은 고층 건물의 전력을 설계하는 엔지니어가 사용하는 것으로, 대용량의 전기를 여러 개의 전기 회로에 공급하는 데 사용되는 도체인데, 일종의 산업용 멀티탭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 가정용 멀티탭은 몸체 안에 동선을 집어넣어 연결하는 하드와이어링 방식으로 제작하는데 비해, 산업용은 대전류를 사용하기 때문에 보통 선재를 쓰면 불안해진다. 그래서 선재 대신 사각형의 특수 제작된 구리 막대인 부스바를 사용하는 것이다. 과연 가정에서 사용하는 홈 오디오용 멀티탭에 이런 산업용 자재를 투입하는 것은 과잉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 수 있지만, 요즘의 파워 앰프 사정을 보면 납득이 간다. A급 앰프가 많고, 내가 사용했던 진공관 파워 앰프만 해도 몇 십W 출력인데도 소비 전력이 1kW가 넘었다. 충분한 대응력이라는 점에서 이 시청기는 일단 합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여기 사용된 부스바는 무산소 동에 은도금을 입힌 정도가 아니라 S.F.A.(무산소동과 극상의 은을 합금한 소재) 원판을 6AWG 굵기로 만든 것으로, 전원의 열화 없이 순도 높은 전원이 흐르도록 한 것이다.
또한 본기는 귀금속 도금 전문가에게 의뢰해 각 금속 부분에 로듐으로 도금했다. 그리고 후루텍 FI-09 인렛 단자, 독일 슈나이더 그룹의 머튼 인서트 소켓 단자, 15T 두께의 독일산 신재 아크릴 등 사용 부품도 국제적 명성을 지닌 외국산을 대폭 투입했고, 합금을 절삭 가공해서 만든 인슐레이터와 천연 가죽 폼 패드 등을 사용해 외부 진동과 공진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연결해서 소리를 들어보면 투명함과 스피드, 배경의 정숙함이 곧장 감지된다. 음상도 정확해지고, 묵직한 밀도감 역시 두드러진다. 보기만큼이나 상당한 제품이며, 무엇보다도 이 제품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제조원 베럼어쿠스틱 (070)4148-4964
가격 300만원

516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5년 7월호 - 5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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